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 반 페르시(42) 감독이 황인범(29, 페예노르트)의 새로운 스승이 된 것을 전 스승에게 축하 받았다고 말했다.

페예노르트는 지난 23일(이하 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반 페르시는 페예노르트의 새로운 감독이다. 구단은 그가 1군 지휘봉을 잡고 있던 헤이렌벤 구단과 즉각적인 이적에 합의했다. 반 페르시는 2027년 여름까지 계약을 체결한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르네 하케 수석코치도 함께 합류한다. 에릭 텐 하흐 감독 밑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수석코치로 활동했던 그는 이제 반 페르시 사단에서 일하게 됐다. 페예노르트는 "하케는 지난 20년간 에멘, 즈볼러, 위트레흐트, 고 어헤드 이글스, 맨유에서 폭넓은 경험을 쌓았다. 그 역시 2027년 여름까지 계약을 맺었다"라고 밝혔다.

감독으로서 친정팀에 복귀한 반 페르시. 그는 "자랑스럽고 영광스럽다. 나와 페예노르트의 유대감이 얼마나 특별한지 모두가 알고 있다. 난 강력한 스태프, 선수단과 함께 훈련하고 경기를 치르며 함께 성공을 거둘 수 있길 매우 고대하고 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데니스 테 클로제 페예노르트 단장도 "새로운 감독으로 페예노르트의 아이콘을 선임하게 돼 기쁘다. 반 페르시는 클럽을 매우 잘 알고 있으며 성과를 내기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 그는 방대한 국제 경험을 바탕으로 선수들이 더 발전하도록 도울 수 있다. 반 페르시의 축구 철학은 우리가 추구하는 공격적이고 조직적인 축구, 배짱과 강도가 혼합된 축구와 완벽히 일치한다"라고 환영했다.

반 페르시는 네덜란드와 프리미어리그(PL)의 전설적인 공격수다. 페예노르트 출신인 그는 2004년 아스날로 이적했고, 2010-2011시즌 리그 18골을 터트리며 날개를 펼쳤다. 잦은 부상으로 자리를 비울 때도 많았으나 경기장 위에서 보여주는 득점력만큼은 월드클래스였다.

반 페르시는 빠르게 아스날의 핵심으로 발돋움했다. 그는 2011-2012시즌 주장 완장까지 맡았고, 처음으로 PL 38경기를 모두 소화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최종 성적은 PL 30골 9도움, 공식전 48경기 37골에 달했다. 하지만 아스날과 인연은 여기까지였다.

반 페르시는 2012년 여름 맨유로 이적했고, "내 안의 작은 아이가 속삭였다"라는 말을 남기며 아스날 팬들을 더 분노케 했다. 그는 맨유 유니폼을 입고도 105경기 58골 15도움을 올리며 활약을 이어갔다. 2012-2013시즌 꿈에 그리던 PL 우승 트로피까지 손에 넣었다.

이후 전성기에서 내려온 반 페르시는 2015년 페네르바체에 합류했고, 2018년엔 친정팀 페예노르트로 돌아왔다. 그리고 1시즌을 보낸 뒤 축구화를 벗었다. 네덜란드 A매치 최다 득점자(50골) 반 페르시가 현역에서 물러나는 순간이었다.

반 페르시는 곧바로 지도자로 변신했다. 그는 페예노르트 유소년 팀과 1군 팀을 오가며 코치로 활동했다. 당시 맨유를 이끌던 텐 하흐 감독이 반 페르시를 원한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그는 친정팀에 남기로 택했다.

경험을 쌓은 반 페르시는 지난해 여름 헤이렌베인과 2년 계약을 맺으며 감독 커리어를 시작했다. 시작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반 페르시는 갈수록 안정을 찾으며 팀을 정상 궤도에 올려뒀다. 주로 중하위권으로 시즌을 마치는 헤이렌베인은 현재 에레디비시 18개 구단 중 9위에 올라 있다.

그러자 새로운 감독을 찾고 있던 페예노르트가 구단 레전드인 반 페르시를 포착했다. 페예노르트는 이달 초 프리스케 감독을 경질했다. 프리스케 감독이 리버풀로 떠난 아르네 슬롯 감독의 공백을 잘 메워주길 기대했으나 약 반년 만에 결별하게 됐다.

이제 페예노르트는 반 페르시 감독과 함께 새로운 시대를 준비한다. 임시 감독으로 팀을 이끌었던 파스칼 보샤르트 감독은 다시 21세 이하(U-21) 팀을 지휘할 예정이다.

황인범의 추후 입지에도 시선이 쏠린다. 그는 올 시즌 페예노르트에 합류하자마자 프리스케 감독의 신뢰를 받으며 핵심 자원으로 활약했다. 페예노르트 중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다만 황인범은 최근 컨디션 난조와 부상으로 자주 자리를 비웠다. 지금도 휴식을 취하며 복귀를 준비 중이다. 반 페르시 감독 체제에서 다시 눈도장을 찍어야 하는 황인범이다.

한편 페예노르트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16강에서 '세리에 A 1위' 인터 밀란과 격돌한다. 이미 AC 밀란을 물리치고 올라온 페예노르트로서는 또 다른 밀라노 팀을 떨어뜨려야 하게 됐다.

반 페르시는 감독 부임 이후 아스날 시절 자신의 스승 아르센 웽거 감독에게 축하 인사를 받았다고 말했따. 그는 "우리 웽거 감독님은 나에게 축구의 아버지와 같은 사람이다. 그는 내가 감독이 되자 나를 축하해줬고 행운을 빌어줬다"라면서 "웽거는 나에게 있어 축구의 아버지와 같은 사람이다. 난 그를 아버지처럼 생각하고 있다"라고 미소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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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인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