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진심으로 봐야 할까. 도전하는 자를 비웃을 순 없지만 진짜 도전인지 모르겠다.
‘킹캉’ 강정호(38)가 메이저리그 재도전에 나선다. 은퇴 후 미국 LA에서 타격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KBO리그 선수들의 일타 강사로 주목받던 강정호는 지난 24일 자신의 개인 채널을 통해 MLB 트라이아웃에 도전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강정호는 지난주 메이저리그 재도전을 주제로 투표를 진행했고, 약 3만명 팬들이 참여한 결과 찬성 92%, 반대 8%가 나왔다. 팬들의 절대 지지 속에 완전히 끝난 줄 알았던 선수로서 열정을 다시 불태운 것이다.
‘라스트 댄스 도전 MLB 트라이아웃’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개인 운동과 배팅 케이지에서 타격하는 모습을 보여준 강정호는 “이렇게 많은 분들이 투표를 해주셔서 안 할 수가 없겠더라. 나이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드리려 한다. 정말 늦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고 싶고, 결과에 상관없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늘부터 시작이니까 끝날 때까지 한번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 정말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응원을 해주셨으면 너무 감사드리겠다. 저도 힘을 내서 열심히 한번 해보겠다. 파이팅”이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강정호의 이 같은 도전이 얼마나 진심인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개인 채널의 화제성을 높여 조회수를 늘리는 게 주된 목적일 수도 있다. 설령 진심으로 MLB 트라이아웃에 도전을 한다고 해도 실현 가능성이 극히 낮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강정호의 마지막 경기는 벌써 6년 전이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소속이었던 2019년 7월30일 신시내티 레즈전이 선수로서 마지막 출장이었다. 그 이후 피츠버그에서 방출됐고, 밀워키 브루어스와 마이너리그 계약 직전까지 갔으나 취업 비자 문제로 무산됐다.
이에 앞서 강정호는 2016년 12월 서울에서 음주 뺑소니 사고를 내면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 선고를 받았다. 2009년, 2011년에 이어 3번째 음주운전인 것으로 드러나 사회적으로 충격을 줬다. 이로 인해 미국 당국이 강정호의 취업 비자 갱신을 거부했고, 국내에 발이 묶인 강정호는 2017년을 통째로 쉬었다.
그해 겨울 도미니카공화국 윈터리그를 뛰며 실전 감각을 찾는 데 주력한 강정호는 2018년 5월 비자 발급과 함께 메이저리그 복귀의 길이 열렸다. 그러나 마이너리그에서 손목 부상을 당해 수술을 받으며 또 제동이 걸렸고, 그해 9월 마지막 3경기를 뛰었다.
피츠버그와 1년 보장 300만 달러에 재계약한 강정호는 2019년 실질적인 복귀 시즌을 맞이했다. 시범경기 홈런왕(7개)으로 부활하는가 싶었지만 2년 공백을 무시할 수 없었다. 시즌에 들어가선 우리가 알던 그 강정호가 아니었다. 65경기 타율 1할6푼9리(172타수 29안타) 10홈런 24타점 OPS .617. 한 방 능력은 있었지만 1할대 타율로 정확성이 극히 떨어지는 공갈포였다. 2015~2016년 각각 21.2%, 21.4%였던 삼진율도 32.4%로 치솟았다.
전성기 강정호는 패스트볼 킬러였다. 특히 2016년에는 패스트볼 타율 3할1푼8리(176타수 56안타) 14홈런으로 극강이었다. 그러나 2019년에는 패스트볼 타율 1할8푼4리(98타수 18안타) 4홈런으로 무너졌다. 2년 실전 공백으로 반응 속도가 느려진 영향인지 패스트볼에 대처가 되지 않았다. 타격뿐만 아니라 3루 수비도 무너졌다. 평균 대비 아웃카운트 처리 지표인 OAA가 2016년 +5에서 2019년 -2로 크게 하락했다.
그때 당시 강정호의 나이는 32세. 지금은 나이를 여섯 살이나 더 먹었고, 실전 공백은 5년으로 훨씬 길다. 메이저리그에서 성공과 실패 모두 경험해본 강정호가 이를 모를 리 없다. 강정호의 진정성을 정확히 알 순 없지만 확실한 것 하나는 팬들의 관심을 끌만한 방송 컨텐츠가 될 것이란 점이다. 짧지만 강렬했던 강정호의 전성기를 기억하는 메이저리그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waw@osen.co.kr
[OSEN=이상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