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오타니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던 도쿄 개막시리즈의 분위기였다. 오타니 쇼헤이는 한도 없는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부담감을 딛고 도쿄돔을 열광시켰고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오타니는 1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도쿄 개막시리즈 1차전,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4타수 2안타 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오타니가 멀티히트로 활약하면서 팀의 4-1 역전승을 이끌었다.
2019년 이후 6년 만에, 그리고 역대 6번째로 일본에서 열리는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개막전 경기였다.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의 일원으로 도쿄돔을 찾은 적은 있지만, 메이저리거로서 도쿄돔과 일본을 방문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느 곳에서나 오타니를 볼 수 있었다”라는 팀 동료들의 말로 일본의 오타니 열풍을 확인할 수 있었고 도쿄 개막시리즈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열기 속에서 진행됐다. 오타니를 비롯해 야마모토 요시노부, 사사키 로키(이상 다저스), 이마나가 쇼타, 스즈키 세이야(이상 컵스) 등 총 5명의 일본인 선수들이 도쿄 개막시리즈에서 활약하지만, 오타니의 인기가 가장 많았고 주인공 격의 역할을 맡은 것은 부인할 수 없었다.4만2365명의 만원 관중이 들어찬 도쿄돔. 야마모토와 이마나가의 역대 최초 일본인 투수들의 선발 맞대결로 관심을 모으기도 했지만 오타니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관중은 더 집중했다. 오타니도 이러한 분위기를 느꼈다.
오타니는 첫 타석과 두 번째 타석, 이마나가를 상대로 모두 범타로 물러났다. 스윙에 힘이 들어가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5회부터 오타니는 다시 살아났다. 5회 1사 1루 3번째 타석에서 컵스의 두 번째 투수 벤 브라운을 상대로 우전 안타를 뽑아냈다. 다저스의 2025년 첫 안타이자 오타니의 첫 안타였다. 오타니의 안타로 혈이 뚫린 다저스는 3득점에 성공하며 3-1로 역전했다. 그리고 9회 다시 한 번 2루타를 때려내 쐐기 득점까지 올렸다.
경기 후 오타니는 이날 경기를 중계한 ‘폭스스포츠’와의 그라운드 인터뷰에서 “보통 타석에서 이렇게 긴장을 안했는데, 오랜만에 긴장한 채로 타석에 들어갔다”라며 “일본 특유의 분위기랄까…이렇게 많은 관중들이 들어와주셨고 뭔가 꼭 안타를 쳐야할 것 같다는 분위기가 조금 있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안타를 칠 수 있어서 좋았다”라고 멋쩍게 웃었다. 이후 취재진과의 공식 인터뷰에서도 "일본에서 경기를 한다는 부담감이 여러가지로 있었다. 타격할 때 보통 크게 긴장하지 않는데, 경기 초반에는 긴장된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볼넷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과하게 힘이 들어갔던 것 같다. 하지만 이후 타석에서는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라며 이날 경기를 치른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일본인 동료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호투를 뿌듯하게 지켜봤다. 야마모토는 개막전 첫 등판에서 5이닝 72구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 역투를 펼쳤다. 포심 29개, 스플리터 29개, 커브 9개, 싱커 3개, 커터 1개, 슬라이더 1개를 구사했다. 포심 최고 구속 98.1마일(157.9km), 평균 구속 96.8마일(155.8km)을 찍었고 스플리터도 최고 94.1마일(151.4km), 평균 92.4마일(148.7km)을 찍었다. 야마모토는 혼신의 힘을 다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오타니는 “처음부터 믿음직스러운 선수였다. 차분하게 공을 던지는 멘탈, 야구 기술도 뛰어나다”며 무엇보다 첫 실점을 한 뒤 침착하게 대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3번째 타순을 상대할 때도 끈질기게 버티면서 좋은 피칭을 이어갔는데 이는 중요한 요소다. 그래서 더 믿음직스러웠다”고 야마모토의 호투를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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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조형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