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압도적인 꼴지다.
토트넘 홋스퍼는 16일 오후 10시 30분(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크레이븐 코티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PL) 29라운드에서 풀럼과 '런던 더비'에서 0-2로 패했다. 이로써 토트넘은 리그 3경기째 승리를 거두지 못하며 부진을 이어갔다.
아울러 승점 34(10승 4무 15패)에 머무르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승점 37)에 역전을 허용, 14위로 내려앉았다. 반면 풀럼은 승점 45(12승 9무 8패)를 만들며 8위로 점프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 경기도 손흥민을 비롯한 주전 멤버의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토트넘은 이번에도 졸전을 피하지 못했다. 전반 내내 돌파구를 찾지 못하며 45분 동안 유효 슈팅을 단 하나도 만들지 못했다. 슈팅 자체가 전반 15분 코너킥 공격에서 나온 벤탄쿠르의 헤더 하나뿐이었다. 오히려 수비에서 실수를 저지르며 풀럼에 기회를 헌납하기만 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손흥민 카드를 꺼내 들었다. 손흥민은 투입되자마자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는 후반 2분 우측면에서 페이크로 수비를 따돌리고 돌파한 뒤 패스했지만, 벤탄쿠르의 슈팅이 수비에 막혔다. 손흥민은 후반 13분에도 골문 앞으로 날카로운 프리킥을 올렸으나 동료 머리에 닿지 않았다.
풀럼이 0의 균형을 깼다. 후반 33분 윌손 오도베르가 무리하게 드리블을 시도하다가 공을 뺏기며 역습 빌미를 내줬다. 이어진 공격에서 호드리구 무니스가 절묘한 원터치 슈팅으로 골문 구석을 꿰뚫으며 선제골을 터트렸다.
풀럼이 쐐기골을 넣었다. 후반 43분 데이비스가 롱패스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고, 라이언 세세뇽이 달려들어 뺏어냈다. 세세뇽은 그대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가르며 2-0을 만들었다. 결국 토트넘은 지난해 내보냈던 세세뇽에게 골을 얻어맞으며 그대로 무릎 꿇고 말았다.
이날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대거 로테이션을 선택했다. 동기부여가 떨어진 리그보다는 아직 우승 가능성이 있는 진출한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에 온 힘을 쏟겠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토트넘은 대회 8강에서 분데스리가 4위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와 만난다.
풀럼전 선발 명단과 지난 14일 AZ 알크마르전 선발 라인업을 비교하면 무려 7자리가 바뀌었다. 손흥민과 오도베르, 제임스 매디슨, 루카스 베리발, 파페 사르, 페드로 포로, 미키 반 더 벤이 벤치로 내려갔다. 이를 본 토트넘 뉴스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아예 리그를 포기했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많은 팬들은 포스테코글루가 한 일을 보면 선수들이 런던을 가로지르는 짧은 여행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느끼고 있다. 풀럼전 선발이 토트넘이 PL에서 패배를 완전히 인정했다는 신호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앞으로도 리그에서 로테이션만 돌린다면 손흥민으로서도 달가운 일은 아니다. 적당한 컨디션 조절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계속해서 벤치에서 출발하다 보면 경기 리듬부터 흔들릴 수 있다. 팀이 무너지고 있는데 주장으로서 벤치에 앉는 일도 반가울 리 없다.
손흥민의 대기록도 끊기게 될 수 있다. 그는 지난 시즌까지 8시즌 연속 PL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해 왔다. 스포츠 탈장과 안와골절로 고생했던 2022-2023시즌에도 10골을 채웠다. 하지만 올 시즌엔 아직 리그 7골에 머물고 있다. 9경기를 남겨두고 계속해서 후반에 출전한다면 3골을 추가하기 쉽지 않다.
무엇보다 리그를 완전히 버리는 전략은 독이 될 수 있다. 패배가 거듭되고 팬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면 선수단 분위기도 망가질 수밖에 없다. 한 번 미끄러지면 그대로 탈락하는 UEL 토너먼트에도 당연히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토트넘 뉴스 역시 "포스테코글루가 UEL에 완전히 집중하는 이유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PL에서도 어느 정도 폼을 회복해야 한다"라며 "UEL이 최선이지만, 토트넘이 리그에서 계속 패한다면 사기도 떨어지고 원동력을 잃게 될 것이다. 따라서 시즌 말까지 큰 변화를 주지 않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경기 후 다시 한 번 팬들과 충돌했다. 자신에게 야유를 보내는 팬들에게 거친 반응을 보인 그는 경기 후 인터뷰서 다시 한 번 자신에 대한 비판 세력을 저격했다. 그는 "날 욕하는 사람은 크게 두 분류다. 하나는 방구석 해설자나 하나는 키보드 워리어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슨 이유인지 그들은 특정 인물을 비판하는 과정 자체를 즐긴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나에게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난 신경 쓰지 않는다"라면서 "솔직히 내 국적(호주) 때문에 더 까이는 것 같다. 부정하는 사람도 있지만 분명히 현실이다"고 덧붙였다.
국적 방패를 든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어떤 직업이든지 30년 넘게 그 일을 했다면 이미 베테랑이라는 것이다. 특히 그 업계 상위 1%만 할 수 있는 일(토트넘 감독)을 한다면 존중해야 된다. 난 지난 시즌 8위 팀을 5위 팀으로 만든 사람이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토트넘이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경질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부상'으로 인해 성적 부진을 이해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러모로 이해가 가지는 않는 발언. 토트넘은 2024년 하반기에 부상으로 휘청거렸으나 손흥민을 필두로 부상 선수가 복귀한 2025년은 더욱 부진하고 있다.
2025년 토트넘은 리그 경기서 승점 10점을 얻는데 그쳤다. 이는 리그 전체에서 17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오직 강등권 3팀 레스터시티(3점), 사우스햄턴(3점), 입스위치(2점)만이 토트넘보다 적은 승점을 올린 팀이다. 그 와중에 레스터 상대로 토트넘은 패배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부상과 무관하게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체제는 리그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약팀이란 것이다. 그럼에도 부상을 핑계로 감독을 무한 수호하고 있는 토트넘 운영진으로 인해 전통의 명문이 그대로 무너질 위기에 놓인 상황이다. /mcadoo@osen.co.kr
[OSEN=이인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