말 그대로 역대급 평점이다. 굴리엘모 비카리오(29, 토트넘 홋스퍼)가 평점 2점이라는 최악의 점수를 받아들었다.

토트넘 홋스퍼는 13일(한국시간) 영국 울버햄튼의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PL) 32라운드 울버햄튼 원정 경기에서 2-4로 패배했다.

이로써 토트넘은 승점 37점(11승 4무 17패)에 그치면서 리그 15위에 머물렀다. 이제 17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승점 35)와 격차는 단 2점에 불과하다. 리그 4연승을 달린 울버햄튼은 승점 35점(10승 5무 17패)을 기록하며 골 득실에서 웨스트햄을 제치고 16위로 올라섰다. 다음 라운드에서 토트넘까지 끌어내릴 가능성도 충분하다.

토트넘은 4-3-3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마티스 텔-도미닉 솔란케-브레넌 존슨, 제임스 매디슨-파페 사르-이브 비수마, 제드 스펜스-벤 데이비스-크리스티안 로메로-아치 그레이, 굴리엘모 비카리오가 먼저 출격했다. 손흥민은 가벼운 발 부상으로 명단에서 제외됐다.

울버햄튼은 3-4-3 전형을 꺼내 들었다. 장 리크네르 벨가르드-예르겐 스트란 라르센-마셜 무네치, 라얀 아이트누리-안드레-주앙 고메스-넬송 세메두, 토티 고메스-에마뉘엘 아그바두-맷 토허티, 조세 사가 선발 명단을 꾸렸다. 황희찬은 벤치에서 대기했다.

토트넘이 시작부터 흔들렸다. 전반 2분 프리킥 혼전 상황에서 아이트누리가 선제골을 터뜨렸다. 여기에 전반 38분 비카리오가 무네치의 헤더를 쳐낸다는 것이 스펜스 몸에 맞고 자책골로 연결됐다.

토트넘은 후반 14분 텔의 만회골로 한 골 따라잡았다. 하지만 불과 5분 만에 라르센에게 또 실점하며 다시 2골 차로 끌려갔다. 로메로가 후방에서 황당한 실수로 공을 내준 게 치명적이었다.

양 팀이 또 득점을 주고받았다. 토트넘은 후반 40분 히샬리송이 흘러나온 공을 머리로 다시 밀어넣으며 끝까지 추격했지만, 또 실수에 발목을 잡혔다. 베리발이 중원에서 무리한 드리블을 시도하다가 공을 뺏기면서 불과 1분 만에 마테우스 쿠냐에게 4번째 골을 헌납했다.

결국 경기는 토트넘의 2-4 완패로 막을 내렸다. 최근 리그 6경기에서 1승에 그치면서 심각한 부진을 이어가게 된 토트넘이다. 주중 열리는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8강 2차전을 앞두고 상승세를 만들지 못했다.

무엇보다 수많은 실수로 자멸한 점이 뼈아팠다. 특히 수문장 비카리오가 호러쇼를 펼쳤다. 그는 전반 6분 페널티 박스 안에서 어처구니없는 패스 미스로 대형 위기를 자초했고, 잘못된 펀칭 판단으로 스펜스의 자책골을 유발했다. 상대 슈팅도 잘 막아내지 못하면서 선방(2회)보다 실점이 더 많았다.

영국 '풋볼 런던'은 비카리오에게 이례적인 평점 2점을 줬다. 매체는 토트넘이 4번이나 '재앙 같은' 실점을 허용했다라며 "경기 시작은 끔찍했다. 비카리오의 약한 펀치는 울브스의 선제골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 패스를 잘못 건드리면서 또 다른 실점을 내줄 뻔했다. 하프타임 전에 크로스를 겨우 쳐냈다가 스펜스를 맞고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라고 비판했다.

토트넘 팬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토트넘 뉴스'는 "오후 내내 눈에 띄게 불편해 보였다. 끔찍한 두 번째 골을 내주기 전에 선제 실점 장면에서 더 잘했어야 한다"라며 비카리오에게 평점 2점을 매겼다.

'스퍼스 웹' 역시 "후반전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비카리오는 발밑으로 공을 잡을 때나 세트피스를 처리할 때 더 자신감이 없어보였다"라며 비카리오에게 평점 2점을 부여하는 데 그쳤다.

경기 후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선수들의 개인 실수를 지적했다. 그는 "재미있는 오래된 경기(funny old game: 예측할 수 없는 경기)였다.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지만, 실점을 허용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경기를 잘 풀어나갔다고 생각했으나 정말 형편없는 골을 허용했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우리가 꽤 잘했다고 생각했지만, 몇 골이나 내줬다. 오늘은 개인 실책 때문에 졌다. 실망스럽다"라며 "이런 모습은 처음 봤다. 그냥 오늘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그는 비카리오를 감싸 안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실수는 축구의 일부다. 난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을 거다.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나밖에 없다"라며 "비카리오에 대한 신뢰는 100%다. 물론 우리는 여러 차례 개인 실수를 범했고, 우리 팀엔 보기 드문 일이긴 하다. 그런데 그게 한 경기 안에서 모두 나왔고, 결국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르게 됐다"라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전에 모든 걸 걸어야 하는 토트넘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무너지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프랑크푸르트전은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는 1차전에서 좋은 경기를 했고, 사실상 이겼어야 했다. 그날처럼 우리다운 축구를 한다면 충분히 상대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2차전 승리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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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고성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