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 신화를 쓰고 있는 안토니(25, 레알 베티스)의 머릿속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복귀는 없었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5일(한국시간) "베티스 임대를 놀랍게 시작한 안토니는 스페인에서 커리어 부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여름을 넘어 그다음에도 베티스에 머물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라고 보도했다.
라몬 알라콘 베티스 CEO에 따르면 안토니는 다음 시즌에도 맨유로 복귀하지 않고 베티스에 남아 활약하길 꿈꾼다. 이미 베티스 측에도 이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라콘 CEO는 최근 '카날 수르'의 '엘 펠로타조 쇼'에 출연해 "얼마 전 안토니가 1년 더 머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서 매우 편안하게 지내며 도착하자마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준 시설에 놀랐다"라고 말했다. 안토니의 베티스 임대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만료되지만, 추가 계약을 원한다는 것.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맨유에서 속만 썩였던 안토니는 베티스에 합류한 뒤 펄펄 날고 있다. 데일리 메일은 "안토니의 최근 폼은 매우 인상적이다. 그는 2년 만에 브라질 대표팀에도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다. 안토니는 2022 월드컵에도 출전했고, A매치 16경기를 뛰었다. 하지만 맨유에서 부진으로 대표팀에서 밀려났다"라고 전했다.
말 그대로 환골탈태다. 안토니는 맨유에서는 구단 역사에 남을 최악의 영입이자 '역대급 먹튀'로 꼽히던 선수다.
사실 안토니는 아약스 시절만 해도 유럽 전역에서 주목받는 기대주였다. 그는 모하메드 살라와 재계약에 난항을 겪던 리버풀의 관심을 받기도 했지만, 맨유 유니폼을 입었다. 아약스를 지휘하던 에릭 텐 하흐 감독이 맨유에 부임하면서 안토니를 데려온 것. 맨유는 무려 1억 유로(약 1551억 원)를 들여 안토니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이는 최악의 선택이었다. 안토니는 데뷔전부터 아스날 골망을 흔들며 기대감을 모았지만, 이후로는 쭉 내리막을 걸었다. 비효율적인 개인기로 템포를 잡아먹으며 '팽이'라고 조롱받았고, 2022-2023시즌 리그 25경기에서 4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첫 시즌은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안토니는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PL) 29경기에서 단 1골만 넣으면서 아무 존재감도 드러내지 못했다. 시즌 최종 성적은 공식전 38경기 3골 2도움에 불과했다. 올 시즌에도 반전은 없었다. 안토니는 새로 부임한 후벵 아모림 감독 밑에서도 자리를 잡지 못하며 베티스 임대를 택했다.
베티스 유니폼을 입은 안토니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그는 스페인 공항에 도착해 "너무 행복하다. 난 준비가 됐다"라며 활짝 웃었고, 실제로 다시 날개를 펼치는 중이다.
안토니는 아틀레틱 빌바오를 상대로 한 데뷔전부터 날카로운 실력을 뽐냈고, 공격 포인트 없이도 MOTM(Man of the match)에 뽑혔다.
빠르게 득점포까지 가동했다. 안토니는 셀타 비고를 상대로 득점하며 2경기 만에 데뷔골을 작렬했고, 헨트전과 레알 소시에다드전에서도 골 맛을 보며 3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다. 라리가 선정 3경기 연속 MOTM까지 달성할 정도의 활약이었다.
안토니의 활약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는 헤타페전에서도 1도움을 추가하며 베티스의 2-1 승리를 이끌었고, 레알 마드리드전에서도 풀타임 활약을 펼치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이날 안토니는 공격 포인트를 올리진 못했으나 기회 창출 2회를 비롯해 측면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 덕분에 베티스도 '거함' 레알 마드리드를 2-1로 잡아내며 리그 6위까지 도약하게 됐다.
웃음을 되찾은 안토니. 그는 'RTV 베티스'를 통해 "마누엘 펠레그리니 감독이 내게 보내준 믿음은 엄청나다. 정말 감사하다"라며 "이곳에 오기 전에 감독과 대화를 나눴고, 그것이 나에게 큰 자신감을 주었다. 단순히 감독뿐만 아니라 동료 선수들 역시 나를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안토니는 "좋은 출발을 하는 것이 나에게 매우 중요했다. 난 다시 나 자신을 찾았다. 행복하게 일하고 있을 때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풀리는 법이다"라며 "매일 아침 웃으며 일어나고, 웃으며 잠자리에 든다. 그것이 나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라고 베티스 생활에 대한 만족감을 밝혔다.
텐 하흐 감독도 떠난 만큼 이제 안토니와 맨유의 인연은 막을 내릴 전망이다. 데일리 메일은 "안토니는 무슨 일이 있어도 여름에 맨유를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스페인에서 보여준 활약 덕분에 이적시장에 뛰어들 수 있게 됐다"라며 "다음 시즌 말에 2026 월드컵이 열린다. 안토니에겐 출전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완전 이적이 특히 중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맨유 또한 안토니가 PL에 적합한 스타일인지 의문을 품고 있는 만큼 이적을 막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관건은 이적료다. 맨유는 부활한 안토니의 몸값으로 5000만 유로(약 775억 원)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력이 뛰어나지 않은 베티스로선 감당하기 쉽지 않은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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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고성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