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국인 투수 라일리 오브라이언(30·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시범경기에서 시속 159km 강속구를 뿌리며 무실점 행진을 펼쳤지만 마이너리그로 강등됐다.
세인트루이스는 지난 16일(이하 한국시간) 우완 투수 오브라이언을 마이너 옵션으로 트리플A 멤피스 레드버즈에 내려보냈다. 현재 세인트루이스 스프링 트레이닝에 남은 선수는 44명으로 오는 28일 개막 전까지 26명 로스터를 최종 확정해야 한다.
오브라이언은 이번 시범경기에서 3경기 모두 구원등판, 3이닝 3피안타 2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첫 등판이었던 지난달 23일 마이애미 말린스 전에서 볼넷 1개를 내줬지만 삼진 3개를 잡고 무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이어 27일 양키스전도 최고 시속 99.2마일(159.6km)을 뿌리며 1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은 오브라이언은 15일 뉴욕 메츠전도 1이닝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 쾌투를 펼쳤다. 메츠전에서 최고 시속 98.9마일(159.2km), 평균 97.8마일(157.4km) 싱커로 위력을 떨쳤다.
강력한 구위로 시범경기에서 경쟁력 있는 성적을 냈지만 아쉽게도 트리플A에서 시즌을 맞이하게 됐다. 세인트루이스는 올스타 마무리 라이언 헬슬리를 비롯해 매튜 리베라토어, 존 킹, 조조 로메로, 카일 리히, 크리스 로이크로프트, 라이언 페르난데스가 불펜에 있다.
오브라이언은 불펜 로스터 끝자리를 두고 경쟁했지만 FA 영입 유탄을 맞았다. 세인트루이스는 지난 13일 메이튼을 1년 200만 달러에 FA 영입했다. 우완 투수 메이튼은 8시즌 통산 415경기(411이닝) 19승15패2세이브64홀드 평균자책점 4.16 탈삼진 458개를 기록 중인 베테랑 불펜.
개막 로스터는 좌절됐지만 세인트루이스 불펜이 그렇게 강한 편은 아니다. 오브라이언으로선 트리플A에서 준비를 잘하고 있으면 빠르게 기회가 올 것으로 보인다.
미국인 아버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계 오브라이언은 ‘준영’이라는 한국 이름을 미들 네임으로 쓰고 있다. 2017년 드래프트에서 8라운드 전체 229순위로 탬파베이 레이스에 지명된 뒤 2020년 8월 트레이드 통해 신시내티 레즈로 옮겼다. 2021년 9월말 콜업돼 빅리그 데뷔 꿈을 이뤘다.
2022년 4월 양도 지명(DFA) 처리된 뒤 시애틀 매리너스로 트레이드된 오브라이언은 그해 5월 1경기 등판 후 2023년까지 마이너리그에서 긴 시간을 보냈다. 시애틀 투수력이 좋아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2023년 11월 세인트루이스로 트레이드된 뒤 40인 로스터에 들며 기회를 받았다. 지난해 개막 로스터에도 포함됐지만 개막전 등판 후 오른쪽 팔뚝 염좌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4개월 재활을 거쳐 마이너리그에 복귀한 오브라이언은 트리플A에서 14경기(13⅓이닝) 1승1세이브 평균자책점 1.35로 호투하며 8월말 다시 콜업됐다. 지난해 빅리그 전체 성적은 8경기(8이닝) 평균자책점 11.25로 좋지 않았지만 가능성을 보여준 해였다.
오브라이언은 내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야구대표팀에 발탁이 가능한 후보이기도 하다. WBC는 국적과 관계없이 부모 중 한 사람이라도 해당 국가 혈통이면 대표 선수로 대회 출전을 허용한다. LA 다저스 유틸리티 야수 토미 에드먼도 2023년 WBC에서 한국대표팀으로 뛰며 최초의 혼혈 대표 선수가 됐다.
내년 WBC에서 국가 경쟁력 회복에 사활을 걸어야 할 한국은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한국인 선수들뿐만 아니라 한국계 선수들의 동향도 살피며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오브라이언도 KBO가 체크 중인 선수로 올 시즌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내년 WBC 승선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waw@osen.co.kr
[OSEN=이상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