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폼도 잘 어울리는 것 같고, 설레네요.”
프로야구 KT 위즈의 호주 질롱 스프링캠프에 참가 중인 외야수 장진혁(32)은 요즘 하루하루가 설렌다. 1년 전 한화 이글스에선 1군이 아닌 2군에서 스프링캠프를 시작하며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지만 지금은 야구 인생 최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말수가 적고, 조용한 성격인 장진혁이지만 KT에 와선 한층 밝아졌다. 스스로도 “유니폼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며 웃은 장진혁은 “팀 분위기가 정말 좋아 생각보다 잘 적응 중이다. 베테랑 형들이 편하게 대해주신 덕분이다”고 말했다.
장진혁은 지난해 한화에서 99경기 타율 2할6푼3리(289타수 76안타) 9홈런 44타점 56득점 14도루 OPS .747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지만 6월 김경문 감독 부임 후 주전으로 발돋움하며 ‘달의 남자’로 불렸다. 발 빠른 선수를 선호하는 김경문 감독은 진중하면서 성실한 자세로 무장한 장진혁을 무척 마음에 들어했다.
그러나 시즌 후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 중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한화로 FA 이적한 투수 엄상백의 보상선수로 KT에 지명된 것이다. 훈련 중 손혁 한화 단장으로부터 이적 소식을 듣곤 눈물을 흘렸다. 9년을 몸담으며 20대 청춘을 바친 팀인데 이제 뭔가 자리를 잡으려다 떠나게 됐으니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하지만 KT 이적을 통해 장진혁에 대한 관심이 더욱 폭발하고 있다. 중견수 자원이 부족한 한화에서 장진혁이 보상선수로 풀린 게 의외였다. 한화의 새 유니폼 모델로 화보 촬영도 했는데 그라운드에선 입어보지 못하고 떠난 것도 소소한 이슈였다.
무엇보다 이강철 KT 감독이 지난해 시즌 중 트레이드로 장진혁을 원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알려지며 주목을 받았다. “결국 내 선수가 됐다”며 캠프지에서 장진혁을 보고 웃은 이강철 감독은 “얼굴만 보면 모르겠는데 생각보다 나이가 좀 있더라. 그래도 신체 나이는 젊다고 한다. 치는 게 좋고, 잘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강철 매직의 남자’로 거듭날 것 같은 분위기이지만 경쟁을 이겨야 한다. 이 감독은 “장진혁이 오니까 김민혁이 제일 잘 친다. 살벌하다”며 외야 경쟁을 붙이고 있다. 장진혁도 “감독님이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하지만 경기 들어가서 제가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며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지난해 활약을 인정받아 연봉도 처음으로 억대 고지를 넘었다. 5800만원에서 1억1500만원으로 무려 98.3% 인상됐다. 팀을 옮기면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고, 새 팀에서 연봉까지 크게 올랐으니 야구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다.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을 받는 장진혁은 “부담이 되는 건 없다. 새 팀에서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하고 있다. 1군에서 많은 경기에 나가는 것이 목표다. KT는 강팀이고, (경쟁에서) 살아남으면 성적도 당연히 좋을 것이다. 열심히 해서 그렇게 되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개인적으로 올해 또 하나 바라는 게 있다. 한화에서 아꼈던 후배 외야수 임종찬(25)과 동반 성공이다. 캠프 전까지 비활동기간에 광주의 야구 전문 트레이닝 센터에서 임종찬과 같이 운동하며 몸을 만든 장진혁은 “(임)종찬이와 요즘도 영상 통화를 한다. 나이 차가 있지만 결이 잘 맞아 한화 있을 때 많이 의지했던 친구다. 좋은 능력을 갖고 있으니 종찬이도 올해 같이 잘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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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질롱(호주), 이상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