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14억 원 MVP’ 브라이스 하퍼(필라델피아 필리스)가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어깨를 무시하다가 큰코다쳤다.

이정후는 1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원정 4연전 2차전에 3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3회말 멋진 2루 보살을 선보였다.

샌프란시스코가 0-2로 뒤진 3회말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선발 저스틴 벌랜더가 선두타자 트레이 터너를 볼넷으로 내보낸 가운데 1루주자 터너가 2루 도루에 실패했다. 그러나 타석에 있던 하퍼에게 다시 볼넷을 내줬고, 후속타자 카일 슈와버를 중견수 뜬공 처리했다.

슈와버의 타구는 높이 떠올라 중앙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중견수 이정후는 워닝트랙 앞쪽으로 천천히 걸어가 미리 낙구 지점을 확인한 뒤 침착하게 이를 잡아냈다.

이 때였다. 1루주자 하퍼가 중견수 이정후의 포구 위치를 확인하고 돌연 태그업을 통해 2루를 노렸다. 주자의 이동을 인지한 이정후는 포구와 함께 2루를 향해 정확한 원바운드 송구를 뿌렸고, 이를 잡은 2루수 타일러 피츠제럴드가 하퍼를 태그아웃시켰다. 이정후의 강한 어깨가 빛난 순간이었다. 미국 현지 중계진은 “하퍼가 2루를 노렸지만, 이정후는 이미 준비가 돼 있었다”라고 강견 이정후를 치켜세웠다.

이정후는 타석에서도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 맹타를 휘둘렀다.

2-2로 맞선 6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첫 안타가 터졌다. 등장과 함께 필라델피아 선발 헤수스 루자도의 초구 가운데로 몰린 83.7마일(134km) 스위퍼를 받아쳐 우익수 앞으로 향하는 2루타를 때려낸 것. 전날 5타수 무안타 3삼진을 딛고 8타석 만에 안타를 신고한 순간이었다. 아울러 시즌 9번째 2루타를 치며 메이저리그 2루타 부문 선두를 탈환했다.

이정후의 출루는 득점으로 이어졌다. 맷 채프먼의 볼넷으로 이어진 1사 1, 2루에서 폭투로 3루에 도달한 이정후는 윌머 플로레스가 유격수 땅볼을 날린 틈을 타 홈을 밟으며 2-2의 균형을 깼다.

이정후는 멈추지 않았다. 3-6으로 뒤진 8회초 무사 1, 3루 찬스에서 추격의 1타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좌완 호세 알바라도를 만나 8구까지 가는 승부 끝 몸쪽 높은 100마일(160km) 싱커를 받아쳐 14일 뉴욕 양키스전 이후 2경기 만에 멀티히트를 달성했다.

이정후의 시즌 타율은 종전 3할2푼2리에서 3할3푼3리로 상승했다. 샌프란시스코는 필라델피아에 4-6으로 패했다.

[OSEN=이후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