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 일이나 잘해라".

영국 '미러'는 24일(한국시간) "토머스 투헬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은 대표팀 선수들이 소속된 클럽 감독들과 대립각을 세웠다. 그는 어느 소속팀도 잉글랜드를 돕지 않았기에 마찬가지로 자신도 클럽팀을 배려하지 않겠다라고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투헬 감독은 22일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유럽지역 최종예선 K조 1차전 알바니아전에서 잉글랜드를 2-0 승리로 이끌며 산뜻한 데뷔전을 치렀다. 그러나 경기 후 분위기는 마냥 밝지 않았다. 그는 포든과 래시포드의 경기력을 직접 언급하며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보도에 따르면 투헬은 "포든과 래시포드는 클럽에서처럼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드리블, 침투, 라인 뒤를 노리는 움직임이 부족했다. 공을 받기 위한 동작조차 적었다"라며 직설적인 평을 남긴 투헬은 "왜 공이 그들에게 더 빠르게 전달되지 않았는지, 왜 넓은 공간이 활용되지 않았는지도 이해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발언은 바이에른 뮌헨 감독 시절 김민재에게 보였던 태도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투헬은 챔피언스리그 레알 마드리드전 실점 이후 김민재에게 "중앙 수비수가 저렇게 자유롭게 전진해선 안 된다. 너무 욕심이 많다. 그 상황에서 김민재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며 책임을 돌렸다.

해당 발언은 팬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란을 낳았다. 수비 조직 전체의 혼란과 전술적 미비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독이 개인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태도는 ‘과했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이후 투헬은 시즌 종료 후 경질됐고, 후임 뱅상 콤파니 감독 체제 아래 김민재는 다시 경기력을 회복하며 칭찬을 받았다.

이처럼 '선수 공개 질책'은 투헬 감독의 오랜 스타일이지만, 장기적으로 선수단 분위기와 신뢰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투헬은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도 이러한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측면 공격수들에 대한 기대치가 높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영국 현지에서도 반응이 엇갈린다. 전 잉글랜드 국가대표 폴 머슨은 "포든과 래시포드는 기회가 많지 않을 것이다. 아마 다음 경기(라트비아전)가 마지막 테스트가 될 수도 있다"라며 "투헬은 선수에게 기회를 주고도 반응이 없으면 과감히 배제하는 감독"이라고 평가했다.

PSG, 첼시, 바이에른 등 유럽 명문팀을 이끌며 '결과'와 '원칙'을 중시해 온 투헬 감독이지만 이런 과한 인터뷰 스타일은 늘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보르시아 도르트문트 시절 자신과 갈등이 있던 선수의 가족 사진을 찢어 버리는 등 '사이코 패스'에 가깝다는 비판을 듣기도 한다.

이런 기질이 여전한 것일까. 투헬 감독은 민감한 주제인 클럽팀과 대표팀의 알력을 건드렸다. 축구의 일정이 타이트해지면서 대표팀과 클럽 사이에서 선수 선발을 두고 알력 다툼이 멈추지 않고 있다. 실제로 선수 주급을 주는 클럽 입장에서는 부상으로 빠지던 선수를 바로 대표팀에 선발하면 아쉬울 수 밖에 없는 부분.

최근에는 유럽 리그에 진출한 선수들이 늘어난 한국 대표팀에서도 선수 선발을 두고 유럽 클럽들과 작은 트러블이 있기도 했다. 홍명보 감독이 김민재가 부상으로 낙마하자 좋지 않던 아킬레스건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기용하던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 기용을 비판했다.

그러자 네덜란드에서는 황인범이 부상 복귀하자 마자 뽑아갔다면 다시 홍명보 감독에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홍명보 감독은 오만전서 황인범을 아예 명단서 제외하고 휴식을 줬을 뿐만 아니라 다가오는 요르단전에서도 최대한 짧은 시간 기용할 예정이다.

이런 이슈에 대해 투헬 감독은 여전한 자신의 견해를 자랑했다. 그는 25일 라트비아와 2차전을 앞두고 열린 기자 회견에서 "무조건 이기겠다. 주전 선수를 모두 기용할 것이다"라면서 "선수를 아껴서 기용하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한 라트비아 상대로 주전 선수에게 휴식을 요청한 클럽을 저격한 것. 투헬 감독은 "예를 들어 데클란 라이스는 아스날이 7-1로 이긴 아인트호벤과 UCL 1차전서 소화했다. 근데 2차전도 뛰었다. 이는 클럽 감독이 대표팀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투헬 감독은 "그들이 대표팀을 신경 안 써주는데 나도 그들을 걱정해 줄 필요가 없다"라면서 "나는 대표팀 감독으로 임무를 소화할 뿐이다. 내 잉글랜드 대표 선수들에게 니네 클럽 일정을 위해서 휴식을 줄게라고 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클럽과 대표팀의 갈등에 대해 선을 그은 투헬 감독은 "물론 나도 선수들에게 책임감을 느끼기에 건강하게 뛰길 희망한다.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부상을 당하지 않고 소속팀으로 돌아가 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mcadoo@osen.co.kr

[OSEN=이인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