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에서 류현진과 함께 뛰었던 외야수 알렉스 버두고(29)가 FA 미아로 전락했다. 메이저리그 오퍼를 단 하나도 받지 못한 것이 더 놀랍다.
미국 ‘디애슬레틱’은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간) 버두고가 지난해 시즌을 마치고 FA가 된 뒤 메이저리그 오퍼를 단 하나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LA 에인절스,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관심이 있다는 ‘썰’만 있었을 뿐 공식적인 제안은 없었던 것이다.
좌투좌타 외야수 버두고는 2017년 LA 다저스에서 데뷔한 뒤 지난해까지 보스턴 레드삭스, 뉴욕 양키스에서 뛰며 메이저리그 8시즌 통산 800경기 타율 2할7푼2리(2886타수 784안타) 70홈런 316타점 OPS .742 기록했다.
유망주 시절 기대치에 비해 크지 못했지만 보통 수준의 주전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지난해 시즌을 앞두고 보스턴에서 양키스로 트레이드된 뒤 149경기 타율 2할3푼3리(559타수 130안타) 13홈런 61타점 OPS .647로 커리어 로우 시즌을 보냈다.
그래도 나이가 아직 29세로 젊은 편이고, 4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으로 중장거리 타격이 검증된 선수라 새 팀을 구하는 건 어렵지 않아 보였다. 그런데 해를 넘겨 시즌 개막이 다가온 지금까지 ‘FA 미아’ 신세로 시장에 남아있다.
전 소속팀 양키스 선수들도 버두고가 새 팀을 찾지 못한 것에 놀랍다는 반응. 애런 저지는 “버두고는 정말 훌륭한 선수다. 팀에 많은 가치와 다재다능함을 주는데 (미계약 상태인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마커스 스트로먼도 “놀랍다. 요즘 야구계는 많은 것이 놀라움의 연속이다”며 의아해했다.
애런 분 양키스 감독도 “버두고는 의심할 여지 없이 메이저리그 주전 선수”라며 “금전적인 면과 팀의 필요성 면에서 맞지 않을 수 있어도 그는 우리와 잘 맞았다”는 말로 버두고의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버두고는 보스턴 시절 워크에식 논란이 있었다. 2023년 6월 무성의한 주루 플레이로 문책성 교체를 당했고, 같은 해 8월에는 야구장 출근 시간을 반복 지각해 라인업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양키스에선 이런 문제가 없었다. 트렌트 그리샴은 “버두고와 함께 있으면 즐겁다. 매일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며 좋은 동료였다고 했다. 앤서니 볼피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료 중 한 명이었다. 경기장 안팎에서 버두고가 보여준 모습은 여러 가지 면에서 팀에 도움이 됐다”고 떠올리며 “그의 가치를 아무도 인정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고 말했다.
이렇게 양키스 선수들이 좋아하는 선수였지만 버두고가 팀에 돌아올 일은 없어 보인다. 지난해 그가 뛰었던 좌익수 자리에 양키스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특급 유망주 제이슨 도밍게스를 키우고 있다. 2003년생 스위치히터 도밍게스는 이번 시범경기에서 15경기 타율 2할3푼9리(46타수 22안타) 3홈런 8타점 OPS .749를 기록하며 거포 유망주로서 잠재력을 보이기 시작했다.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된 버두고로선 시즌 중 계약을 노려야 할 처지가 됐다. 기존 선수들의 부상이나 부진으로 외야 공백이 생기는 팀이 나올 수 있다. 그래도 오퍼가 없다면 한국이나 일본 같은 아시아 무대로 눈길을 돌려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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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상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