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말이었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구단주인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두산의 일본 미야자키 스프링캠프를 찾아 선수단을 격려했다. 그런데 박정원 구단주는 격려금을 전달하며 “4위, 5위 하려고 야구를 하는 것이 아니다. 열정을 갖고 최선을 다해서 베어스다운 야구로 팬들에게 보답해주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캠프 방문에서 의례적인 격려사가 아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
두산은 2022시즌이 끝나고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던 김태형 감독과 계약이 끝나자, 은퇴 후 코칭스태프 경험이 없는 이승엽 감독을 전격 사령탑으로 영입했다. 이승엽 감독은 3년 총액 18억원에 계약했다. 이승엽 감독은 두산을 2023년 5위, 2024년 4위로 이끌었고, 올해 계약 마지막 해다. 2년 연속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탈락했다. 올해는 최소 3위 이상의 성적을 올려야 한다.
이승엽 감독이 계약 마지막 해에 승부수를 던진다. 지난 2년간 보여준 야구 색깔과는 다른 파격을 보여줄 전망이다. 공격에서는 ‘강한 2번타자’ 라인업을 지향하며 거포 김재환을 2번에 배치한다. 톱타자였던 베테랑 정수빈이 9번으로 내려간다. 선발 로테이션에는 선발 경험이 많은 최원준 대신 통산 1승 투수인 3년차 김유성을 5선발로 낙점했다.
선수 시절 한국을 대표하는 홈런타자였던 이 감독은 지난 2년간 빅볼 보다는 스몰볼 색깔을 보인다고 두산팬들이 아쉬워했다.
두산은 1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 시범경기에서 사실상 개막전 라인업을 선보였다. 김민석(좌익수)-김재환(지명타자)-양의지(포수)-제이크 케이브(우익수)-강승호(3루수)-양석환(1루수)-오명진(2루수)-박준영(유격수)-정수빈(중견수)이 선발 출장했다.
이 감독은 ‘개막전 라인업으로 보면 되나’는 질문에 “그렇게 봐도 될 것 같다. 변수가 없다”고 말했다. 시범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하고 있는 오명진이 개막전 2루수로 낙점됐다.
지난해와 많이 달라진 라인업이다. 비시즌 롯데와 초대형 트레이드로 데려온 김민석을 톱타자로 기용한다. 지난해까지 톱타자였던 도루왕 출신 정수빈이 9번으로 내려간다. 무엇보다 홈런왕 출신 김재환이 2번타순에 배치된다. 타선에서 김민석과 김재환이 키플레이어다.
2023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롯데에 입단한 김민석은 지난해 11월 두산과 2대3 트레이드로 이적했다. 김민석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에서 계속해서 좋은 타격을 보여주고 있다. 16일 키움전에서 3타수 1안타 1볼넷을 기록하며 9회 1사 만루에서 희생플라이로 동점 타점을 올렸다. 시범경기 8경기에서 타율 3할4푼6리(26타수 9안타)를 기록 중이다.
김민석의 좋은 타격을 활용한다면, 전통적인 야구관이라면 발 빠르고 교타자인 정수빈과 김민석을 테이블세터로 기용할 것이다. 이 감독은 “1번타자가 안타 치고 진루타가 나와야 2루로 가는데, (김민석은) 2루타와 장타도 칠 수 있는 선수다. 김민석 선수를 1번으로 쓰고, 2번이 약했는데 2번 재환이로 가고 3번부터 의지, 외국인 선수, 승호 석환이까지 가면 공격적인 야구도 된다”고 말했다.
도루왕 출신의 정수빈을 톱타자로 기용하면, 진루타 없이도 도루로 2루로 진루할 수도 있다. 그런데 정수빈을 2번으로도 기용하지 않고 아예 9번으로 내렸다. 2번은 통산 263홈런 김재환이다. 김재환은 2020년 홈런왕(44개)에 올랐고, 지난해는 29홈런을 기록했다.
공격력이 좋은 타자를 1번부터 전진 배치하는 것이다. 이 감독은 “상대팀 투수들이 다 좋아졌다. 선취점이 중요하다. 지난 시즌에 우리가 5회까지 승기를 잡으면 승리할 수 있는 확률이 가장 높았던 걸로 알고 있다. 초반에 점수를 더 내야 한다"고 공격적인 라인업을 강조했다.
이 감독은 “만약 1,2회 조금 침체를 보여 (3회) 8,9번부터 시작하더라도 수빈이부터 시작하면 9번이 1번이 된다고 생각한다. 민석이를 1번에 쓰는 타선이 우리가 갖고 있는 전력으로는 최상의 타순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두산 5선발은 김유성으로 결정됐다. 외국인 투수 콜 어빈과 잭 로그, 토종 에이스 곽빈, 좌완 최승용에 이어 154km 파이어볼러 김유성이 5번째 선발투수로 낙점됐다. 2023년 드래프트 2라운드 19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김유성은 데뷔 첫 해 7경기(6⅓ 이닝)에 등판했고, 지난해 17경기(28이닝)에 등판해 데뷔 첫 승을 기록하며 1승 2패 평균자책점 6.43을 기록했다.
이 감독은 16일 키움과 시범경기에 앞서 5선발을 김유성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키움과 시범경기에서 김유성과 최원준이 5선발 자리를 놓고 마지막 테스트를 치렀다. 김유성이 선발투수로 등판해 3이닝 3피안타 1피홈런 1볼넷 1사구 3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최원준이 2번째 투수로 등판해 3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김유성은 시범경기 2경기에서 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57(7이닝 2실점)을 기록했고, 최원준은 2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1.29(7이닝 1실점)를 기록했다.
이승엽 감독은 "유성이로 최종 결정을 지었다. 원준이한테는 팀의 상황을 잘 이해시켰다. 어떻게 보면 팀을 위해서 새 얼굴이 지금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오명진도 그렇고 김민석도 트레이드로 와서, 지난해하고 좀 많이 바뀌어야 되는 팀이기 때문에 유성이부터 먼저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154km의 빠른 공을 던지는 젊은 김유성이 5선발로 낙점됐다. 어빈, 로그, 곽빈, 김유성까지 선발 로테이션에서 4명이 투수가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던진다.
최원준은 롱릴리프를 맡는다. 이 감독은 "원준이는 유성이가 선발로 던질 때 뒤에서 바로 붙을 수도 있고, 일단 롱릴리프도 할 수 있다. 만약에 선발이 1년 동안 하다 보면 많은 변수가 생기기 때문에, 원준이가 올해 좀 묵묵한 역할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
최원준은 선발 경험이 풍부하다. 2020년과 2021년 2년 연속 10승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24경기 6승 7패 평균자책점 6.46으로 주춤했지만, 통산 191경기 40승 38패 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4.22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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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고척, 한용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