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탑은 시종일관 같은 메시지를 던진다. 하지만 시범경기 내내 자신의 페이스를 찾지 못하고 부진을 거듭한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손호영(31)이 수상하다.
손호영은 시범경기 내내 무언가에 쫓기는 듯, 조급한 플레이로 일관했다. 공격과 수비 모두 마찬가지였다. 이런 손호영의 모습을 본 김태형 감독의 메시지는 시범경기 내내 일관적이었다.
김태형 감독은 “자기 페이스를 지켜야 한다. 자기 페이스를 못 찾으면 안된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본인 페이스를 찾아야 한다”라며 “상대는 계속 연구해서 승부하러 들어오는데, 타석에서 시종일관 똑같이 때릴 게 아니라 연구를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LG 트윈스에서 트레이드로 건너온 뒤, 롯데 타선의 중심이 됐던 손호영이다. 비록 두 차례 햄스트링 부상으로 빠졌지만 102경기 타율 3할1푼7리(398타수 126안타) 18홈런 78타점 OPS .892로 순도 높은 활약을 했다. 트레이드 복덩이 그 자체였다.
LG 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입지를 갖추고 롯데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한다. 손호영의 본격적인 풀타임 2년차 시즌이다. 그런데 시범경기 내내 조급한 모습으로 부진이 심화됐다. 지난 17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도 김태형 감독은 “빨리 잡아가야 한다. 안되면 더 덤비는 스타일이다. 조급해 하지 말고 자기 페이스를 유지해야 한다”라고 김태형 감독은 재차 강조했다.
시범경기 최종전이었떤 18일 고척 키움전에서는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최대한 많은 타석에 들어서서 타격감을 되찾기를 바라는 김태형 감독의 복안이었다. 하지만 손호영은 김태형 감독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5타석에 들어서서 볼넷 1개만 얻어냈을 뿐 4타수 무안타 1삼진을 기록하며 시범경기를 마무리 했다. 별다른 수확이 없었다.
결국 손호영은 롯데에서 처음 치른 시범경기에서 1할이 채 안되는 타율을 기록했다. 타율 9푼1리(22타수 2안타) 2타점 1볼넷 4삼진 OPS .261의 성적에 그쳤다. 시범경기 규정 타석을 채운 26명 가운데 타율 꼴찌다.
이전까지는 주전 경쟁을 펼쳐야 했고 입지가 불안했던 선수였다. 하지만 롯데에서는 신분이 완전히 달라졌다. 어엿한 주전 선수다. 시범경기에서도 김태형 감독은 손호영을 주전으로 대우했다.
그러나 손호영은 스스로 쫓기고 있는 모양새다. 아직 완전히 주전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경쟁을 해야 한다는 마인드다. 손호영은 스프링캠프 기간 인터뷰에서 “저보다 잘하는 내야수들이 많다. 한태양, 전민재, 이호준 등 누가 빠져도 티 안나게 공백을 채워줄 선수들이다”라면서 “저도 어린 선수들 때문에 더 각성하고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자리를 언제 뺏길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더 지키려고 한 경기라도 더 나가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경쟁의 긴장감을 갖고 가되, 조급해 하지 말아야 하는데 시범경기에서는 쫓기는 듯한 모습만 드러나고 있다.
올해는 손호영이 건강한 모습으로 지난해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비시즌에는 구단의 주도 하에 일본 도쿄에서 부상 방지 전문 트레이닝까지 받았다. 구단도 손호영에게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시범경기에서 타격감을 끝까지 찾지 못했다. 타격에서의 부진이 수비로 이어지는 장면도 있었다.
개막까지 단 나흘. 손호영은 시범경기를 슬럼프 시간으로 보내고 개막전부터 지난해의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다. 충격적인 시범경기 성적은 손호영에게 호된 예방주사로 남을 수 있을까.
/jhrae@osen.co.kr
[OSEN=조형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