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선수들이 기사를 못 본 거 같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은 지난 25일 일본 미야자키 히나타 히무카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차 스프링캠프 팀 훈련에서 취재진과 만나 24일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 2군과 연습경기 0-0 무승부를 복기했다.

두산 젊은 타선은 요미우리 2군 마운드를 상대로 빈타에 시달렸다. 오명진, 이유찬, 조수행이 나란히 멀티히트를 신고했지만, 팀 안타는 이들의 도합 6안타가 전부였다. 다른 어린 타자들의 지원 사격이 부족했다.

이승엽 감독은 “날씨가 추워서 라인업을 급하게 바꿨고, 다들 추운 가운데 고생했다”라며 “어린 선수들의 경우 이미 시즌이 시작됐다고 보면 된다. 베테랑 선수들과 외국인선수들은 시즌에 맞춰 몸을 만들지만, 어린 선수들은 지금부터 존재감을 보여줘야 한다. 못하면 또 퓨처스로 가야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재호가 은퇴하고 허경민이 KT 위즈로 이적한 두산은 이유찬 박지훈이 유격수, 오명진 여동건 박준순이 2루수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외야는 좌익수 김재환이 지명타자를 맡는 경기에서 수비를 책임질 자원이 필요한데 김민석 추재현 강현구 조수행 전다민 등 무려 5명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사령탑은 여전히 이들의 경쟁 자세가 성에 차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승엽 감독은 지난 23일 “어떻게든 살아나가려고 하고, 어떻게든 결과를 내려고 하는 절박함이 안 보인다. 젊은 선수들이 지금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알아야 된다. 21일 경기에서 그런 부분이 화가 났다. 프로야구 선수인데 이런 부분은 당연히 필요하다”라고 이례적으로 격분했는데 이날 또 쓴소리를 날렸다.

이승엽 감독은 "팀이 바뀌려면 젊은 선수들이 바뀌어야 한다. 베테랑들은 지금까지 해왔던 게 있고, 알아서 시즌을 잘 준비한다. 이제 자리를 잡지 못한 어린 선수들이 각자 자리에서 두각을 드러내야 한다. 특히 2루수 좌익수에서 한 명씩 나와야하는데 지금 보면 조수행이 가장 좋다"라며 "어린 선수들이 이겨먹으려고 해야 한다. 안 되겠다고 생각하면 1군에 있지 못한다”라고 쓴소리를 날렸다.

그렇다고 모든 어린 선수들의 성장이 더딘 건 아니다. 야수진에서는 주전 2루수 경쟁 중인 오명진의 타격이 가장 눈에 띈다. 이승엽 감독은 “오명진이 많이 좋아졌다”라며 “명진이 성격이 안 되면 거기에 골똘히 빠져드는 스타일인데 지난번 세가사미전에서 안타를 치면서 자신감이 붙은 거 같다. 계속 안타가 나오면서 표정도 많이 밝아졌고, 여유도 조금 찾았다. 공수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라고 칭찬했다.

5선발 경쟁 또한 전망이 밝다. 최원준 김유성 최준호 김민규 등 오디션 참가자들이 캠프 내내 꾸준히 좋은 페이스를 유지 중이다. 이승엽 감독은 “누구를 5선발로 써야할지 고민이다. 모든 선수들의 컨디션이 호주 캠프 때부터 좋았다. 딱 한 명을 선택할 시점이 오면 머리가 아플 거 같다”라며 “구위가 괜찮으면 시즌 초반 롱릴리프로 활용할 수도 있다. 다양한 옵션을 구상 중이다. 선수가 한 명이라도 더 있는 건 팀에 긍정적인 요소다”라고 설명했다.

이승엽 감독은 남은 일주일 동안 키스톤콤비 육성 및 경쟁에 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할 계획이다. 2군 캠프인 일본 미야코지마에서 훈련 중인 박준영이 1군에 합류할 경우 유격수 박준영, 2루수 이유찬 조합이 가능하지만, 박준영이 지난해 잦은 부상에 시달린 이력이 있어 이를 대비하는 플랜을 구상해야 한다.

이승엽 감독은 “일단 박준영이 부상 없이 1군에서 뛸 수 있을지 봐야한다. 유격수 자리가 자주 바뀌는 건 좋지 않다”라며 “박준영이 2년간 잘하다가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해 만일 자리를 비우면 다른 선수들의 포지션 이동이 불가피하다. 이유찬이 유격수에서 잘해주고 있지만, 박준영의 기량도 확인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2루수 또한 자리를 잡는 선수가 나오는지 지켜봐야 한다. 여러 가지 봐야할 포지션이 많다. 이제 개막까지 3주 조금 더 남았는데 2차 캠프에 이어 시범경기까지 계속 보면서 주전을 정하겠다”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두산은 26일 일본 미야자키 산마린 스타디움에서 세이부 라이온스와 2차 스프링캠프 4번째 연습경기를 갖는다. 두산은 지난 22일 세이부 상대 5-4 승리를 거둔 바 있다.

/backlight@osen.co.kr

[OSEN=미야자키(일본), 이후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