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자리 홈런을 예고하는 것일까.

KIA타이거즈 포수 한준수(26)의 방망이가 심상치 않다. 개막 2연전에서 모두 홈런을 터트렸다. 그것도 대형홈런이었다. 강력한 타격능력을 갖춘 공격형 포수라는 평가가 틀리지 않았다. 풀타임 2년째를 맞아 장타를 비롯한 타격 포텐이 터질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22일 NC다이노스와의 개막전은 벤치에서 출발했다. 개막전이기에 주전 김태군이 마스크를 썼다. 천재타자 김도영도 부상으로 당하면서 경기가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 1-2로 끌려가는 가운데 7회말 2사2루에서 김태군 대신 대타로 들어섰다. 시즌 첫 타석이었다. 풀카운트 승부를 벌였으나 2루 땅볼에 그쳤다.

그러나 8회말 한 방이 터졌다. 6-2로 역전한 가운데 NC 구원투수 김재열의 145km짜리 4구 직구를 끌어당겨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110m를 날아가는 쐐기를 박는 시즌 첫 홈런이었다. 팀은 9-2로 승리를 거두었다. 개막전부터 홈런포가 터질줄은 자신도 생각하지 못했다.

한준수는 "홈런을 생각하고 들어가지 않았다. 이렇게 빨리 터져 마음이 편하다. 나가면 나갈수록 더 나올 가능성이 높아질 듯 하다. 첫 타석 중요한 상황에서 대타로 나섰는데 타이밍이 너무 늦었다. 다음 타석에서 늦지 않게 돌려보자는 생각으로 들어갔다. 그게 마침 정타가 맞아 홈런이 나왔다"며 비결을 밝혔다.

시범경기에서는 부진했다. 17타수 3안타(1홀런) 타율 1할7푼8리에 그쳤다. 스프링캠프 실전에서는 포수로 나서 수비도 실수도 범하면서 이범호 감독에게서 쓴소리도 듣기도 했다. 뭐가 답답하고 막힌 흐름이었다. 그러나 개막전에서 한 방으로 시원하게 혈을 뚫었다.

"솔직히 걱정이 있었다. 첫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내고 승리하니까 어떻게 풀어나가는지도 수월해졌다. 시범경기에서는 투수랑 수싸움을 해야하는데 내 자신과 많이 싸우느라 주춤했다. 이제 홈런을 쳤으니 내가 아닌 투수와 열심히 싸워보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 기세는 23일 개막 2차전까지 이어졌다. 이날은 선발포수로 나섰고 마지막 타석에서 또 한 방이 나왔다. 3-5로 뒤진 가운데 1사후 NC 마무리 류진욱의 146km짜리 직구를 통타했고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아치를 그렸다. 125m짜리였다. 개막 2경기에서 장타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두 자리 홈런 가능성을 벌써부터 보여주었다. "타석에 들어가면 홈런은 생각하지 않는다. 내 것을 하다보면 홈런이 나올 것이다"고 기대했다.

공격보다는 가장 중요한 여기는 대목은 포수 수비이다. 신뢰를 주는 주전포수가 되기 위해서는 포구와 송구, 볼배합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 안정감을 보여야 한다. "포구 미스도 있었다. 작년보다 더 줄여나가려고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송구를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안일한 플레이가 나오지 않게 준비 잘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2023시즌 육성선수 신분에서 6월 말에 1군 콜업을 받아 제 2의 포수로 자리를 잡았다. 2024시즌은 처음으로 풀타임 1군이었다. 타율 3할7리 7홈런 41타점, OPS .807를 기록했다. 규정타석은 실패했으나 3할 타율과 OPS .800을 넘기는 포수로 우승에 일조했다. 두둑한 우승보너스에 연봉도 1억4000만원까지 치솟았다. 한준수는 "정말 잊지 못한 해였다. 올해도 꼭 다시 한 번 해보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sunny@osen.co.kr

[OSEN=이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