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카일 안토니오(35, 웨스트햄 유나이티드)가 약 3개월 전 겪은 끔찍한 교통사고를 돌아봤다.

영국 ‘BBC’는 17일(한국시간) “안토니오는 차량이 나무에 충돌한 과정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가 아는 건 단 하나, 사고를 낸 것이 자신이라는 사실뿐”이라며 웨스트햄 공격수와의 단독 인터뷰를 공개했다.

안토니오는 웨스트햄 역사상 가장 뛰어난 공격수 중 한 명이다. 2015년 노팅엄 포레스트에서 이적한 이후 323경기에서 83골을 터뜨렸다. 프리미어리그에서 268경기 68골을 기록하며 구단 최다 득점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예상치 못한 대형 사고를 겪으며 축구 인생이 흔들릴 뻔했다.

당시 안토니오는 빗길에서 차량이 미끄러지면서 나무와 충돌했다. 사고 충격이 워낙 커 소방대원들이 그를 차량에서 구조하는 데만 한 시간이 걸렸다. 당시 ‘더 선’은 “안토니오는 26만 파운드(약 4억 8900만 원)짜리 페라리가 반파된 상태에서 약 한 시간 동안 갇혀 있었다. 이후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고 보도했다.

실제 사고 현장 사진이 공개됐는데, 차량 조수석 쪽이 완전히 찌그러졌고 잔해가 사방에 흩어졌다. 차량이 심각하게 부서진 모습만 봐도 사고의 위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안토니오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그날은 바람이 심하게 불고 습한 최악의 날씨였다. 운전하는 내내 페라리 뒷부분이 흔들렸고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차를 산 지 3주밖에 되지 않았지만 반납을 고려하던 참이었다”고 회상했다.

사고의 심한 충격으로 단기 기억상실을 겪은 안토니오다. 그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이상한 점은 사고 순간에도 의식이 있었다는 것이다. 경찰과 구조대원들과도 대화를 나눴다고 하지만 나는 전혀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차량 충돌 후 운전석이 아닌 조수석과 뒷좌석 사이에서 발견됐다. 안토니오는 “경찰은 내가 창문을 통해 탈출하려 한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하지만 다리가 심하게 부러져 움직일 수도 없는 상태였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이어 “가장 두려웠던 것은 아이들과 함께하지 못할 뻔했다는 점”이라며 “새로운 삶의 기회를 얻었다. 이제는 인생을 더욱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됐다”고 말했다.

약 3주 전 그는 폐차장에서 사고 차량의 잔해를 직접 확인했다. “사진으로 봤을 때보다 실제로 보니 충격이 10배는 더 컸다. 차는 완전히 엉망이었다. 그걸 보는 순간 내가 얼마나 죽음과 가까웠는지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사고로 두 다리를 심하게 다쳤다. “대퇴골이 네 군데 부러졌다. 의사들은 허벅지에 볼트 네 개가 박힌 기둥을 세운 후 나사로 고정했다. 처음엔 3개월간 체중을 실어서는 안 된다고 했지만,지금은 걸을 수 있는 상태다. 또 다른 전문가는 3주 내에 다리에 하중을 점차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안토니오는 두바이에서 재활 훈련을 진행 중이다. 따뜻한 기후에서 몸을 만들며 복귀를 위한 긍정적인 변화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나는 항상 의심받아 왔다. 하지만 내 정신력만큼은 확고하다. 이번 부상도 그저 또 하나의 도전일 뿐이고 나를 막을 수 없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은퇴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았던 순간을 떠올리며 “2주 전 물리치료사들이 나에게 은퇴 보험이 있는지 물었다. 그날 밤 한숨도 자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오직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일주일에 6번 헬스장에 가며 재활에 힘쓰고 있다”며 빠른 복귀를 자신했다.

지난 11일 안토니오는 웨스트햄 홈구장 런던 스타디움을 찾아 팬들과 만났다. 사고 이후 처음으로 경기장을 찾은 그는 팬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안토니오가 런던 스타디움으로 감격적인 복귀를 했다. 심각한 교통사고를 겪은 지 3개월 만에 팬들과 재회하며 큰 환호를 받았다”고 전했다.

비록 웨스트햄은 뉴캐슬과의 경기에서 0-1로 패했지만, 이날은 팬들에게 특별한 날이었다. 경기 전 웨스트햄 팬들은 ‘마이클 안토니오-우리의 No.9’이라는 대형 배너를 펼쳐 들었고, 구단 역사상 최다 득점자인 그의 복귀를 환영했다. 안토니오는 눈에 띄게 감격한 모습을 보였다.

그레이엄 포터 웨스트햄 감독도 안토니오를 향한 신뢰를 드러냈다. “우리는 안토니오의 상태를 계속해서 주시하고 있다. 그는 큰 사고를 겪었지만 환상적으로 극복해 나가고 있다. 복귀 시점을 정하지 않았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jinju217@osen.co.kr

[사진] BBC, 더 선, 미카일 안토니오, 스카이 스포츠 소셜 미디어.

[OSEN=노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