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김혜성(26)이 결국 개막 로스터에서 탈락했다. 시범경기부터 메이저리그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트리플A에서 시즌을 맞이한다.
김혜성은 1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랜치에서 치러진 2025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의 시범경기에 4회초 대수비로 교체 출장, 2타수 무안타를 기록한 뒤 트리플A행을 통보받았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이날 경기 후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김혜성을 개막전이 열리는 일본 도쿄에 데려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신 트리플A 오클라호마시티 코메츠에서 시즌을 시작할 것이라고 알렸다.
다저스는 도쿄 개막전에 뛸 26명 로스터 외에 ‘택시 스쿼드’로 추가 대기 선수도 5명이 함께 일본으로 간다. 총 31명의 선수들이 일본행 비행기에 오르지만 김혜성은 빠졌다.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오는 28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미국 본토 개막전 출장도 물건너갔다.
김혜성은 지난 1월 다저스와 3+2년 보장 1250만 달러, 최대 2200만 달러 조건으로 계약하며 미국 도전에 나섰다. LA 에인절스, 시애틀 매리너스, 시카고 컵스, 신시내티 레즈,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부터도 계약 제안을 받았지만 김혜성은 다저스를 선택했다. 최대 금액에선 에인절스 조건이 더 좋았지만 김혜성은 우승팀 다저스로 향하며 스스로 경쟁의 장에 뛰어들었다.
다저스는 주전 2루수였던 개빈 럭스를 신시내티로 트레이드하며 김혜성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는 듯했다. 그러나 김혜성이 기대에 못 미쳤다. 시범경기에서 첫 6경기 중 3경기를 선발로 나섰지만 타율 7푼1리(14타수 1안타) 2볼넷 7삼진으로 부진했다.
지난 2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첫 홈런을 쏘아 올리며 반등 계기를 마련하는가 싶었지만 그 다음 8경기 중 7경기에서 선발 제외되며 입지가 좁아졌다. 지난 10~11일 2경기 연속 각각 97.1마일(156.3km), 95.5마일(153.7km)를 공략해 안타를 만들면서 강속구 대응력을 보여줬지만 시범경기 전체 평가를 바꾸지 못했다.
다저스는 김혜성을 주 포지션 2루수(5경기 2선발 18이닝)보다 유격수(10경기 3선발 39이닝)로 더 많이 쓰며 중견수(3경기 10이닝)로도 투입했다. 멀티 포지션을 테스트하며 김혜성의 활용법을 찾고자 했다. 다저스 입장에선 김혜성의 빠른 발을 살리기 위해선 2루뿐만 아니라 여러 포지션을 소화해야 쓰임새가 높았다.
유격수 자리에서 실책 2개가 있었지만 김혜성의 발목을 잡은 것은 결국 타격이었다. 다저스에 와서 타격폼을 완전히 뜯어고쳤지만 단기간 바로 성과를 내긴 어려웠다. 김혜성은 지난달 28일 인터뷰에서 “타격이라는 게 작은 것 하나에도 예민한 결과를 낳는다. 타겨폼에서 많은 것을 바꾸고 있어 단기간 조정이 완성되기 쉽지 않다. 스윙 궤도 변화도 있고, 상체와 하체 모두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김혜성은 2017~2024년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에서 8시즌 통산 953경기 타율 3할4리(3433타수 1043안타) 37홈런 386타점 출루율 .364 장타율 .403 OPS .767을 기록했다. 2023~2024년 2년간 264경기 타율 3할3푼1리(1065타수 352안타) 18홈런 132타점 출루율 .390 장타율 .452 OPS .842로 스텝업했다.
하지만 다저스는 스프링 트레이닝 시작부터 김혜성의 타격폼 수정 작업에 들어갔다. KBO리그보다 훨씬 빠른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강속구와 바깥쪽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대처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로버츠 감독은 지난달 26일 김혜성의 타격에 대해 “우투수 상대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을 상대하는 메카닉에 중요한 조정이 있다. 더 많은 경기를 반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성도 시범경기 막판 빠른 공에 대응력을 보이고 있다. 과정에 있어선 어느 정도 진전이 있지만 당장 개막전부터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비록 개막 합류가 불발됐지만 김혜성으로선 나쁘게만 볼 게 아니다. 어설픈 상태로 메이저리그에서 띄엄띄엄 나오는 것보다 트리플A에서 확실한 타석 보장된 상태로 새로운 타격폼을 자기 것으로 만들 시간을 벌었다. 지금의 상태로 개막 로스터에 들어가도 백업으로 한두 타석에 결과를 내야 하는 부담감에 시달렸을 것이다. 트리플A에서 매일 4~5타석 들어가는 것이 타격폼을 정립하기에 더 좋다. 물론 언제 빅리그 콜업 기회가 올지 모르는 불안감과 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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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상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