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시간은 2년 반. 홍명보 감독이 '가슴 속에 새겨둔' 10년 전 실패를 씻어낼 수 있을까.

대한축구협회(KFA)는 7일 "축구국가대표팀 차기 감독에 홍명보 감독 울산HD 감독을 내정했다"라고 발표했다.

약 5개월 만에 수장을 찾은 한국 축구다. 대표팀은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한 뒤 빠르게 새 감독을 찾아 나섰지만, 오랫동안 난항에 빠져 있었다.

임시 감독 체제만 두 번을 겪었다. KFA는 연달아 정식 감독 선임에 실패하며 3월 A매치는 황선홍 감독, 6월 A매치는 김도훈 감독에게 맡겼다. 다행히 대표팀은 이 기간 3승 1무를 거두며 무난하게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에 진출했다.

KFA는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을 중심으로 감독 선임 진행했지만, 제시 마시 감독과 협상이 결렬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내부적으로도 잡음이 많았다. 지난달 말엔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이 돌연 사의를 표하했다. 대신 이임생 기술이사가 감독 선임이라는 중책을 이어받았고, 지난주 유럽을 방문해 다비트 바그너, 거스 포옛 감독을 직접 만나고 왔다.

이임생 이사의 최종 선택은 홍명보 감독이었다. KFA 관계자는 OSEN과 통화에서 "금요일(5일) 이임생 이사가 유럽에서 면접 후 귀국했고 직후 홍명보 감독과 만났다. 토요일(6일) 홍명보 감독의 (대표팀 감독직) 수락이 있었고 6일과 7일 계약 협상을 진행했다"라고 알렸다.

아직은 '내정' 단계지만, 사실상 공식발표만 남은 상황. 관계자는 "계약서 서명은 아직이다"라면서도 "'발표해도 된다'는 홍명보 감독의 말에 따라 7일 발표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임생 이사는 8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홍명보 감독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다른 외국인 감독 후보보다 홍명보 감독을 높이 평가한 기준으로 8가지를 꼽았다. KFA 철학과 게임모델, 리더십, K리그 선수 발굴과 연령별 대표팀 연계성, 더 나은 성과, 당장 두 달 후 열리는 아시아 3차 예선, 대표팀 지도 경험, 시간 부족, 재택 논란 리스크였다.

홍명보 감독의 임기는 오는 2026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아시안컵까지. 이임생 이사는 "단기간에 평가하기보다는 핵심인 A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의 연계를 위해 충분한 시간을 주고 싶다. 전술적 부분을 보완하고자 최소 두 명의 유럽 코치를 요청했고, 홍명보 감독도 동의했다"라고 밝혔다.

또 한 번 한국 축구 소방수로 나서는 홍명보 감독이다. 그는 지난 2013년 6월 최강희 감독의 후임으로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당시 KFA는 브라질 월드컵을 1년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홍명보 감독에게 중책을 맡겼다.

결과는 실패였다. 홍명보 감독은 월드컵 시작 전부터 2012 런던 올림픽 멤버를 둘러싼 '의리 논란'에 휩싸였고, 조별리그에서 1무 2패를 거두며 탈락하고 말았다. 2014년 7월 사퇴한 그의 최종 성적은 5승 4무 10패. 축구팬들의 대대적인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국민 영웅'이었던 홍명보 감독이기에 더욱 뼈아팠다. 그는 2022년 10월 K리그 대상 시상식을 마친 뒤 "브라질 월드컵에서 내가 감독으로 실패했다. 하지만 그 역시 소중한 경험이었다. 내가 가장 아끼는 시간이기도 하다. 축구 인생에 있어서 썩 좋지 않은 시간이었다. 지금도 항상 그 시간을 가슴 속에 새기고 살아가고 있다"라고 되돌아봤다.

브라질 월드컵으로부터 딱 10년. 홍명보 감독은 고민 끝에 대표팀이 다시 내민 손을 붙잡기로 정했다. 그 역시 고민이 컸다. 하지만 이임생 이사의 '삼고초려'를 받아들이며 흔들리는 한국 축구를 지휘하기로 했다. 홍명보 감독은 5일 밤 11시에 이임생 이사와 만난 뒤 다음날 오전 9시에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홍명보호는 오는 9월 A매치를 통해 본격적으로 닻을 올린다. 본 무대인 북중미 월드컵까지는 약 2년이 남아있다. 10년 전 브라질 월드컵에 비하면 준비할 시간은 훨씬 많다. 최소한 아시아 3차 예선부터는 직접 팀을 이끌며 호흡을 맞출 수 있다.

홍명보 감독에게도 일생일대의 결단. 앞으로 2년 반은 그의 지도자 커리어 자체를 좌우할 수도 있는 시기다. 역대 대표팀 감독 최저 승률이라는 오명을 씻어낼 기회인 동시에 '두 번의 실패'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는 위험이기도 하다.

이임생 이사는 홍명보 감독의 과거 실패도 좋은 자양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홍명보 감독이 A대표팀에서 실패한 경험도 상황에 따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라며 기대를 걸었다. 과연 홍명보 감독의 두 번째 도전은 가슴에 새겨둔 아픔을 치유하는 시간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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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고성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