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시범경기에서 강력한 마운드 힘으로 순항 중이다. 3월 중순이지만 시속 150km 이상 던진 투수가 6명이나 될 정도로 KBO리그 최고 강속구 군단 위용을 뽐내고 있다. ‘78억 FA’ 엄상백(29)도 살짝 기죽을 정도다.
한화는 지난 16일 창원 NC전을 5-3, 7회 강우 콜드게임으로 이겼다. 개막 2연패 이후 무승부 한 번 포함 4연승을 달리며 4승2패1무가 됐다. KT(5승1패)에 이어 KIA(4승2패2무)와 시범경기 공동 2위에 오른 한화는 팀 평균자책점 2위(2.21)로 마운드가 좋다.
16일 NC전에도 선발 코디 폰세가 궂은 날씨에도 최고 시속 155km 강속구에 커브, 포크볼, 슬라이더, 투심 등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며 5이닝 2볼넷 1사구 6탈삼진 무실점 ‘노히터’ 투구로 승리를 따냈다. 폰세는 첫 등판이었던 지난 10일 문학 SSG전(4이닝 3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에 이어 2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를 거뒀다. 시범경기 9이닝 3피안타 4볼넷 1사구 10탈삼진 무실점으로 리허설을 마치며 기대감을 크게 높였다.
또 다른 외국인 투수 라이언 와이스도 지난 11일 SSG전에서 최고 시속 155km를 뿌리며 4⅔이닝 5피안타 무사사구 7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를 수확했다. 폰세와 와이스뿐만 아니라 불펜으로 빌드업 과정을 밟고 있는 문동주(159km)를 비롯해 김서현(156km), 정우주(153km), 한승혁(151km)이 이번 시범경기에 150km 이상 강속구를 던졌다. 공 빠르기가 투수의 전부는 아니지만 힘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것만큼 확실한 것도 없다.
강속구 투수들이 넘치다 보니 ‘에이스’ 류현진도 “내가 팀 평균 스피드를 떨어뜨리는 것 같다”고 자학 개그를 할 정도다. “이태양 선수랑 ‘우리 둘이서 평균 스피드 다 떨어뜨린다’고 장난을 치곤 한다”며 웃으면서 말한 류현진은 “후배들이 강한 공들을 뿌리는 것을 보면 진짜 대단하다”고 내심 부러워했다.
지난겨울 4년 최대 78억원 FA 계약으로 한화에 온 엄상백도 “현타(현실 자각) 오죠”라며 웃은 뒤 “저도 한때 빠른 볼을 던졌다. 지금은 (150km 넘는 공이) 1년에 두세 번 나오는데 투수들마다 각자 성향이 있다”며 한화 투수력에 대해 “어우, 좋다. 우리 투수들 진짜 좋다. 투수들이 막아 승리할 확률이 올라갈 것이다”고 자신했다.
150km 투수들을 부러워한 류현진과 엄상백이지만 두 투수도 각자의 스타일대로 강점을 살려 시범경기에서 순조롭게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지난 13~14일 사직 롯데전에서 류현진은 4이닝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3탈삼진 2실점, 엄상백은 5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둘 다 최고 시속 147km를 던지며 시즌 준비를 마쳤다.
류현진, 폰세, 와이스, 엄상백으로 이어지는 선발 4명은 어느 팀과 맞붙어도 밀리지 않는 카드다. 어깨 관리 차원에서 페이스를 천천히 올린 문동주가 4월 안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오면 리그 최고 선발진이 구축이 가능하다. 문동주가 선발진에 합류하기 전까지 2년차 좌완 조동욱이 임시 5선발을 맡는다.
불펜은 마무리 주현상을 필두로 박상원, 한승혁, 김서현, 김범수가 필승조로 자리하고 있고, 팔꿈치 수술과 재활을 딛고 돌아온 이태양과 김종수가 합류하면서 카드가 다양하게 늘었다. 여기에 신인들도 개막 엔트리 경쟁에 뛰어들었다. 좌완 권민규가 극강의 제구력으로 불펜 한 자리를 노리고 있고, 정우주도 구위만 보면 2군에 보내는 게 아까울 정도로 강한 공을 뿌리고 있다.
1군 엔트리는 28명으로 보통 투수는 13~14명 들어간다. 시범경기에서 다들 잘 던지고 있어 김경문 감독의 투수 엔트리 구성에 있어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누구를 빼도 아까울 상황. 3~5선발이 들어가지 않는 개막 2연전 엔트리에 불펜을 추가로 2~3명 등록할 수 있기 때문에 시범경기 끝난 뒤에도 경쟁은 계속 이어진다.
/waw@osen.co.kr
[OSEN=이상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