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배지환(26)의 번개 같은 스피드가 또 한 번 모두를 놀라게 했다. 단타를 2루타로 만드는 배지환의 스피드가 시범경기를 강타하고 있다.
배지환은 1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브레이든턴 레컴파크에서 치러진 2025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시범경기에 9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장, 2루타 포함 3타수 2안타 2득점 활약으로 피츠버그의 15-5 대승에 기여했다.
전날(15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전에 7회말 대수비로 교체 출장한 배지환은 8회말 내야 안타에 이어 2루 도루도 하며 발야구의 진수를 보여줬다. 여세를 몰아 이날도 번트 안타에 발로 만든 2루타까지 멀티히트로 펄펄 날았다.
1회말 첫 타석에서 루킹 삼진을 당한 배지환은 4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기습 번트로 출루했다. 좌완 그레고리 소토의 초구 몸쪽 높은 싱커에 기습 번트를 댔고, 1루 쪽으로 향한 타구를 소토가 잡았지만 한 바퀴 돌아 던진 1루 송구가 뒤로 빠졌다. 그 사이 배지환이 2루까지 갔다. 내야 안타에 실책 기록.
6회말에는 2루타를 쳤다. 우완 세란토리 도밍게즈의 초구 몸쪽 낮게 들어온 시속 97.4마일(156.8km) 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2루수 옆을 지나가는 타구를 만들어냈다. 타구 속도가 시속 103.9마일(167.2km)로 빨랐다.
발사각 6도로 땅볼 타구였지만 배지환은 주저하지 않고 1루를 지나 2루로 달렸다. 볼티모어 우익수 다즈 카메론이 백핸드 캐치 후 아주 잠깐 주저한 사이 배지환이 단숨에 2루로 벤트레그 슬라이딩을 들어갔다. 카메론의 송구가 왔지만 한 템포 늦었다. 배지환의 시범경기 4호 2루타.
‘스포츠넷 피츠버그’ 중계진은 “외야수가 조금이라도 주저하면 배지환에게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배지환은 손에서 배트를 놓자마자 빠르게 타석 밖으로 뛰어나간다. 그렇게 해야 외야수를 흔들 수 있다는 걸 안다”고 칭찬했다.
4회말 첫 타석에서 상대 투수 실책을 유발한 것도 그렇고, 배지환의 빠른 발이 상대 수비수들에겐 성가신 요소가 되고 있다. 지난해 홈에서 1루까지 도달한 시간이 4.06초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올랐던 배지환은 스프린트 스피드도 초속 29피트(8.8m)로 메이저리그 상위 10% 안에 든다.
2023년 내셔널리그 골드글러브를 받은 피츠버그 주전 3루수 키브라이언 헤이스도 배지환의 2루타가 나온 뒤 현지 중계진과 인터뷰에서 “배지환은 지금까지 내가 함께한 선수들 중에서 가장 빠른 것 같다. 우리는 그를 너무 빠르고(too fast), 맹렬한(furious)이라고 부른다”며 “배지환의 플레이를 보는 건 그래서 재미있다. 올봄에 타격도 정말 좋다”고 칭찬했다.
이날까지 배지환의 시범경기 전체 성적은 13경기 타율 4할8푼1리(27타수 13안타) 1홈런 3타점 9득점 1볼넷 5삼진 3도루 출루율 .500 장타율 .741 OPS 1.241. 개막 로스터 한 자리에 충분히 들어갈 만한 성적으로 존재감을 어필하고 있다. /waw@osen.co.kr
[OSEN=이상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