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축구 대표팀을 이끌다 야인이 된 신태용 전 감독이 철저한 AS에 나섰다.

신 감독은 지난 16일 태국 방콕 PAT 스타디움을 찾았다. 타이리그 포트FC와 방콕 유나이티드의 맞대결을 지켜봤다. 포트와 방콕의 경기를 지켜본 이유는 자신이 지도했던 인도네시아 대표팀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기 때문.

경기가 끝난 뒤 신태용 감독은 아스나위 망쿠알람(포트과 프라타마 아르한(방콕)을 따로 만나 따뜻한 시간을 보냈다.

아스나위와 아르한은 신 감독 체제에서 성장한 대표적인 선수들이다. 이들은 인도네시아 대표팀의 측면을 책임지며 국제 대회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최근 대표팀 명단에서 두 선수의 희비가 엇갈렸다. 아르한은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지만 아스나위는 제외됐다.

우선 신태용 감독은 아르한을 따뜻하게 안아주며 "잘해라!"라고 응원했다.

아스나위에게는 즉석 레슨을 펼쳤다. 신 감독은 "경기를 지켜보니 안 좋던 버릇이 또 나왔더라"며 세밀한 피드백을 제공하며 개인 특강을 해줬다.

선수들을 만나기 위해 방문한 것 뿐만 아니라 끝까지 경기를 지켜본 신 감독은 제자들을 향해 따뜻한 조언과 철저한 관ㄹ까지 펼친 것. 인도네이사 축구를 향한 신 감독의 '파파 리더십'이 태국에서 선보이는 계기가 됐다.

아스나위도 신 감독의 따끔한 지적에 고개를 끄덕였다.

신태용 감독과 아스나위의 진지한 대화는 한동안 이어졌다. 인도네시아 대표팀을 떠난 이후에도 신 감독이 여전히 선수들의 발전을 세심하게 살피고 있음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인도네시아축구협회(PSSI)는 지난 1월 갑작스럽게 신태용 감독의 경질을 결정했다. 당시 인도네시아 축구협회는 "이번 결정은 대표팀 성과와 대표팀이 앞으로 달성할 장기적인 목표에 대해 오랫동안 신중하게 고려하고 평가한 결과 내려진 것이다. PSSI는 인도네시아 축구국가대표팀 발전에 기여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신태용 감독의 앞날을 기원한다"라며 이유를 밝혔다.

신태용 감독으로서는 당황스러운 결정일 수밖에 없다. 신 감독은 지난 2020년 인도네시아 감독으로 부임하며 인도네시아 생활을 시작했다. 연령별 대표팀까지 맡으며 인도네시아 대표팀의 전반적인 성장을 이끌어줄 감독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시작부터 신 감독의 인도네시아는 기존과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2020 동남아시아축구연맹(AFF) 스즈키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했으며 2022년 AFF 미쓰비시컵에서는 4위라는 성적을 거뒀다.

특히 신태용 감독은 인도네시아 대표팀을 이끌며 순혈 인도네시아 선수들과 귀화 선수들의 균형을 맞추며 팀을 성장시키려는 철학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인도네시아 대표팀은 네덜란드계 귀화 선수들이 주축이 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번 대표팀 명단에서도 귀화 선수들이 대거 포함되며 기존 순혈 선수들의 입지가 좁아졌다.

현재 인도네시아 대표팀은 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귀화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며 당장 성적을 내겠다는 각오를 드러내고 있다.

갑작스럽게 팀을 떠났지만 신태용 감독은 제자들을 향한 사랑을 끊임없이 선보였다.

이미 신 감독은 인도네시아 대표팀 시절 단순히 전술적인 부분만 강조하지 않고 아버지처럼 정신적인 부분까지 챙겼다.

특히 대표팀 소집 기간 동안 선수들의 생활 습관, 경기장 안팎에서의 태도 등을 철저히 관리하며 프로 선수로서의 자질을 강조했다. 인도네시아 선수들에게 신 감독은 단순한 지도자가 아니라 '축구 인생의 멘토'와 같은 존재였다.
 
신태용 감독이 인도네시아 축구에 남긴 흔적은 단순한 성적 이상의 것이었다. 그는 인도네시아 축구를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해 헌신했다. 이날 아르한과 아스나위를 만난 것도 앞으로도 계속될 인도네시아 축구에 대한 애정을 다시 드러낸 것이었다. / 10bird@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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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우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