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비시즌은 남들보다 더 길었으니까…”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포수 유강남(33)의 2025년은 독기로 가득 차 있다. 2022년이 끝나고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서 4년 80억원에 LG에서 롯데로 이적한 그다. 이적 첫 해인 2023년에는 받았던 기대에 비해서는 아쉬움이 남았고 지난해는 부침을 거듭하더니 결국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금강불괴’라는 명성에 금이 갔다. 7월 중순 왼쪽 무릎 내측 반월판연골 수술을 받았다. 재활만 7~8개월 걸린다는 소견을 받았다.

이제 계약 3년차. 롯데를 위해서도, 유강남 개인을 위해서도 분발해야 한다. 그동안 책임감과 미안함으로 가득찼던 유강남의 머릿 속은 재활 과정을 거치면서 독기로 다시 채워졌다. 그는 “나는 남들보다 비시즌이 더 길었다”라며 “제 스스로에게도, 그리고 많은 분들에게도 실망시켜 드렸다. 그래서 더 절치부심했다”고 강조했다.

홀쭉해진 몸, 날렵한 턱선은 지난 비시즌 유강남의 독기를 설명한다. “13kg를 감량하고 식단도 신경쓰면서 유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들보다 긴 비시즌을 잘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많은 시간들을 저에게 투자했다. 야구를 더 잘하기 위해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된 것 같다”며 “아픈 시간이었을 수도 있지만 뜻깊은 시간이기도 했다”고 강조했다.김태형 감독은 올 시즌을 좌우할 키플레이어로 유강남을 망설임 없이 말했다. 지난해 시즌 초반에는 유강남의 부진으로 고심했다면, 유강남이 빠진 이후에는 젊은 포수들의 고군분투를 신경 써야 했다. 김태형 감독은 “올해 (유)강남이가 정말 잘해줘야 한다. 지난해부터 우리 포수진이 계속 숙제를 안고 있었고 또 어린 포수들은 성장을 해야 한다”며 “어린 투수들을 이끌고 중심을 잡아 줄 베테랑 주전들의 힘이 필요하다. 그래야 어린 투수들도 성장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유강남도 김태형 감독의 생각에 동의했다. 말하지 않아도 자신이 더 책임감을 갖고 임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는 “저도 제가 잘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만큼 부담감을 갖고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지난해 시즌을 일찍 마감했기 때문에 만회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제가 팀에 더 도움이 된다면 우리 팀도 더 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다짐했다. 공수에서 최고의 성적을 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유강남이다. 타격은 지난해 52경기 타율 1할9푼1리(136타수 26안타) 5홈런 20타점 OPS .599에 그쳤다. 부상도 부상이지만 타격 성적은 낙제에 가까웠다. 그는 “가장 좋았을 때 이후 3년을 헤맸다. 잘못된 접근 방법으로 타격을 했다. 높은 확률을 찾아가야 하고 더 잘 치는 타자들의 공통점을 따라갔어야 했는데 내 느낌을 좇아가다 보니 헤맸다. 그러다 보니 생각이 많아지고 멘탈적으로도 많이 망가졌다”라면서 “그래서 재활하는 기간 동안 그런 부분들까지 잘 정립해서 왔다. 흔들리지 않고 꾸준하게 준비했던 것을 한 시즌 동안 잘 끌고 갈 수 있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수비에서도 사직구장의 낮아진 담장을 대비하려고 한다. 그는 “제가 포수로 앉아있을 때 상대 타자들에게 타이밍을 안 줘야지 장타가 나오지 않는다. 담장을 의식한다기 보다는 상대에게 타이밍을 주지 않는다면 장타를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제 유강남은 미야자키 2차 캠프에서 막바지 재활을 하고, 미야자키 캠프 막판 2경기부터 포수 마스크를 쓰고 개막전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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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타이난(대만), 조형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