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팬들이 자국 대표팀의 역사적인 대패에 신태용(55) 전 감독의 이름을 외쳤다. 이에 신 전 감독은 계속 인도네시아 대표팀을 응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은 20일(한국시간) 호주 시드니의 시드니 풋볼 스타디움에서 열린 호주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C조 7차전서 1-5로 대패했다.
이로써 인도네시아는 3패(1승 3무)째를 기록하며 승점 6을 유지, 일본(승점 19), 호주(10), 사우디아라비아(9)에 이어 조 4위로 내려앉았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11월 2-0으로 승리했던 사우디와 6차전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이날 경기는 인도네시아축구협회(PSSI)가 지난 1월 갑작스럽게 신태용 감독을 경질하고 '네덜란드 전설' 파트릭 클라위베르트(49) 감독을 선임한 후 가진 첫 A매치였다.
클라위베르트 감독은 이날 네덜란드 출신의 귀화 선수들을 대거 기용해 데뷔전 승리를 노렸다. 실제 경기 초반부터 호주를 몰아쳐 기세를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대패였다.
전반에만 이미 3실점, 일찌감치 승부가 갈렸다. 케빈 딕스의 페널티킥 실축으로 선제골 기회를 날린 인도네시아는 전반에만 마틴 보일, 니선 벨루필레이, 잭슨 어바인에게 잇따라 실점하면서 일찌감치 승기를 내줬다.
인도네시아는 0-3으로 뒤진 후반 16분 루이스 밀러에게 다시 추가점을 허용해 추격 희망을 잃었다. 후반 33분 올레 로메니의 골로 영패를 면했으나 후반 45분 어바인에게 다시 실점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이날 자국 대표팀의 패배는 지난 1973년 열린 1974 월드컵 예선 당시 0-6으로 패한 호주 원정 최악의 패배에 근접한 것이었다. 인도네시아가 5실점한 것은 지난해 1월 강호 이란과 가진 친선전 이후 처음이었다.
21일 인도네시아 '트리뷴 자카르타'는 한 소셜 미디어(SNS) 계정을 인용, "인도네시아 팬들은 클라위베르트 감독 전임 신태용을 잊지 못한 듯, 시드니 풋볼 스타디움에서 신태용의 이름을 연호했다"고 경기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 SNS 계정에는 경기장 원정석을 채운 인도네시아 팬들이 신태용 감독의 이름을 외치는 모습이 보였다. 또 다른 SNS 계정에는 신태용 감독 시절 호주전 결과와 비교하는 사진이 오르기도 했다.
실제 인도네시아는 신태용 감독이 지휘봉을 이끌던 6차전까지 호주를 1점 차로 바짝 추격하던 3위였다. 하지만 이날 패하면서 3위 사우디와도 차이가 벌어졌다.
한편 신태용 전 감독은 인도네시아 축구에 대한 애정을 보여줬다. 인도네시아 '채널 술라웨이시'에 따르면 신 전 감독은 이날 대패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 팀에 대한 변함 없는 지지를 당부했다.
신 전 감독은 인도네시아 매체들을 통해 "인도네시아는 언제나 제 마음속에 있다. 이번 경기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더라도, 팬 여러분께서 변함없이 인도네시아 대표팀을 응원해 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비록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인도네시아 대표팀은 계속 성장할 것"이라면서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더욱 노력할 수 있도록 끝까지 응원해 달라. 여러분의 응원이 그들에게 큰 힘이 된다"고 덧붙였다.
또 신 전 감독은 이날 경기에 대해 "제가 느낀 건 단 하나, 훈련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게다가 훈련 시간이 부족해서 경기 운영이 잘 안됐고, 그게 세트피스에서 골을 내준 이유"라고 평가했다.
더불어 그는 PSSI와 갈등에 대해 "다음에 다시 이야기할 것"이라면서 "아직 완벽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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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강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