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카일 안토니오(35, 웨스트햄 유나이티드)가 교통사고 이후 처음으로 홈 구장에서 팬들과 만났다.
프리미어리그(PL)는 11일(이하 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안토니오가 런던 스타디움으로 감동적인 복귀를 이뤄냈다. 그는 심각한 교통사고를 겪은 뒤 3개월 만에 경기장으로 돌아와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라고 전했다.
웨스트햄은 11일 영국 런던에 위치한 런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PL 28라운드에서 뉴캐슬 유나이티드에 0-1로 패배했다. 이로써 웨스트햄은 승점 33(9승 6무 13패)으로 16위에 머물렀다.
경기는 패배로 끝났지만, 웨스트햄 팬들에겐 뜻깊은 하루였다. 지난해 12월 큰 사고를 당했던 안토니오가 오랜만에 런던 스타디움을 방문해 팬들과 인사를 나눴기 때문.
PL은 "안토니오는 뉴캐슬전 킥오프를 앞두고 런던 스타디움으로 감격스러운 복귀를 선보였다. 웨스트햄 팬들은 '마이클 안토니오-우리의 No.9'이라는 대형 배너를 들고 구단 PL 역대 최다 득점자(68골)인 안토니오를 환영했다. 그는 눈에 띄게 감동받은 모습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PL은 "결과는 웨스트햄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하지만 팬들과 그레이엄 포터 감독이 런던 스타디움에서 안토니오를 다시 만나게 된 건 가슴 따뜻한 순간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안토니오는 웨스트햄 역사에 이름을 남긴 공격수다. 뛰어난 피지컬을 자랑하는 그는 지난 2015년 노팅엄 포레스트를 떠나 웨스트햄 유니폼을 입었고, 이후 통산 323경기에서 83골을 터트렸다. 안토니오는 PL에서만 268경기 68골을 기록하며 구단 역사상 최다 득점 기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안토니오는 약 3달 전 대형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을 뻔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빗길에서 미끄러졌고, 에식스주 헤이든 보이스에 있는 나무에 크게 부딪혔다. 소방대원들이 안토니오를 사고 현장에서 빼내는 데만 거의 한 시간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영국 '더 선'은 "안토니오는 충돌 사고 후 거의 한 시간 동안 부서진 페라리에 갇혀 있다가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는 끔찍한 교통사고로 26만 파운드(약 4억 8800만 원)짜리 페라리 잔해에서 탈출해야 했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사고 사진을 보면 안토니오가 타고 있던 차량은 아예 반파됐다. 나무와 충돌한 부분으로 추정되는 조수석쪽은 원래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서졌다. 주변에 나뒹굴고 있는 잔해만 봐도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다.
다행히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웨스트햄 구단은 "안토니오가 안정적인 상태임을 알린다. 그는 의식이 있고, 의사소통이 가능한 상태다. 현재 런던 병원에서 면밀한 관리를 받고 있다. 어려운 시기에 모두가 안토니오와 그의 가족 사생활을 존중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다만 안토니오는 다리 골절로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그는 양 다리를 다쳤고, 대퇴골(골반과 무릎 사이에 있는 허벅지뼈)이 부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1년 이상 재활이 필요하며 은퇴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수술은 잘 마무리됐다. 안토니오는 2025년 1월 1일을 하루 앞두고 소셜 미디어에 목발을 짚은 사진을 공유하며 퇴원 인사를 남겼다. 그는 "매년 이맘때쯤이면 무엇이 감사한지 묻고, 매년 올바른 단어를 찾으려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올해엔 내가 감사하는 게 뭔지 정확히 알고 있다. 바로 살아있다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또한 안토니오는 "최근 겪은 일들이 눈을 뜨게 했다. 삶은 연약하고, 매 순간이 중요하다. 계속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주시고 여전히 여기에 있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라며 "축구계 전체가 보여주신 모든 사랑과 성원에 감사드린다. 그건 진정으로 그 세상을 의미했다. 여러분 모두를 사랑하고, 여러분 모두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란다. 곧 경기장 위로 돌아오겠다"라고 복귀 의지를 다졌다.
이제 끔찍한 기억을 뒤로 하고 경기장으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는 안토니오다. 그는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재활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따뜻한 날씨에서 운동하며 긍정적이고 꾸준한 진전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런던 스타디움에서 팬들과 인사까지 나눈 안토니오. 웨스트햄 서포터즈 '얼라이언스'는 "안토니오가 곧 경기장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다. 클럽과 협력해 이를 실현했다. 웨스트햄 가족이 그가 우리에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보여줄 수 있도록 도와주신 모든 팬분들께 매우 감사드린다"라고 밝혔다.
포터 감독도 안토니오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우리는 항상 안토니오가 괜찮은지 확인하는 데 집중해 왔다. 그는 회복하고 있고, 필요한 모든 지원을 확실히 받고 있다. 그는 큰 일에 대처해야 했지만, 환상적으로 해냈다"라고 칭찬했다.
또한 포터 감독은 "부상과 사고의 심각성 때문에 의료진과 함께 필요한 시간을 보내는 게 중요하다. 아직 복귀 시기를 정하고 싶진 않다. 안토니오의 회복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서두르고 있지는 않지만, 확실히 긍정적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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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고성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