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팀에서만 500경기를 뛰었지만, 축구 사랑은 여전하다. '베테랑' 최철순(38, 전북현대)이 식지 않은 열정을 자랑했다.

전북현대는 20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4-2025시즌 포트FC(태국)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TWO(이하 ACLT) 16강 2차전에서 1-0 승리를 거뒀다. 전반 5분 터진 박재용의 헤더 선제골이 그대로 승부를 갈랐다.

이로써 전북은 합계 스코어 5-0으로 포트를 누르고 8강에 올랐다. 거스 포옛 감독 부임 이후 3전 전승이다. 전북은 포트와 1차전에서 4-0 대승을 기록했고, K리그1 개막전에선 김천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그리고 전주성에서 다시 한번 포트를 잡아내며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게 됐다.

이날 전북은 뜻깊은 대기록도 추가했다. '원클럽맨' 최철순이 대한민국 프로축구 사상 전인미답의 숫자인 단일클럽 500경기 출장 기록을 세운 것. 그는 전북 유니폼을 입고 K리그(연맹주관 리그컵 포함) 404경기, AFC 챔피언스리그(엘리트+TWO) 70경기, 코리아컵 23경기, 클럽월드컵 3경기를 뛰면서 500경기 금자탑을 쌓았다.

우측 수비수로 선발 출격한 최철순은 종료 휘슬이 불릴 때까지 경기장을 누비며 90분 풀타임을 소화했다. 그는 경기를 마친 뒤 팬들의 박수 속에 동료들에게 헹가래를 받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믹스트존에서 만난 최철순의 표정은 밝았다. 송민규와 이승우, 박재용, 송범근 등 지나가던 전북 선수들도 최철순에게 장난스레 한마디씩 건네고 지나가며 모두를 웃게 만들었다. 달라진 선수단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최철순은 "팀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 일단 에너지 레벨이 많이 올라갔다. 또 선수들이 진짜 한 팀으로 뭉치고 있다. 경기를 할 때도 서로 희생하고 도우려는 플레이가 정말 좋아졌다"라고 밝혔다.

포옛 감독의 강도 높은 동계 훈련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최철순은 "체력 운동을 새로 했기 때문에 선수들이 한 발짝 더 뛰려고 하는 것 같다. 선수들 사이에선 프리시즌에 훈련한 게 아까워서라도 경기장에서 이겨야 한다는 마음이 조금씩 생겨나는 것 같다"라며 "나도 전북에서 동계훈련을 하면서 그렇게 많이 뛰어본 건 처음 같다"라고 웃었다.

여전히 90분 내내 쉬지 않고 뛰어다니는 최철순이다. 그는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재밌어요. 솔직히 재밌어요"라고 답하며 "축구하는 게 아직도 너무 재밌다. 경기장에 나가면 정말 온 힘을 다해 뛰고 싶다. 앞으로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내 모든 걸 다 보여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최철순은 500경기 이야기가 나오자 "내가 혼자 만든 기록이 아니다. 구단과 스태프, 선수단, 팬 여러분들께서 많이 도와주셔서 나온 기록이다. 앞으로도 계속 이어가겠다. 또 후배들이 이 기록을 깨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면 좋겠다"라며 미소 지었다.

동료들의 따뜻한 마음도 언급했다. 최철순은 "미팅부터 나를 위해서 이겨야 한다고 한마음으로 얘기해 주더라.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 오늘 하루만큼은 엄청 행복한 선수였다"라며 "너무 많은 축하 메시지를 받았다. 선수들이 내 500경기를 위해 꼭 이겨야 한다고 했던 말이 제일 와닿았다"라고 전했다.

8강에 진출한 전북의 다음 상대는 방콕 유나이티드를 꺾고 올라온 호주의 시드니 FC다. 전북은 내달 6일 홈에서 1차전을 치른 뒤 13일 호주로 이동해 원정 경기를 펼칠 예정이다. 최철순은 "모든 선수들이 이렇게 단합하고, 한 팀으로 나아간다면 어떤 경기든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finekosh@osen.co.kr

[사진] 고성환 기자,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OSEN=고성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