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리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 1일 KIA 타이거즈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킨베이스볼스타디움의 불펜. 마무리 정해영과 이적 필승맨 조상우가 나란히 불펜피칭을 했다. 힘찬 투구폼으로 던졌고 포수의 미트에 꽝꽝 꽂혔다. "볼 좋다"는 포수들의 추임새와 함께 뜨거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7회 혹은 8회를 책임지는 조상우와 클로저 정해영의 든든한 불펜투구였다.

비시즌 기간중에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구단이 키움 히어로즈에서 마무리로 활약한 조상우를 트레이드로 전격 영입했다. 우승 필승맨 장현식이 FA 자격을 얻어 LG 트윈스로 이적하자 공백을 메우기 위한 조치였다. 통산 88세이브 실적을 보유해 정해영과 마무리 경쟁을 벌일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범호 감독은 일찌감치 정해영을 마무리로 못박았다. "해영이는 신인부터 마무리로 커왔고 잘해왔다. 우승 마무리 투수이다. 그 틀을 바꾸지 않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본인에게도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정해영은 "감독님이 우연히 마주쳤을 때 '9회는 네가 갈거야' 말씀하셨다. 그래서 책임감 더 생겼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긴장감을 풀지는 않았다. 경쟁은 계속 진행되기 때문이다. "아직도 내 자리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좋은 투수가 왔으니 경쟁하겠다는 생각으로 캠프가 왔다. 마무리 4년째이다. 항상 꾸준해야 인정받을 수 있다. 계속 꾸준하게 하고 싶다. 블론세이브를 최소화하고 풀타임과 함께 팀 우승이 목표이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조상우는 형답게 "마무리 해영이가 편하게 던지도록 해주겠다"고 말했다. 8회를 깔끔하게 삭제하고 마운드를 넘겨주겠다는 약속이었다. "상우형 와서 마음편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야기 많이 하고 운동하면서 눈으로 배우고 있다. 힘이 엄청 좋고 유연해서 많은 이닝 던지는 것 같다. 편하게 해준다니 너무 감사하다. 힘을 합치면 팀에 시너지 될 수 있을 것이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지난 2월25일 한화 이글스와 캠프 연습 경기에 첫 등판해 1이닝을 소화했다. 최고구속은 145km. 직구와 슬라이더를 비롯해 포크와 커브까지 다양한 구종을 점검했다. "첫 경기로는 나쁘지 않았다.작년 캠프때도 145km 나왔다. 스피드 보다는 구위와 로케이션이 먼저이다. 변화구는 낮은 쪽으로 떨어지도록 연습하고 있다. 타자와 멀게 던져야 헛스윙 나온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작년 우승 엔딩 너무 좋았다. 광주에서 우승해서 더욱 뜻깊었다. 항상 목표는 우승으로 정했었다. 막상 우승해보니 정말 좋고 행복했다. 더 많이 하고 싶었다"며 웃었다. 아버지 정회열 동원대 감독은 해태시절 포수로 우승엔딩을 한 적이 있다. 부자 우승엔딩은 역사상 처음이었다.  /sunny@osen.co.kr

[OSEN=오키나와, 이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