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스 포수왕국의 백업 자리를 두고 경쟁 중인 박민준(23)이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과 결정적 도루저지로 이승엽 감독의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박민준은 지난 22일 일본 미야자키현 이치난시 난고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일본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스와의 연습경기에 교체 출전해 수비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팀의 연습경기 5-4 첫 승리에 힘을 보탰다.

박민준은 6회말 선발 포수로 나선 류현준의 대수비로 그라운드를 밟아 이영하, 김호준, 홍건희, 김택연과 차례로 배터리호흡을 이뤘다.

백미는 마지막 이닝이었다. 두산이 5-4로 근소하게 앞선 9회말 등판한 김택연이 선두타자 몬텔을 만나 예상치 못한 번트안타를 내주며 무사 1루에 처했다. 그리고 몬텔이 후속타자 타석에 2루 도루를 시도했는데 박민준이 빠르고 정확한 2루 송구로 주자를 아웃시켰다. 동점 주자를 지워낸 천금 도루 저지였다.

표정이 한층 밝아진 김택연은 니시카와의 중전안타로 이어진 2사 1루에서 마지막 타자를 범타 처리하며 5-4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박민준은 이에 앞서 6회말 쇄골 부위를 타구를 맞으며 상당한 통증을 호소했지만, 이를 참고 9회까지 꿋꿋이 경기를 소화했다. 그의 도루 저지가 더 큰 박수를 받은 이유였다.

박민준은 경기 후 두산이 올해 신설한 허슬플레이상 1호 주인공으로 선정됐다. 이승엽 감독은 박민준의 투혼과 결정적 도루 저지를 높이 평가하며 선수단이 보는 가운데 박민준에게 직접 상금을 전달했다.

두산은 해마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승리 시 수훈선수 시상을 진행한다. 당초 MVP, 우수타자, 우수투수만 선정했으나 올해부터 이승엽 감독을 비롯해 코칭스태프가 프런트가 머리를 맞대고 허슬플레이상을 추가했다. 이는 스프링캠프부터 몸을 사리지 않고 그라운드에서 두산의 상징인 ‘허슬’을 보여주는 선수에게 시상하는 항목이다.

두산 관계자는 “박민준이 9회 무사 1루 위기에서 결정적인 도루 저지를 했고, 8회말과 9회말 떨어지는 변화구를 연거푸 포구하는 등 수비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라고 설명했다.

박민준은 “상을 받는다는 건 언제나 기쁘지만, 올해부터 처음 시상하는 항목이라니 더욱 영광이다. 포수로서 투수들을 더 잘 이끌어달라는 의미로 생각하겠다”라며 “일본프로야구 팀들이 워낙 많이 뛰기 때문에 미리 경계하고 있었다. 도루를 저지했을 때 신인드래프트 지명 다음으로 짜릿했다. 앞으로는 그런 장면을 많이 만들어낼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박민준은 용마고-동강대를 나와 202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 8라운드 79순위로 뽑힌 안방 자원이다. 2년차였던 지난해 처음 1군에 데뷔해 5경기를 소화했고, 퓨처스리그 47경기 타율 2할3푼7리 2홈런 10타점 9득점을 남겼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양의지, 김기연의 뒤를 이을 제3의 포수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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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미야자키(일본), 이후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