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은 나균안(27)을 다시 한 번 믿는다. 2년 사이 삼세번 째 기회다. 이제 나균안이 증명하고 보답할 일만 남았다.

롯데의 치열했던 5선발 경쟁은 나균안의 승리로 기우는 모양새다. 스프링캠프 기간 성장세로 박진(26)이 캠프 MVP를 받았고, 박준우(20)도 일취월장 했다. 그러나 젊은 투수들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김태형 감독은 나균안에게 우선적으로 5선발 기회를 주려고 한다.

8일 KIA 타이거즈와의 시범경기와의 개막전을 앞두고 김태형 감독은 “5선발은 나균안으로 일단 가기로 결정했다. 지금 일단 경쟁자들 가운데 경험이 있지 않나. 그동안 준비도 잘 했다. 그래서 나균안에게 5선발을 우선 맡기기로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아직 나균안이 안심할 수는 없다. 박진과 박준우 등의 성장세가 뚜렷하기 때문. 나균안이 시범경기에서 안정감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박진과 박준우에게 기회가 다시 돌아갈 수 있다. 김태형 감독도 상황을 지켜보려고 한다. 김태형 감독은 나균안을 향해 “일단 처음에는 5선발이다”라고 말했지만 나균안은 이에 지지 않고 “(시즌)끝까지 5선발 하겠습니다”라고 각오를 다졌다.나균안은 지난해 26경기 73이닝 4승 7패 평균자책점 8.51로 부진했다. 대형 포수 유망주에서 투수로 전향하고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던 나균안에게 브레이크가 걸렸다. 2022년 마당쇠로 투수로서 존재감을 다졌고 2023년에는 선발 투수로서 도약했다. 이 해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병역 특례까지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나균안은 제 발목을 잡았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해 이미 3번이나 기회를 줬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먼저 스프링캠프 도중 개인사 논란이 터졌다. 진실공방이 벌어지면서 스프링캠프 기간 팀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김태형 감독은 나균안에게 4선발 자리를 맡겼다.

나균안은 김태형 감독이 준 첫 번째 기회를 잡지 못했다. 안정적인 투수로 평가 받았던 나균안이라고 보기에 힘들 정도로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렸다. 5월까지 11경기 등판했지만 평균자책점은 8.27에 그쳤다. 2군으로 내려갔다. 재정비를 거칠 시간도 없이, 1군 투수진의 줄부상으로 6월 중순 다시 콜업됐다. 김태형 감독은 나균안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줬다. 그런데 이 기회를 또 차버렸다. 6월 25일 사직 KIA전 선발 등판이 예고되어 있던 상황에서 자정이 넘는 시간까지 술자리에 있었던 사실이 알려졌다. 구단이 모두 인지한 상태였지만 선발 투수를 바꿀 수 없었고 결과는 참혹했다. 1⅔이닝 7피안타(1피홈런) 6볼넷 2탈삼진 8실점을 기록하고 강판됐다.

구단은 자체 징계위원회를 개최하고 프로 선수로서 품위 손상 및 구단 이미지 훼손, 선수로서 경기 준비 소홀 등의 이유로 30경기 출장 정지 및 사회봉사활동 40시간의 자체 징계를 내렸다. 개인 사생활로 이 정도의 중징계는 보기 드물었다.

김태형 감독은 징계를 모두 소화한 나균안에게 다시 한 번 1군에서 기회를 줬다. 복귀전이었던 1일 잠실 두산전 2이닝 1피안타 4탈삼진 구원승으로 참회의 피칭을 선보였다. 이후에는 들쑥날쑥했다. 이전보다는 나아졌지만 그렇다고 드라마틱한 반전 없이 2024시즌을 마무리 했다.

나균안은 지난해에만 삼세번의 기회를 받았다. 그리고 올해 4번째 기회를 받는다. 나균안도 이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 지 알고 있다. 그리고 항상 긴장하려고 한다. 그는 “시범경기 때 좋은 모습을 보여야 제가 정규시즌 때 팀을 위해서 잘 던질 수 있다. 팬분들에게 안정감을 주기 위해 안주하지 않고 더 잘해야 할 것 같다”라고 각오를 다졌다.스프링캠프 연습경기 결과들이 썩 좋지는 않았다. 김태형 감독은 나균안의 준비성을 칭찬했지만 노력했던 과정에 비해서는 결과들이 나오지 않았다. 나균안은 “제가 준비한 만큼 결과가 안 따라줬다. 심리적으로 흔들렸는데, 코치님과 (구)승민이 형, (김)원중이 형이 얘기를 많이 나눴다. 경기 전후로, 평상시에도 많이 얘기를 나눈 게 도움이 많이 되고 있고, 지금도 얘기를 많이 하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진, 박준우 등 젊은 투수들과의 5선발 경쟁에 대해 “동기부여는 됐지만 의식하지는 않았다. 의식을 하게 되면 오버페이스를 할 수 있고 부상도 올 수 있다. 이런 부분을 형들에게 조언을 많이 구했다”라며 “형들이 지금 자신의 자리가 있지만 이런 과정들을 어떻게 헤쳐나갔는지를 많이 물어보면서 내 생각이 많이 정립됐다. 그러면서 조금씩 생각을 달리 할 수 있었던 게 좋았다”고 덧붙였다.

비시즌에는 자비를 들여서 일본 후쿠오카로 건너가서 배움을 청했다. 그는 “일본프로야구에서 활약하셨던 김무영 코치님과 친분이 있어서 부탁을 드렸다. 일본에서 배우고 싶어서 건너갔고 김무영 코치님 소개로 후쿠오카 인근의 트레이닝 센터에서 운동을 했다”며 “김무영 코치님께서 현역 때 던졌던 구종이 저와 똑같더라. 그래서 어떻게 던졌는지, 경기 플랜, 마운드 위에서의 생각하는 법을 많이 배웠다. 그리고 센터에서는 투구 메커니즘을 해부학적으로 분석해서 많이 배웠다”라고 언급했다.

지난해의 추락은 나균안을 더 절실하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그는 “절실함 보다는 뭐든 돌파구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랬는데 기회가 닿았다”라며 “또 비시즌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봤다. 몸을 만드는 것 등을 여러가지 시도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체중이 빠졌다. 6~7kg 가량 빠졌다”고 전했다.

나균안만큼 현재 롯데 투수진에서 다재다능한 능력을 보유한 투수는 적다. 선발이면 선발, 불펜이면 불펜 등 제 몫을 해줬던 좋은 기억들이 남았다. 구위에 제구력까지 갖춘 투수다. 하지만 개인적 문제들로 날개가 꺾였다. 하지만 이런 나균안에게 김태형 감독은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려고 한다. 나균안은 이제 말이 아닌 성적으로, 결과로 증명하고 보답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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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부산, 조형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