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사령탑 계약 마지막 해를 맞이한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이 재계약 욕심을 버리고 오직 두산 베어스만을 위해 달리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현역 시절 국민타자로 불린 이승엽 감독은 지난 2022년 10월 18일 서울 잠실구장 구내식당에서 두산 베어스 제11대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3년 총액 18억 원(계약금 3억 원, 연봉 5억 원)의 조건이 적힌 계약서에 사인한 뒤 등번호 ‘77’이 새겨진 두산 유니폼을 입고 생애 첫 지도자 커리어를 열었다.
2022시즌 창단 첫 9위 수모를 겪은 두산은 이승엽 감독과 함께 2023시즌 5위(74승 2무 68패)에 오르며 2년 만에 포스트시즌 초대장을 받았다. ‘FA 최대어’ 양의지와 ‘20승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 복귀 등 스토브리그를 알차게 보내며 1년 만에 9위 충격을 씻는 데 성공했다. 지도자 경험 없이 두산 지휘봉을 잡은 이 감독은 첫해부터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다만 당시 두산은 시즌 막바지까지 공동 3위 싸움을 하다가 5위로 떨어지며 가을야구 복귀의 기쁨을 제대로 만끽하지 못했다. 9위에서 5위로 도약한 기쁨보다 5위보다 더 높은 순위도 가능했을 거라는 시선이 많았다. 그리고 그토록 바랐던 가을야구 또한 1경기 만에 허무하게 종료됐다.
2024시즌은 불운의 연속이었다. 알칸타라, 브랜든 와델, 시라카와 케이쇼 등 외국인투수들이 줄부상을 당하면서 스프링캠프 때 구상한 마운드 플랜이 모두 어긋났다. 최승용의 부상, 최원준의 부진도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럽게 최지강, 이병헌, 김택연 등 젊은 불펜진의 혹사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승엽 감독은 선발진이 붕괴된 상황에서도 팀을 정규시즌 4위(74승 2무 68패)로 이끌며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해냈다. 하지만 이번에도 가을의 기운은 두산을 외면했다. 모처럼 홈에서 열린 포스트시즌을 맞아 와일드카드 결정전 사상 최초로 5위팀에 2경기를 모두 내주는 시련을 겪었다. 그 동안 5위팀의 1차전 승리가 두 차례 있었지만, 2차전까지 차지한 사례는 없었다.
어느덧 계약 마지막 해를 맞이한 이승엽 감독은 18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KT 위즈와 프로야구 시범경기 최종전에서 취재진과 만나 “올해 개인적인 각오는 없다”라고 선언했다.
정규시즌 개막을 나흘 앞두고 이승엽 감독은 “그냥 우리 두산 베어스가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도록 선수들과 힘을 합칠 것이다. 매년 더 높은 성적을 올려야한다는 생각을 당연히 하고 있고, 한 번이라도 더 이기도록 노력할 것이다”라고 팀 퍼스트 정신을 강조했다.
재계약과 관련해서도 다소 파격적인 발언으로 취재진을 놀라게 했다. 이승엽 감독은 “내 재계약은 전혀 상관이 없다. 재계약은 눈곱만큼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올해 우리 두산 베어스가 많은 박수와 응원을 받을 수 있는 팀이 됐으면 좋겠다”라는 솔직한 속내를 밝혔다.
시범경기를 통해 과거 명성을 되찾을 준비는 끝났다. 역대급 외국인투수 듀오로 불리는 콜 어빈-잭 로그의 위력적인 구위를 직접 눈으로 확인했고, 모처럼 야수진에 김민석, 오명진이라는 뉴 페이스를 발굴, 라인업에 새 바람을 불어넣었다. '강한 2번타자' 김재환에 새 외인타자 제이크 케이브까지 터져준다면 이승엽 감독의 “3년 안에 한국시리즈를 해보겠다”라는 취임사는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
이승엽 감독은 “이번 시범경기의 가장 큰 소득은 작년과 달리 많이 졌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확인하고자 하는 선수들을 많이 확인했고, 시즌 때 나올 수 있는 경기력도 잘 확인했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눈에 띄었으며, 새 주장(양의지)이 분위기를 잘 이끌었다. 지난해보다 모든 게 훨씬 좋아진 느낌이다. 기대를 갖고 시즌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라고 도약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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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수원, 이후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