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에서 뛰었던 외국인 타자 데이비드 맥키넌(31)이 한국에서 실패한 이유를 돌아봤다. 일본보다 더 어려운 곳이라고 말한 게 흥미롭다.

맥키넌은 지난 26일 일본 매체 ‘스포르티바’와 인터뷰를 통해 근황을 알리며 2023~2024년 일본과 한국, 아시아 리그에서 보낸 두 시즌을 돌아봤다. 맥키넌은 2023년 일본 세이부 라이온즈, 지난해 삼성에 몸담았다.

현재 중남미 윈터리그 우승팀들이 맞붙는 ‘캐리비안 시리즈’에 푸에르토리코 소속으로 뛰고 있는 맥키넌은 “지난 시즌 도중 방출됐다. 150~200타석 더치고 싶어 윈터리그에 참가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반년 동안 타석 서지 않고 스프링 트레이닝에 임하게 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삼성에서 방출된 맥키넌은 푸에르토리코 윈터리그에 참가하며 실전 감각 유지에 집중하고 있다. 새 팀을 찾기 위한 어필이기도 하다. 윈터리그에서 38경기 타율 2할6푼9리(130타수 35안타) 4홈런 36타점 OPS .720을 기록한 맥키넌은 캐리비안 시리즈에 와서 6경기 타율 1할5푼8리(19타수 3안타) 무홈런 무타점 OPS .544로 주춤하고 있다.

우투우타 코너 내야수 맥키넌은 2022년 LA 에인절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2개 팀에서 메이저리그 22경기를 짧게 경험한 뒤 아시아 무대로 옮겼다. 2023년 세이부에서 127경기 타율 2할5푼9리(464타수 120안타) 15홈런 50타점 OPS .728을 기록했다. 투고타저 리그인 일본에서 퍼시픽리그 홈런 10위, OPS 11위로 나름 준수한 성적을 냈지만 재계약에 실패했다.

일본을 떠나 지난해 삼성과 KBO 신규 외국인 선수 상한액 100만 달러에 계약하며 한국에 왔다. 일본에서 어느 정도 실적이 있는 선수라 성공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았지만 의외로 실패했다. 시즌 초반 빼어난 출루 능력과 안정된 1루 수비로 연착륙하는가 싶었지만 외국인 타자에게 요구되는 장타력이 너무 떨어졌다.

72경기 타율 2할9푼4리(272타수 70안타) 4홈런 26타점 OPS .767을 기록한 뒤 올스타전에도 참가했지만 후반기 시작을 앞두고 삼성에서 방출 통보를 받았다. 일본에서 ‘날지 않는 공’을 상대로 홈런 15개를 친 타자라 ‘탱탱볼’로 홈런이 쏟아진 KBO리그, 더 나아가 타자 친화적인 삼성의 홈구장 ‘라팍’에서 홈런을 그렇게 홈런을 못 칠 줄 몰랐다.

맥키넌은 “안타는 나왔지만 팀이 원한 장타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1년간 뛰고 싶었지만 야구는 비즈니스다. 나를 방출하면 팀은 다른 선수를 데려올 수 있다”며 “일본과 한국에서 보낸 2년간 압박감을 느꼈다. 외국인 선수는 팀이 이기는 데 도움을 주러 온 것이기 때문에 납득할 만한 성적을 내야 하는 압박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에선 팀의 유일한 외국인 야수라서 더 어려웠다. 많은 외국인 선수가 오는 일본과 다르다. 일본에는 좋은 투수들이 많고, 야나기타 유키, 곤도 겐스케(이상 소프트뱅크 호크스),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스왈로스)처럼 각 팀에 좋은 일본인 타자들도 많다. 외국인 타자에게만 부담이 가진 않는다. 한국에선 외국인 타자가 누구보다 큰 기대를 받는다. 일본과 환경이 다르다”고 이야기했다.

일본은 외국인 선수를 4명까지 1군 등록 가능하지만 보유 숫자 무제한이다. 반면 한국은 1~2군에 관계없이 팀당 보유 숫자와 1군 등록 숫자가 모두 3명으로 제한돼 있다. 특히 외국인 타자는 거의 대부분 팀들이 1명만 쓴다. 여러 선수들을 쓸 수 있는 일본과 달리 한 선수에게 모든 기대와 중압감이 쏠린다. 충분한 기회가 보장되지만 그만큼 성적을 내야 하는 압박감이 크다는 게 맥키넌의 주장이다.

외국인 선수끼리 내부 경쟁이 치열하고, 기회가 많이 보장되지 않는 일본이 심적으로 부담이 더 큰 것 같지만 맥키넌은 달랐다. 선수마다 성향이 다르고,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높은 KBO리그 특성상 맥키넌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다.

일본 친정팀 세이부에도 애정이 큰 맥키넌은 “지난해 세이부가 고전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괴로운 마음이 들었다. (삼성 방출 후) 세이부로 복귀할 수 있을까 싶어 협상을 제안했지만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 터무니없는 금액을 제안한 건 아닌데 그들은 반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일본에서 다시 뛸 수 기회가 오면 좋겠다. 홈런 칠 파워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갈 일은 없을 것 같다”며 웃은 뒤 “아내와 아이들도 일본을 좋아한다. 일본 팀 동료들이 그립다. 매번 새로운 팀에 가서 자기 소개를 하고, 모두와 친해져야 하는 것은 힘들다. 이제는 한 팀에 정착하고 싶다. 팀을 옮기는 건 힘들지만 동시에 훌륭한 경험이기도 하다. 난 한국에서 시간을 즐겼고, 일본도 정말 좋아한다. 스시와 불고기가 그립다.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고 아시아 리그에 대한 그리움도 표했다.

언제 어떤 오퍼가 올지 모르니 준비는 해야 한다. 아시아 리그를 떠나 영어를 많이 쓰는 푸에르토리코에서 뛰며 재충전한 맥키넌은 “자신감을 되찾고, 압박감 벗어나 다시 야구를 즐길 수 있게 됐다”며 반등을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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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상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