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우(32, 알 아인)가 실점으로 이어진 자신의 실수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5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B조 8차전에서 요르단과 1-1로 비겼다.

이로써 한국은 지난해 11월 팔레스타인전부터 지난 20일 오만전, 이날 요르단전까지 3경기 모두 무승부를 기록했다. 특히 안방에서 치른 두 경기 모두 승리하지 못하며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이제 한국은 승점 16(4승 4무)으로 불안한 조 1위를 유지 중이다. 2위 요르단(승점 13), 한 경기 덜 치른 이라크(승점 12)와 격차가 크지 않다. 6월 A매치 결과에 따라 뒤집힐 가능성도 충분하다.

대표팀은 이번 안방 2연전에서 승리하며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조기에 확정하겠다는 각오였지만, 물거품이 됐다. 무패 기록을 이어가며 가까스로 1위 자리를 지킨 점이 그나마 위안이다.

한국은 경기 시작 5분 만에 앞서 나갔다. 주인공은 바로 이재성. 전반 5분 손흥민이 왼쪽에서 예리한 코너킥을 올렸고, 이를 쇄도하던 이재성이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지난해 10월 요르단 원정에 이어 다시 한번 요르단을 상대로 선제골을 뽑아낸 이재성이다.

요르단이 역습 한 방에 동점을 만들었다. 전반 30분 나온 박용우의 실수 하나가 치명적이었다. 요르단이 중원에서 박용우의 공을 뺏어내며 역습을 시작했고, 무사 알타마리가 위협적인 왼발 슈팅을 날렸다. 이 슈팅은 조현우가 막아냈지만, 흘러나온 공을 마흐무드 알마르디가 터닝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1년 전 패배가 오버랩되는 장면이었다. 한국은 지난해 2월 카타르에서 열린 2023 아시안컵에서 요르단에 막혀 4강 탈락했다. 당시에도 박용우의 실수가 화근이 되면서 실점을 허용했고, 결국 0-2로 패배했다.

한국은 같은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후반전 더 적극적으로 공격을 펼쳤다. 측면에서 위협적인 돌파와 크로스도 몇 차례 나왔다. 그러나 요르단의 골문을 다시 열어젖히기엔 조금씩 모자랐다. 결국 경기는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박용우는 굳은 얼굴이었다. 그는 "홈 경기에서 많은 팬분들이 찾아와 응원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오늘 선수들이 전반부터 되게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 실수로 인해 흐름을 잃은 것 같다. 팀과 모두에게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남은 두 경기 더 잘해서 좋은 결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사과를 전했다.

부상 복귀한 황인범과 호흡을 맞춘 박용우다. 박용우는 "그 전부터 인범이와 호흡을 맞춰왔다. 또 인범이가 잘해줘서 플레이할 때 되게 편했다"라고 되돌아봤다.

이날 박용우는 실점으로 직결된 실수를 제외하고는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좌우 전환 패스도 정확한 편이었다. 홍명보 감독 역시 기자회견에서 "박용우는 예전에도 실수를 했지만, 실수 하나로 이야기하기는 과하다. 전체적으로 밸런스나 호흡은 하루이틀 훈련하고 나간 것으로는 가장 좋은 조합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박용우가 실수했지만, 큰 문제는 없다"라고 감쌌다.

박용우는 이에 대해 "경기를 잘해도 그런 실수 하나가 팀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 나도 그 실수에 대해 계속 반성하고 복기하고 있다. 다시는 그런 실수가 나오지 않도록 내가 노력해야 한다"라고 자책했다.

다행히 무승부에도 라커룸 분위기는 그리 어둡지 않은 듯 보였다. 선수단이 믹스트존으로 나오기 전에는 한 차례 함성과 박수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묻자 박용우는 "흥민이 형이 전혀 무서울 거 없고 우리는 아직도 조 1위라고 말씀해 주셨다. 다음 두 경기 다 이기면 된다고 하셨다. 꼭 다 이겨서 조 1위로 월드컵 가자고 하셨다. 선수들도 무섭게 느끼고 있진 않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다독이는 분위기였다. 아무래도 경기에서 이기진 못했지만, 지금 분위기가 처지면 안 된다. 선수들끼리 다독이면서 얘기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홈에서 유독 약한 모습을 개선해야 하는 홍명보호다. 대표팀은 원정에서 3승 1무를 기록했지만, 홈에서 1승 3무에 그치고 있다. 박용우는 "딱히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어쨌든 우리가 좋지 못한 성적을 거둔 거다. 무슨 얘기를 하든 다 변명이 될 것 같다. 그냥 우리가 더 잘해야 하는 것밖에 없다"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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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수원, 고성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