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즈 파크 레인저스(QPR)의 양민혁(19)이 두 번째 선발 경기에서 실점 빌미를 제공하는 아쉬운 장면을 연출했지만, 여전히 현지에서는 그의 잠재력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일부 QPR 팬들은 그가 1시즌 더 팀에 머물렀으면 하는 소망을 드러낼 정도다. 하지만 양민혁은 '대표팀 선배' 손흥민(33)이 있는 토트넘으로 돌아간다.
영국 ‘풋볼 리그 월드’는 4일(한국시간) "양민혁은 QPR에 합류한 후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현재까지 선발로 2경기 나섰다. 1-2로 패한 셰필드 유나이티드전에서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더비 카운티전에서는 4-0 승리에 기여하며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라며 "QPR의 일부 팬은 그가 (더 잔류할 수 있도록) QPR이 또 다른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라며 양민혁이 성공적인 임대 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민혁은 QPR로 임대된 후 지난 2일 셰필드 유나이티드전에서 두 번째 선발 기회를 얻었다.
앞서 더비 카운티전에서 선발 데뷔전을 치르며 첫 도움을 기록했던 그는 이후 포츠머스전에서는 벤치에 앉았지만, 다시 선발로 나와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으면서 셰필드전에서 폴 스미스 대신 전반전부터 출전했다.
셰필드전에서 그의 초반 흐름은 좋지 않았다. 전반 10분 역습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볼을 빼앗겼고, 상대의 빠른 공격으로 인해 팀이 선제 실점을 허용했다. 실수가 직접적인 실점으로 이어져 아쉬움을 남겼다.
영국 무대에서 자신의 실수로 인해 실점한 것은 처음이었지만 양민혁은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과감한 슈팅을 시도했다. 전반 23분 코너킥 상황에서 박스 앞쪽으로 흐른 공을 잡고 왼발 슈팅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는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양민혁은 후반 21분 알피 로이드와 교체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실수도 있었지만, 자신감 있는 경기 운영이 돋보인 두 번째 선발 경기였단 평가가 뒤따랐다.
영국 ‘런던 월드’는 양민혁에 대해 "그는 뛰어난 잠재력을 보여줬다. 실점 장면에서 공을 빼앗겼지만 수비진 전체가 불안한 상황이었기에 그의 단독 책임으로 보기는 어렵다"라며 "볼을 잡을 때마다 상대에게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었다. 만약 모건의 패스를 받았다면 득점 기회를 살릴 수도 있었다"라고 평가했다.
마르티 시푸엔테스 QPR 감독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양민혁은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발전하고 있다. 홈에서 열린 최근 두 경기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남겼고, 포츠머스전에서는 벤치에서도 팀에 영향을 미쳤다. 앞으로 더욱 성장할 가능성이 큰 유망주"라고 치켜세웠다.
양민혁은 올 시즌 종료 후 토트넘으로 복귀한다.
요한 랑 토트넘 테크니컬 디렉터는 지난 6일 구단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된 인터뷰에서 "임대 중인 선수들이 올여름 복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양민혁 포함, 윌 랭크셔(웨스트 브로미치), 루카 건터(월드스톤)의 복귀 계획을 언급했다. 랑 디렉터는 "임대는 선수 성장의 필수 과정이다. 클럽의 많은 주축 선수들도 이 단계를 거쳐왔다. 양민혁과 윌 랭크셔, 루카 건터 모두 꾸준한 출전 기회를 통해 발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라며 임대 보낸 배경을 설명한 뒤 "이들은 여름에 복귀해 프리시즌 출전 준비를 마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민혁은 지난해 K리그 강원FC에서 활약하며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했다. 그는 2024시즌 도중이던 지난해 7월 토트넘 이적을 확정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양민혁은 올해 1월 팀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구단 요청에 따라 일정이 조정돼 지난 해 12월 중순 영국으로 먼저 출국했다.
토트넘 입단 후 공식 경기에 나서지 못하던 양민혁은 1월 29일 출전 기회를 찾기 위해 2부리그 QPR로 임대됐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양민혁은 아직 어린 선수이며 이곳(1부)의 높은 리그 수준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며 임대를 예고하는 발언을 했었고, 현실이 됐다. 그리고 성공적인 임대 생활을 하고 있다.
손흥민은 멀리서 양민혁을 응원하고 있다.
그는 양민혁의 임대가 결정되기 전인 지난해 12월 17일 영국 매체 '스탠다드'와의 독점 인터뷰에서 "양민혁에게 부담을 주지 말아 달라"고 조심스럽게 당부했다.
그는 앞서 8월에도 양민혁을 언급했다. 손흥민은 미국 스포츠 매체 '맨 인 블레이저스'과 인터뷰를 통해 “프리미어리그는 전혀 쉽지 않다. (양민혁에게) 힘들 것이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라며 "정상급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언어, 문화, 신체, 인성,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지내야 하는 등의 부분에서 완벽한 준비가 돼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양민혁을 겁주려는 의도가 아니다. 직접 겪은 것을 토대로 현실적인 조언에 무게를 둔 것이다.
손흥민은 “양민혁에게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부분”이라며 “K리그에서 잘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여기선 어린 선수들이 항상 기회를 노린다. 서로 포지션을 차지하려고 할 것”이라고 양민혁이 마주할 냉혹한 미래도 꺼냈다.
같은 측면 공격수이기에 양민혁은 ‘제2의 손흥민’으로 불리곤 한다. 손흥민은 웃으며 “양민혁이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돕겠지만, 내 자리를 100% 물려줄 생각은 없다. 그대로 가져가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양민혁이 자신의 능력을 바탕으로 위로 점점 올라와야 한단 뜻이 내포돼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손흥민은 “나도 열심히 할 것이다. 나부터 더 좋은 선수가 돼야 한다”라고 다짐했다.
양민혁이 다음 시즌부터 토트넘에서 뛴다면 ‘우상’ 손흥민의 백업으로 뛸 가능성이 높다.
최근 손흥민은 바이에른 뮌헨 이적설에 휩싸였지만 다가오는 여름 그가 팀을 떠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토트넘 소식을 주로 전하며 높은 공신력을 자랑하는 영국 '풋볼 런던'의 알레스데어 골드가 예상한 다가오는 여름 토트넘 예상 방출 명단에 손흥민은 없다.
‘풋볼 런던’ 소속 토트넘 전담 골드 기자는 3일 여름 이적시장에서 토트넘이 어떤 선수를 매각할 것인지 예측했다.
골드 기자는 이브 비수마(미드필더), 세르히오 레길론(수비수), 히샬리송, 브라이언 힐, 티모 베르너(이상 공격수), 프레이저 포스터, 알피 와이트먼(이상 골키퍼)이 떠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2023년 여름)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토트넘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후 토트넘은 급격한 세대교체를 겪었다. 젊은 선수들이 대거 영입됐고, 경험 많은 고액 연봉자들은 팀을 떠났다. 하지만 시즌 내내 심각한 부상 문제가 겹치며 올 시즌 팀 성적은 좋지 않다”라며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미래는 올 시즌 후 결정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다음 시즌 감독이 누구든지 간에 이번 여름 토트넘 선수단 개편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전급 선수들이 팀을 떠날 가능성이 크며, 자리 잡지 못한 유망주들도 이적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주전급 선수’에 손흥민도 포함되지만 골드 기자는 그가 다가오는 여름 팀을 떠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jinju217@osen.co.kr
[사진] 손흥민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토트넘 소셜 미디어 계정
[OSEN=노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