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용(25, 전북현대)이 생애 처음으로 왼쪽 윙어로 뛰게 된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전북현대는 20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TWO(이하 ACLT) 16강 2차전에서 포트FC(태국)에 1-0으로 승리했다. 전반 5분 나온 박재용의 헤더 선제골이 그대로 승부를 갈랐다.

이로써 전북은 합계 스코어 5-0으로 포트를 누르고 8강에 올랐다. 거스 포옛 감독 부임 이후 3전 전승이다. 전북은 포트와 1차전에서 4-0 대승을 기록했고, K리그1 개막전에선 김천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그리고 전주성에서 다시 한번 포트를 잡아내며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게 됐다.

이제 전북의 다음 상대는 방콕 유나이티드를 꺾고 올라온 호주의 시드니 FC다. 전북은 내달 6일 홈에서 1차전을 치른 뒤 13일 호주로 이동해 원정 경기를 펼칠 예정이다. 시드니는 워낙 멀기에 원정팀의 무덤으로도 불린다.

경기 후 박재용은 "우선 ACLT 8강에 진출해서 기분 좋다. 올 시즌 많은 득점을 해서 팀에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첫 번째 골이 들어가서 기쁘다. 8강 진출도 좋지만, 우리 팀 레전드 (최)철순이 형이 전북에서 500경기를 달성한 기념비적인 날이었다. 그런 경기에서 승리해서 좋다. 팀에 도움이 된 것 같아 기쁘다"라고 밝혔다.

이날 박재용은 왼쪽 윙어라는 낯선 포지션을 맡아 골 맛까지 봤다. 그는 "살면서 윙어는 처음 해봤다. 감독님이 미팅에서 자신감을 많이 불어넣어 주셨다. 스스로 믿으라고 하셨다"라며 "감독님이 첼시 시절 경험담도 얘기해주셨다. 처음에는 한숨을 너무 많이 쉬어서 감독님이 뭐라고 하셨다. 측면을 본 적이 없다고 했는데 감독님이 할 수 있다고 하셨다. 많은 생각을 하기보다는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려 했다"라고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포옛 감독도 박재용을 향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익숙지 않은 포지션인데 잘 적응했다. 박재용이 어디서 가장 잘 뛸 수 있는지 알고 있다. 박재용과 티아고 둘 다 출전 시간을 주고 싶어서 그랬다. 앞으로 스트라이커를 두 명 투입해야 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싶어서 실험한 측면도 있다. 어려움을 겪을 수 있었는데 오늘 잘해줘서 만족한다"라며 박재용 등을 두드렸다.

박재용에게 해준 이야기도 공개했다. 포옛 감독은 "커리어 초반 스페인에서 7년간 항상 중앙 미드필더로 뛰었다. 하지만 첼시에서는 감독이 프리시즌에 날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했지만, 잘 풀리지 않았다. 그래서 막바지에 날 왼쪽 윙어로 투입했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어제 박재용과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내가? 왼쪽에?' 라고 되물었다. 그래서 이후로 4년 동안 왼쪽에서 기용된 적이 많았다"라며 웃었다.

새로 합류한 '장신 공격수' 콤파뇨, 티아고 등과 원톱 자리를 두고 경쟁해야 하는 박재용이다. 그는 "전북현대라는 팀은 항상 좋은 선수들이 많다. 모든 K리그 팀에선 외국인 공격수와 경쟁해야 한다.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연연하지 않고 훈련이나 연습에서 좋은 모습 보여주면 감독님이 뛰게 해주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이를 들은 포옛 감독은 "맞다"라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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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OSEN=전주, 고성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