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살았습니다.”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의 주전 포수 김형준(26)의 결자해지가 모두를 구했다. 김형준은 1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8번 포수로 선발 출장해 3타수 1안타(1홈런) 2타점 2득점 1볼넷을 기록하며 팀의 9-6 역전승을 이끌었다.
김형준은 이날 자칫 하면 역적이 될 수도 있었다. 2회 첫 타석에서 볼넷을 얻어냈지만 이후 두 타석에서는 모두 삼진으로 물러났다. 그러다다 7회초 수비에서 아찔한 실책을 범했다.
7-5로 앞선 7회초, 마운드에 올라온 한재승이 선두타자 레이예스에게 좌전안타, 유강남에게 볼넷을 허용해 무사 1,2루 위기를 자초했다. 그러나 바뀐 투수 전사민이 김민성을 유격수 병살타로 유도해 2사 3루로 상황을 정리했다.
그런데 후속 전준우 타석에서 포수 파울플라이로 이닝을 끝낼 수 있는 기회를 김형준이 놓쳤다. 이 타구를 놓치면서 전준우의 타석은 계속됐고 결국 유격수 내야안타로 3루 주자가 홈을 밟았다. 7-6으로 1점 차 추격을 당하는 신세가 됐다.
이제 추가점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 공교롭게도 7회말 김형준의 타석이 걸렸다. 7회말 김형준 은 2사 1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초구를 과감하게 휘둘렀다. 롯데 김상수의 초구 130km 슬라이더를 받아쳤고 좌측 담장을 크게 넘어가는 투런포로 연결됐다. 시즌 4번째 홈런포였고 9-6으로 달아났다. 자신이 내준 점수를 스스로 갚았다. 점수 차는 더 이상 바뀌지 않았고 NC는 이날 시리즈 스윕패를 면했고 롯데전 8연패도 탈출했다.
경기 후 김형준은 “홈 경기를 못해서 힘들었는데 그래도 마지막에 이길 수 있어서 좋다. 또 그 전에 실책을 했는데, 다행히 좋은 결과가 나와서 살았다”라고 멋쩍게 웃었다.
실책 상황에 마음이 편치 않을 수밖에 없었다. 실책 상황에 대해 “바람이 많이 불더라. 공이 그래서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왔다. 이 정도 위치에서 자리를 잡으면 공이 와야 하는데 오지 않더라”며 “그렇게 놓치고 제발 막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결국 1점을 주게 됐다”라고 되돌아봤다.
타석에서는 자칫 힘이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김형준은 초구를 부드럽게 받아쳐 장타력을 과시했다. 그는 “일단 홈런을 노리지는 않았다. 홈런이 아니더라도 계속 연결해서 기회를 이어가려는 생각을 갖고 타석에 들어갔다”며 “초반 카운트에 스트라이크 잡으러 들어오는 공을 빠르게 치려고 했고 그게 또 잘 맞아서 좋은 타구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NC는 지난달 발생한 구조물 낙하 인명 사고로 홈 경기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긴급시설물안전진단 절차가 완료되지 않으면서 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원정 경기를 이어가고 있다.
김형준은 “일단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저희가 받아들여야 할 일이다. 그렇다고 야구를 안 할수도 없는 것이지 않나”라며 “주어진 환경이 안 좋더라도 그래도 매번 플레이를 집중하려고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열심히 하는 것 밖에 없다. 그래도 창원은 빨리 가고 싶다”라고 언급하며 하루 빨리 홈 경기가 정상 진행되기를 바랐다.
[OSEN=부산, 조형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