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에서 백업으로 밀려난 황재균(KT 위즈)이 17일 시범경기에서 무력시위를 펼쳤지만, 사령탑은 미동이 1도 없다. 감독은 올해 38살이 된 황재균의 활약을 포지션 경쟁 과열이 아닌 뎁스 강화로 바라봤다.
프로야구 KT 위즈 이강철 감독은 18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두산 베어스와의 시범경기 최종전에서 취재진과 만나 전날 황재균의 3타수 2안타 및 호수비 활약에 대해 “백업이 그렇게 잘해주면 좋은 것”이라는 시선을 드러냈다.
한때 메이저리그 무대도 밟았던 황재균은 2018년 KT 이적 후 7시즌 연속 마법사군단의 철인 핫코너로 이름을 날렸다. 3루수 포지션으로 두 차례 FA 계약을 해내며 누적 148억 원(4년 88억 원, 4년 60억 원) 잭팟을 터트리기도 했다. 그런데 구단이 자신보다 3살 어린 정상급 3루수인 허경민 영입에 40억 원을 투자하면서 38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됐다. 황재균은 작년 12월 일찌감치 3루수 경쟁을 포기하고 유틸리티 전환 결단을 내렸다.
황재균은 스프링캠프에서 주 포지션인 3루수는 물론 2루수, 유격수, 1루수에 외야수 훈련까지 소화하며 생존을 향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리고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에서도 다양한 포지션에서 오디션을 펼쳤지만, 결국 3루수 허경민과 1루수 문상철의 백업 역할을 부여받았다. 2루수는 오윤석과 천성호가 맡고, 유격수 김상수의 백업으로 권동진, 윤준혁이 낙점됐다.
그럼에도 황재균은 지난 17일 수원 두산 전에서 늘 그랬듯 선발 3루수를 맡아 건재함을 과시했다. 두산 마운드 상대 3타수 2안타 3타점 맹타를 휘둘렀고, 수비에서 환상적인 다이빙캐치를 선보이며 자신을 백업으로 분류한 이강철 감독 앞에서 무력시위를 제대로 했다. 3루수 황재균-지명타자 허경민 조합의 가능성을 확인한 한판이기도 했다.
하지만 사령탑의 시선은 달랐다. 이강철 감독은 “황재균이 어차피 3루를 잘 보는 선수라 주전 같은 백업이라고 볼 수 있다. 정규시즌에서도 허경민이 쉴 때 그렇게 3루수를 봐주면 된다. 어차피 현실적으로 봤을 때 허경민이 위가 아닌가”라는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KT 이적 후 처음으로 경쟁 끝 주전이 아닌 역할을 부여받은 황재균은 전날 “백업이라는 위치에 대해 크게 할 말이 있을까요”라며 “그냥 똑같이 준비하고 있다. 주전들이 끝까지 주전으로 나갈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언제든지 나갈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한 명이라도 주춤하면 그 자리에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비록 백업 신분이 됐지만,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결연하다. 황재균은 “감독님이 어린 친구들을 장기적으로 보고 키운다고 하셔서 다른 생소한 포지션을 맡지 않게 됐다. 그러나 나중이라도 감독님이 나가라고 하면 나갈 것이다. 감독님이 원하시면 유격수, 2루수, 좌익수 모두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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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수원, 이후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