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감독의 계약 마지막 시즌, 두산 베어스의 시즌 초반 구상이 꼬여버렸다.

KBO는 21일 오후, 개막전에 나설 10개 구단 280명의 엔트리를 공개했다. 신인 선수 8명이 포함된 가운데, 두산 베어스의 개막엔트리에 특이점이 발견됐다. 토종 에이스 곽빈(26)과 핵심 불펜 홍건희(33)이 나란히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다.

두산은 두 선수가 부상으로 개막 엔트리 승선이 불발됐다고 발표했다. 곽빈은 지난 19일 퓨처스리그 고양전 5이닝 1피안타 3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정규시즌을 앞둔 마지막 점검을 마쳤다. 하지만 등판을 마친 뒤 왼쪽 옆구리 통증을 호소했고 검진 결과 왼쪽 내복사근 부분 손상 소견을 받았다.

홍건희의 상태는 좀 더 심각하다. 홍건희는 16일 투구 훈련 중 우측 팔꿈치 통증이 발생했고 우측 팔꿈치 내측인대 손상 진단을 받았다. 투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부위이기에 부상 결장이 장기화 될 수 있다. 두산은 “두 선수 모두 4월 초에 재검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승엽 감독의 3년차 시즌이다. 또한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제대로 확인하면서 더 높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독하게 칼을 갈았다. 그 중심에 있어야 할 선수들이 곽빈과 홍건희인데 개막 초반 함께하지 못하게 됐다.

특히 두산은 지난 수년 간 외국인 선수들의 부상 때문에 시즌을 그르쳤다. 그렇기에 제대로 된 외국인 선수를 수혈해 올 시즌을 제대로 준비했다. 빅리그 통산 134경기(92선발) 통산 28승을 거두고 150km 이상의 강속구를 뿌리는 콜어빈을 영입했다. 토마스 해치의 메디컬 테스트 이슈로 대신 계약한 잭로그 역시 스위퍼를 던지는 투수로 2선발 역할을 충분히 하고도 남을 선수다. 두 외국인 투수는 시범경기 기간 한국 무대에 연착륙 중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아울러 지난해 롯데와의 3대2 트레이드로 합류한 외야수 김민석이 맹활약을 펼치며 리드오프로 낙점 받았고 ‘잠실 거포’ 김재환을 강한 2번 타자로 쓰려는 구상을 했다.

이승엽 감독은 올해로 3년차 시즌을 맞이한다. 계약 마지막 시즌이기도 하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2023년에는 5위로 포스트시즌에 턱걸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NC에 패퇴했고, 지난해는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와일드카드 결정전 역사상 최초로 5위팀에 업셋을 당하며 굴욕적으로 시즌을 마무리 했다.

두산 박정원 구단주는 올해 일본 미야자키 스프링캠프지를 찾아서 “4위, 5위 하려고 야구하는 것이 아니다. 열정을 갖고 최선을 다해서 베어스다운 야구로 팬들에게 보답해주기를 바란다”고 이승엽 감독과 선수단을 향해 분발을 촉구했다.

이승엽 감독도 계약 마지막 시즌을 맞이하는 각오를 요약하지면 ‘백의종군’이다. 그는 “올해 개인적인 각오는 없다”라며 “그냥 우리 두산 베어스가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도록 선수들과 힘을 합칠 것이다. 매년 더 높은 성적을 올려야한다는 생각을 당연히 하고 있고, 한 번이라도 더 이기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 재계약은 전혀 상관이 없다. 재계약은 눈곱만큼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올해 우리 두산 베어스가 많은 박수와 응원을 받을 수 있는 팀이 됐으면 좋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그러나 개막하자마자 핵심 선수들이 부상 악재와 마주하면서 이승엽 감독의 계약 마지막 시즌 시작부터 삐걱거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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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조형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