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지금까지 잘하지 못해 생존을 했다고 생각한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외국인타자 제이크 케이브는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시즌 3차전에 3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1홈런) 4타점 2득점 원맨쇼를 펼치며 팀의 9-2 완승 및 4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이승엽 감독은 경기 후 “4회 나온 케이브의 홈런이 결정적이었다. 경기를 치를수록 좋아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오늘도 날카로운 스윙을 보여줬다. 한국무대 첫 홈런을 축하한다”라고 케이브를 수훈선수로 꼽았다.
케이브는 첫 타석부터 타점을 올렸다. 0-0이던 1회초 1사 3루 찬스에서 LG 선발 손주영 상대로 유격수 땅볼을 치며 3루주자 정수빈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결승 타점을 올린 순간이었다.
2-0으로 리드한 3회초에는 선두타자로 등장해 손주영의 초구에 좌전안타를 때려냈다. 이후 양의지의 우전안타가 터지며 2루를 거쳐 3루에 도달했고, 양석환의 좌익수 뜬공 때 태그업을 통해 홈을 밟았다.
백미는 세 번째 타석이었다. 4-0으로 리드한 4회초 1사 2, 3루 찬스에서 LG 이지강 상대로 3점홈런을 쏘아 올린 것. 초구 스트라이크를 지켜본 뒤 이지강의 2구째 높은 직구(142km)를 받아쳐 비거리 118m 좌월 홈런으로 연결했다. KBO리그 데뷔 12경기 만에 터진 첫 홈런이었다.
경기 후 만난 케이브는 “스윕패를 막는 건 항상 좋다. 특히 강팀을 상대로 큰 점수 차이로 이겨 기분이 좋다”라며 “홈런은 내가 원하는 대로 스윙을 했고, 원하는 방향으로 타구가 나왔다. 좌측으로 홈런을 친 게 아주 좋았다. 앞으로도 홈런이 많이 나올 거 같다”라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미국 출신 좌투좌타 외야수인 케이브는 2018년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 7시즌 통산 523경기 타율 2할3푼6리 OPS .692 45홈런 176타점을 남긴 화려한 경력의 보유자다. 지난해 콜로라도 로키스 소속으로 메이저리그 123경기를 밟은 현역 빅리거 출신이다.
케이브는 이번 시즌에 앞서 100만 달러에 두산과 계약, KBO리그에 전격 도전장을 내밀었는데 개막 후 각종 시행착오를 겪다가 설상가상으로 감기몸살에 걸려 열흘 동안 휴식 및 회복 시간을 가졌다. 시즌 초반 모든 게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케이브는 “질병, 부상으로 빠지는 건 당연히 안 좋은 거다. 물론 내가 빠졌을 때 팀이 많이 이겼는데 나는 개인의 성공이 곧 팀의 성공이고, 팀의 성공이 곧 개인의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팀이 잘하는 게 우선이다”라며 “내가 아픈 게 시즌 초반이라 다행이었던 거 같다. 빠질 거면 차라리 초반에 빠지는 게 낫다”라고 2군 생활을 되돌아봤다.
낯선 KBO리그. 이제는 적응을 어느 정도 했다고 봐도 될까. 케이브는 “야구라는 건 전 세계 어디를 가든 똑같다. 다만 아직까지 KBO리그 투수들의 폼과 공에 적응하고 있다. 와인드업이 메이저리그와 달라 타이밍을 잡기 어렵다. 또 내가 타석에 있는데 노래가 나오는 것도 솔직히 처음 경험해본다. 재미있다. 잠실구장도 확실히 투수친화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케이브는 이날 첫 홈런을 발판 삼아 두산의 효자 외국인타자가 되는 그날을 꿈꿨다. 그는 “오늘 홈런이 터닝포인트가 될 거 같다. 나는 지금까지 잘하지 못해서 생존을 했다고 생각한다. 가까스로 생존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홈런이 나왔다”라며 “그 동안 내 스윙이 나오지 못했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고 노력했는데 이제 성공이 다가올 거 같다”라고 좋은 예감을 전했다.
[OSEN=잠실, 이후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