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다림 끝에 피치로 돌아왔지만, 복귀전은 악몽으로 끝났다. 델레 알리(29, 코모 1907)는 2년 만에 공식 경기에 출전했으나, 불과 10분 만에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했다.
델리 알리는 16일(이하 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스타디오 산 시로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세리에 A 29라운드 AC 밀란과의 경기에서 후반 36분 교체 투입됐다. 2023년 2월 베식타스 시절 이후 약 25개월 만의 공식 경기 출전이었다.
감격스러운 복귀는 없었다. 알리는 후반 추가시간, 루벤 로프터스치크(AC 밀란)의 발목을 밟는 반칙을 범했고, 처음에는 옐로카드를 받았으나 비디오 판독(VAR) 후 레드카드로 정정됐다. 결국 그는 10분도 채 뛰지 못하고 경기장을 떠나야 했다.
이번 경기에서 알리에게 기회를 준 세스크 파브레가스 감독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경기 후 '다즌(DAZN)'과의 인터뷰에서 "알리는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지만, 우리와 함께한 지 2주밖에 되지 않았다. 솔직히 출전할 자격이 있었는지 모르겠다"라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이어 "그의 반칙은 명백한 레드카드였다. 경험이 많은 선수로서 이런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 우리 팀이 2-2 동점을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중요한 순간에 우리를 10명으로 만들었다. 이런 실수는 반복돼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벤치에서도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 파브레가스 감독은 심판에게 강하게 항의하다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결국 코모는 알리와 감독을 동시에 잃으며 1-2 패배를 막지 못했다.
구단 수뇌부의 입장은 달랐다. 코모의 미르완 수와르소 회장은 알리를 향한 신뢰를 드러냈다. 그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알리는 거의 2년 만에 피치로 돌아왔다. 다시 최고 수준에서 경쟁하기 위해 복귀하는 데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많은 이들이 레드카드에 대해 이야기하겠지만, 우리는 다른 점을 봤다. 우리는 그의 열정과 회복력을 보았고, 그가 다시 빛날 것임을 믿는다. 돌아오는 길은 결코 쉽지 않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알리의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한때 잉글랜드 최고의 유망주로 손꼽혔던 알리는 토트넘에서 크리스티안 에릭센, 손흥민, 해리 케인과 함께 'DESK 라인'을 형성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2016-2017시즌에는 리그에서 18골 7도움을 기록하며 PFA 올해의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했고, 토트넘의 핵심 미드필더로 자리 잡았다.
2018년 이후 급격한 부진에 빠지며 입지가 흔들렸다. 태도 논란과 경기력 저하로 인해 토트넘에서 밀려났고, 에버튼 이적 후에도 반등하지 못했다. 이후 베식타스 JK로 임대됐지만, 15경기에서 3골에 그쳤다.
여기에 개인적인 문제까지 겹쳤다. 알리는 지난해 '디 오버랩'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겪었던 학대와 정신적 고통을 고백했다. 그는 "6살 때 어머니의 친구에게 학대를 당했다. 7살에 담배를 피웠고, 8살에는 마약을 팔았다"라며 충격적인 과거를 밝혔다.
결국 그는 정신 건강 문제로 재활 시설에서 치료를 받았고, 긴 공백 끝에 코모와 계약을 맺으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알리는 지난 1월 코모와 계약하며 처음으로 이탈리아 무대에 도전했다. 계약 기간은 18개월이며, 1년 연장 옵션이 포함돼 있다. 파브레가스 감독은 "구단은 알리의 잠재력을 믿고 있다. 그의 경험과 리더십이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복귀전에서 단 10분 만에 퇴장당하며 자신의 입지만 더 위태롭게 만들고 말았다. 경기가 끝난 뒤 영국 '텔레그래프'는 "알리는 세리에 A 데뷔전에서 10분 만에 레드카드를 받으며 최악의 출발을 했다"고 보도했다.
퇴장으로 인해 추가 징계 가능성까지 있는 만큼, 언제 다시 기회를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
알리는 여전히 축구선수로서 성공을 꿈꾸고 있다. 그는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출전이라는 목표를 밝히며 재기를 다짐한 바 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194경기 51골 34도움을 기록한 그의 재능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복귀전에서의 실망스러운 경기력과 퇴장은 그에게 더욱 가혹한 현실을 안겨주었다.
과연 알리는 코모에서 다시 기회를 얻고, 한때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그의 도전은 이제 막 시작됐지만,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아 보인다. /reccos23@osen.co.kr
[OSEN=정승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