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감독이 경질된 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UAE 축구협회는 26일(한국시간) 공식 채널을 통해 “포르투갈 국적의 벤투 감독과 그의 코칭스태프를 해임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프린스 빈 파드 스포츠시티에서 열린 북한과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A조 8차전에서 UAE의 2-1 승리를 이끈 뒤 벤투 감독은 경질됐다.

북한을 잡은 UAE는 4승1무3패(승점 13)를 기록, A조 3위에 위치했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에선 각 조 1, 2위에 본선행 직행 티켓이 주어진다.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10경기씩 치러진다.

이미 A조에선 ‘선두’ 이란(승점 20)이 남은 2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조기 본선을 확정했다. 2위 자리를 두고 우즈베키스탄(승점 17)과 UAE가 경쟁을 펼치는 구조다.

UAE가 본선에 직행하지 못하더라도 각 조 3~4위가 나설 수 있는 4차 예선에서 다시 한번 본선행을 도전할 수 있다.

다가오는 9차전에서 UAE는 조 2위 우즈베키스탄과 격돌한다. 반드시 승리해 순위를 끌어올려야 하지만 '조 꼴찌' 북한도 겨우 이긴 전력으로 ‘강호’ 우즈베키스탄을 이기긴 쉽지 않단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UAE 축구협회는 벤투 감독 경질을 택했다.

벤투 감독은 2023년 7월 9일 UAE 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2026년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을 목표로 3년 계약을 체결했으나 임기를 1년 8개월 남기고 중도 하차했다.

벤투 감독은 부임 직후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에서 4-1로 이기며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 2023년 11월부터 시작된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는 6경기 5승 1무를 기록, H조 1위를 차지해 최종예선에 진출했다.

2024년 11월 카타르와 3차 예선에서 5-0으로 대승해 주목받은 벤투 감독은 올해 3월 북한을 2-1로 꺾으며 월드컵 본선 직행 희망을 이어갔다.

하지만 3월 20일 이란 원정에서 0-2로 패한 뒤 급격하게 여론이 나빠졌다. 여기에 '조 최하위' 북한도 후반 추가시간 극장골로 가까스로 이겼다.

아시안컵에서도 벤투 체제의 UAE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바 있다.

2024년 1월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UAE는 조별리그 1승 1무 1패로 16강에 진출했으나 타지키스탄과의 경기에서 승부차기 끝에 탈락했다. 2019년 4강 신화에 비해 초라한 성적이었다.

당시 벤투 감독은 경기력 저하와 함께 알리 마브쿠트를 제외한 선발 운용 등으로 여론의 비판도 받았다.

벤투 감독은 UAE에서 총 26경기를 지휘해 14승 5무 7패를 기록했다. 승률은 약 53.9%로 최근 UAE 대표팀 감독들 중 높은 수준을 자랑했지만, 아시안컵 조기 탈락과 월드컵 3차 예선 후반기 부진으로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UAE  알이마라트 알야움은 "벤투 감독은 UAE 대표팀을 이끄는 동안 여러 차례 전술과 선수 기용에 대해 비판을 받아왔다"라고 경질 배경을 분석했다.

UAE 대표팀에서 A매치 통산 27경기 소화했던 전 국가대표 골키퍼 무아타즈 압둘라는 “이란전에서 0-2로 패한 뒤 벤투 감독은 팬들의 신뢰를 잃었다"라며 "개인 기량은 좋지만 UAE 조직력은 부족했다"라고 지적했다.

UAE축구협회는 이번 이란 원정, 북한과의 홈 경기를 앞두고 승부수를 띄우기 위해 UAE 리그에서 뛰는 브라질 출신 선수 등 무려 8명이나 귀화시켰으나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안컵에서도 벤투 체제의 UAE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바 있다.

지난해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부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UAE는 4강 이상의 성적을 원했는데 정작 16강에서 행보를 멈췄다.

그것도 한 수 아래로 여길 수 있는 타지키스탄에 승부차기로 패했다. 당시 UAE는 타지키스탄에 먼저 골을 내주고 끌려갔다. 후반 추가시간까지 모두 흘러갔을 무렵 극적인 동점골 덕분에 연장으로 승부를 끌고갔다. 여기에서라도 시원하게 이겼어야 했는데 UAE는 승부차기까지 갔고 끝내 무너졌다.

UAE는 벤투 감독의 철학대로 65.5%의 볼 점유율과 769개의 패스 시도로 타지키스탄을 기록면에서 압도했다. 그러나 슈팅수에서 18대16으로 큰 차이가 없었고 유효 슈팅도 6-6으로 같아 실익에 있어 타지키스탄에 밀렸던 게 뼈아팠다.

타지키스탄의 FIFA 랭킹은 99위이고 UAE는 63위다. 현재 랭킹이다.

벤투 감독에게 실망할 수밖에 없었던 게 아시안컵 16강 성적은 근래 UAE에 있어 가장 좋지 않은 성적이다. 이들의 아시안컵 역대 최고 성적은 1996년 자국에서 열렸던 대회로 준우승까지 달성했다. 이후 잠잠하다 최근 들어 성적이 괜찮았다. 2015년 호주 대회에서는 3위, 직전 2019년 개최국으로 나섰던 대회에서도 4강 진출에 성공했다.

그때부터 UAE와 벤투 감독의 사이는 껄끄러워졌다. 직접적인 비판의 수위가 커졌다. 당시 벤투 감독은 "아시안컵 이후 프로젝트에 자신이 있다. 어떤 부분이 제대로 되지 않았는지 생각해야 한다. 이번 대회에서 새로운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다. 이후에 팀에 큰 도움이 될 선수들"이라고 미래를 바라봤다.

걸프스포츠는 "UAE 협회가 벤투의 축구 대표팀 지휘 방식에 불만을 품었다. 벤투는 자신의 생각과 고집이 세서 축구협회는 그가 높은 수준의 감독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라고 설명했다. / 10bird@osen.co.kr

[OSEN=우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