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인을 잘못 본 것 같다"

5할대 타율로 잘 치고 있는 4번타자 앞에서 2루 주자가 3루 도루를 하다가 아웃됐다. 갸우뚱하는 상황, 적극적으로 '뛰는 야구'를 표방하는 LG 벤치의 허를 찌른 과감한 작전이었을까. 진실은 '사인 미스'였다.

지난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LG의 경기. LG 송찬의는 4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한화 선발 류현진의 체인지업을 공략해 좌중간 2루타로 출루했다. 중견수 플로리얼이 따라가 마지막 포구를 시도했는데 글러브에 살짝 스치고 떨어졌다.

오스틴의 잘 맞은 3유간 땅볼 타구를 유격수 심우준이 다이빙캐치로 잡아냈고, 재빨리 일어나 1루로 던져 아웃을 잡았다. 1사 2루, 4번타자 문보경 타석이었다. 2경기 연속 투런 홈런을 때렸고, 이날 2회 류현진 상대로 안타를 때려 타율 5할5푼6리(9타수 5안타)였다.

그런데 2루주자 송찬의가 문보경 타석에서 3구째 3루 도루를 시도했다. 하지만 포수 최재훈의 정확한 송구에 태그 아웃됐다. 1사 2루 득점 찬스가 2사 주자없는 상황으로 돌변했다. 이후 문보경은 투수 땅볼 아웃으로 이닝이 끝났다. 송찬의는 전날 경기 후 3루 도루 아웃에 대해 “사인을 잘못 본 것 같다”고 말했다.

하루 뒤, 26일 잠실구장에서 염경엽 감독은 전날 3루 도루 상황을 묻자, “그것도 우리(코칭스태프) 잘못이다”고 말하며 “제일 잘 맞고 있는 타자 앞에서 왜 뛰어. 갑자기 뛰길래, 정수성 코치에게 '사인 줬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사인 안 줬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송찬의가 사인을 잘못 본 것. 염 감독은 “야구 잘하고 있길래 괜찮아 하고 말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송찬의는 26일 한화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사인 미스에 대한 문책이 아니다. 염 감독은 “어제 얼굴에 태그를 당하면서 코에 상처가 났다. 선수 보호 차원에서 뺐다”고 웃으며 말했다. 송찬의는 3경기에서 선발 출장해 11타수 5안타(타율 .455) 1홈런, 2루타 2개, 2타점 2득점으로 활약했다. (문성주가 허리 잔부상에서 회복하고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었다)

염 감독은 "(3경기에서) 찬의가 잘해준 게 엄청 크다. 1년을 팀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엄청나게 큰 거니까, 사실 될지 안 될지 모르고 기회 주는 거잖아요. (문)성주 자리를 큰 공백 없이 메워줬으니까. 오늘부터는 성주가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거는 기존 주전들이 잘하고 찬의, 정빈이, 본혁이, 주헌이가 커야 팀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LG는 이날 홍창기(우익수) 문성주(좌익수) 오스틴(1루수) 문보경(3루수) 오지환(유격수) 김현수(지명타자) 박동원(포수) 박해민(중견수) 신민재(2루수)가 선발 출장한다. 문성주와 신민재가 첫 선발 출장, 올 시즌 처음으로 주전 완전체 라인업이 가동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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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잠실, 한용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