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캠프 막바지 일본 사회인팀에 패하며 자존심을 구긴 한화 이글스. 이에 김경문 감독이 직접 나서 팬들을 향해 사과했지만, ‘90억 캡틴’ 채은성의 생각은 달랐다. 패배를 깔끔하게 인정하고 오히려 이를 전화위복으로 삼겠다는 굳은 의지를 내비쳤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캡틴 채은성은 일본 오키나와 2차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지난 4일 선수단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공항에서 만난 채은성은 “일단 큰 사고와 큰 부상 없이 캠프를 마치고 돌아와 좋다”라며 “1차 캠프에서 연습량을 많이 가져가면서 즐겁게 몸을 만들었다면 2차 캠프에서는 진지한 분위기 속에 실전경기를 치렀다. 아무래도 시즌이 점점 다가오다 보니 1차와 2차 캠프의 분위기가 달랐다”라고 소감을 남겼다.

순항하던 한화는 2차 스프링캠프 막바지 예방주사를 제대로 맞았다. 3월의 첫날 일본 사회인팀 오키나와전력에 3-9로 무릎을 꿇은 뒤 2일 SSG 랜더스를 만나 0-10 완패를 당했다. 구원 등판한 에이스 류현진의 2⅓이닝 7실점(4자책) 난조가 뼈아팠다. 이에 김경문 감독은 구단을 통해 “캠프 마지막 두 경기 팬들께 다소 송구스러운 결과를 보여드렸지만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더 단단한 준비를 하는 계기로 삼겠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김경문 감독은 이에 그치지 않고 4일 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우리 한화 팬들이 경기를 많이 보시지 않나. 아쉬운 경기는 아쉬운 경기다. 그 경기로 인해 선수들이 개막전 들어가기 전까지 준비를 잘해서 더 단단해져야 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남은 기간을 준비를 더 잘할 시간으로 갖겠다”라고 재차 약속했다.

채은성은 이를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시즌 중에도 분명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마음 같아서는 100승 200승도 거두고 싶은데 야구가 그렇지 않다. 꼴등이 1등을 이길 수 있는 스포츠가 야구다”라며 “우리가 계속 잘하다가 마지막 2경기가 좋지 못했는데 우리가 해야 할 것들을 다시 깨달은 경기였다. 오히려 매를 먼저 맞았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더 잘 된 거 같다”라고 속내를 밝혔다.

채은성이 올 시즌 더 큰 책임감을 갖는 또 다른 이유는 올해가 대전 신구장 시대의 원년이기 때문이다. 한화는 정들었던 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뒤로 하고 오는 17일 삼성 라이온즈와 시범경기부터 한화생명볼파크라는 최첨단 신식 야구장에서 플레이를 펼친다.

채은성은 “기대가 된다. 당장 오늘 짐부터 새로운 구장으로 향한다”라며 “어떻게 보면 복을 받은 거다. 선수로서 좋은 시설에서 할 수 있다는 거 자체가 그렇다. 아예 신구장을 본 적이 없어서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라고 설렘을 표현했다.

새 야구장 첫해 가을야구 진출만큼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다. 2018년 이후 7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한화 주장 채은성은 “준비는 열심히 했는데 뚜껑을 열어봐야 알 거 같다”라고 운을 떼며 “야구는 모르는 것이다. 시범경기 1위 했다고 시즌 때 1위 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최선을 노력을 다할 것이고, 결과는 이미 하늘이 다 정했다고 본다.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다보면 좋은 성적이 나지 않을까 싶다”라고 전망했다.

채은성을 비롯한 한화 베테랑들은 작년 12월 5강 진출 실패 공약을 이행하고자 충남 태안 앞바다로 향해 단체로 겨울바다에 입수했다. 한화는 지난해 개막 10경기 8승 2패 상승세도 잠시 4월부터 추락하더니 2년 연속 시즌 도중 사령탑이 교체됐고, 최종 8위(66승 2무 76패)로 포스트시즌 초대장을 받지 못했다.

올해는 어떤 5강 공약을 준비했냐는 질문에 채은성은 “솔직히 바다 입수는 언제든지 할 수 있는데 이제 안 좋은 쪽으로 공약을 안 하려고 한다. 안 됐을 때를 아예 가정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라고 답하며 가을야구 진출을 향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한화는 오는 8일 청주구장에서 펼쳐지는 두산 베어스와 시범경기를 시작으로 마지막 담금질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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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인천공항, 이후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