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김혜성이 메이저리그 스프링 트레이닝 시범경기 초반부터 마이너리그행 위기에 놓였다. 만약 김혜성이 뎁스가 두터운 다저스가 아닌 다른 팀과 계약했더라면 상황이 달라졌을까.
김혜성은 포스팅을 통해 지난 1월초 다저스와 3년 보장 1250만 달러, 최대 3+2년 2200만 달러 계약에 성공했다. 다저스는 김혜성을 영입한 후, 지난해 주전 2루수로 뛴 개빈 럭스를 신시내티 레즈로 트레이드시켰다. 미국 매체들은 김혜성을 다저스 주전 2루수로 전망했다.
김혜성은 다저스 외에도 시애틀 매리너스, LA 에인절스 등 몇몇 팀의 오퍼를 받았다. 김혜성의 선택은 다저스였다. 다저스와 계약 후 김혜성은 “포스팅 기간에 가장 먼저 연락을 준 팀이 다저스다. 그 점에서도 감사하다. 다저스가 아닌 팀을 갔다고 경쟁을 안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팀을 가도 경쟁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고민을 한 끝에 다저스를 가서 좋은 경쟁을 해서 자리를 잡고 싶다고 판단했다. 후회는 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김혜성은 2루 외에도 유격수와 중견수로 뛰며 유틸리티로 기용되고 있다. 다저스 내야진에는 유틸리티 선수들이 많다. 김혜성은 토미 에드먼, 크리스 테일러, 미겔 로하스, 키케 에르난데스 등과 경쟁 중이다.
그런데 김혜성은 수비와 주루는 인정받고 있는데, 타격에서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미국 매체들은 ‘김혜성이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이 “김혜성에게 한 가지 물음표가 있다면, 타격이다. 경쟁은 한국과 여기는 다르다. 타격을 조정 중이다. 여기에 더 쉽게 적응하고 계속 유지하도록 도울 수 있는 스윙 변화를 노력하고 있다. 그는 여기에 와서 경쟁하는 것에 자신을 베팅에 걸었다. 지금 자리를 얻기 위해 경쟁하고 있는 중이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다저스는 스프링 트레이닝이 시작되자 김혜성의 타격폼을 전면 수정시키고 있다. 메이저리그 투수에 적응하기 위해 타격폼 조정을 하고 있는 김혜성은 시범경기에서 타율이 1할 아래로 떨어졌다. 김혜성은 28일까지 시범경기에서 12타수 1안타, 타율 8푼3리를 기록중이다. 미국 매체들은 연일 김혜성의 마이너리그행을 언급하고 있다.
김혜성이 다저스가 아닌 시애틀이나 에인절스와 계약을 했더라면, 주전 확보에 좀 더 쉬웠을까. 마이너리그행 위기는 덜 했을까. 시애틀은 2루수 자원이 필요했고, 에인절스는 ‘먹튀’ 내야수 앤서니 랜던이 또 부상으로 드러누워 내야 주전에 구멍이 생겼다.
김혜성은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지금 이렇게 못하면 어딜 가든 경기에 못 뛰지 않을까요. 어느 팀을 가든 솔직히 내가 하기 나름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지금 이렇게 하면 진짜 어딜 가서도 경기 못 뛸 거고, 여기서 나머지 시범경기에서 잘 해서, 진짜 타격이 잘 되면 어딜 가서도 경기를 뛸 수 있을 거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전혀 신경 안 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빨리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지금은 내가 생각해도 많이 아쉽기 때문에 잘 보여주는 게 우선이다”고 말했다.
수정한 타격폼을 반복된 훈련으로 빨리 몸에 익혀 좋은 결과를 내야 한다. 김혜성은 “쉽지 않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 같은데, 결과가 안 나오니까 사람 마음이라는 게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타격이라는 것이 작은 것 하나에도 예민한 결과를 낳는데, 타격폼에서 많은 것을 바꾸고 있어 단기간에 타격폼 조정이 완성되기 쉽지 않다. 김혜성은 “스윙 궤도의 변화도 있고, 상체와 하체 모두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여론이 안 좋은데다가 결과가 안 나와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 김혜성은 “야구라는 게 경기하면 타율이 눈에 보이니까 심리적으로 좀 신경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겨내야 한다. 기존의 내 폼으로 한다고 잘 친다는 보장이 없다. 변경된 타격폼을 믿고 계속 내 것으로 빨리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래도 조금씩 변화는 있다. 김혜성은 “공을 보는 것에 있어서 조금 나아진 것 같다. 좀 더 적응시켜서 완전히 타이밍을 잘 맞추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제 5경기 출장했다. 아직 시범경기가 많이 남아 있고, 반등의 기회는 있다. 김혜성이 수정된 타격폼에 적응해 호쾌한 타격 결과를 보여주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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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글렌데일(미국), 한용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