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온 수장된 나영호 대표 "우리의 DNA는 디지털"
'디지털 전환+전사 통합'부터 이베이코리아 인수 추진
거래액 확대 방점...개발자 늘리고 할인 행사 강화
‘새로 고침’
지난 12일 롯데쇼핑(023530)통합 온라인몰 롯데온의 수장으로 임명된 나영호 대표의 경영능력이 첫 시험대에 올랐다.
롯데그룹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이 오는 28일 출범 1주년을 맞는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롯데온은 지난 26일부터 일주일간 4000여만개 제품을 최대 50% 할인 판매하는 대규모 할인 행사를 진행중이다. 나 대표는 롯데온에서의 첫 프로젝트 명칭을 ‘온(ON)세상 새로고침’이라 이름짓고, 롯데온 개선작업에 나선다.
◇‘쇼핑계 넷플릭스’ 표방했으나, 첫날부터 삐거덕
롯데온은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슈퍼·롯데닷컴·롭스·롯데홈쇼핑·롯데하이마트 등 롯데 유통 계열사 7개 쇼핑몰의 온·오프라인 데이터를 통합한 쇼핑 플랫폼이다.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쇼핑판 넷플릭스’를 표방해 3년 내 거래액 2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지만, 큰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지난해 이커머스 부문 매출은 1379억원으로, 통합 전(2019년)보다 27% 줄었다. 영업적자는 948억원으로 전년보다 69% 늘었다. 지난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로 쿠팡·네이버·SSG닷컴 등의 연간 거래액이 30~40% 증가했지만, 롯데온은 7% 증가한 7조6000억원에 그쳤다.
이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 성장률(20%)과 비교해도 한참을 밑도는 수준이다. 오프라인 시장에선 ‘유통공룡’이지만, 온라인 시장에선 존재감이 미약하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롯데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5% 수준으로 네이버(17%)·쿠팡(13%)·이베이(12%) 등과 비교하면 한참 낮다.
유통업계는 롯데온 부진의 원인을 디지털 전환과 사업부 간 통합 작업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은 것을 큰 이유로 보고 있다. 롯데온은 첫날부터 웹사이트 접속 장애가 일어나 예정 시간보다 2시간 반 늦게 출범했다. 접속 오류는 지난해 6월과 10월, 그리고 1주년 행사가 시작된 지난 26일에도 반복됐다. 출범 첫날처럼 서버가 다운되지는 않았지만, 할인 행사 등으로 인해 접속량이 늘어나면 반응 속도가 느려지는 ‘느린 쇼핑’이 계속됐다.
"상품을 찾기가 어렵다"는 고객들의 불평도 이어졌다. 개인 맞춤화 전략으로 검색 서비스를 줄인 것이 역효과가 난 것이다. 통합 몰이라고는 하지만 백화점, 마트, 롭스 등 계열사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따로 운영한 것도 혼선을 줬다. 특히 롯데홈쇼핑과 롯데하이마트 경우 직영 방식이 아닌 입점 형태로 운영돼 완전한 통합을 이루지 못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계열사 간 교통정리가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성급하게 쇼핑몰을 열어 갖고 있던 이미지마저 하락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거래액 확대’에 방점…개발자 150명 채용하고 할인 쿠폰 쏜다
롯데온의 부진에 롯데쇼핑은 ‘외부인사 영입’으로 대대적인 전환을 시도했다. 롯데온의 사령탑이 된 나 대표는 롯데닷컴 창립 멤버 출신으로 이베이코리아에서 스마일페이 등 주요 전략 사업을 총괄해 왔다. 롯데쇼핑은 이커머스사업부 본부장을 기존의 전무급에서 부사장으로 격상해 계열사 간 통합이 원활하도록 지원했다. 나 대표는 부임 후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나의 미션은 디지털 전환"이라며 "이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고 혁신할 것"을 강조했다.
그는 먼저 구조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검색창 없는 쇼핑 플랫폼을 지향’하던 출범 초와 달리 상품 검색에 상세 필터 기능을 도입했다. 또 수익성 중심의 소극적이었던 전략을 거래액 확대를 최우선으로 하는 전략으로 바꿨다. ‘온세상 새로고침’ 행사가 기점이다. 롯데온은 이번 행사에서 수백억 원 규모의 쿠폰을 발급해 할인 혜택을 키웠다.
디지털 전환의 기반이 되는 개발자 영입도 늘린다. 그간 롯데온은 "사소한 것까지 외주를 준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개발자 관리에 소홀하다는 평이 있었다. 이에 올해 최대 150명의 개발자를 채용해 개발 역량을 높일 방침이다.
상품군도 강화한다. 롯데온은 현재 20~30대에게 인기가 높은 쇼핑몰을 모은 ‘스타일온’을 시범 운영 중이다. 그동안 백화점·면세점 등이 가진 역량을 활용해 명품 판매에 주력해 왔지만,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에게 인기가 높은 온라인 패션 플랫폼을 입점 시켜 젊은 고객들의 접속률을 높일 계획이다.
올 하반기에는 식자재 전문관인 ‘푸드온’도 개설해 롯데마트의 노하우를 활용해 신선식품부터 가정간편식(HMR), 밀키트 등의 판매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현재 2만5000여개 수준인 판매자 수를 대폭 늘려 오픈마켓 역량을 키운다는 포부다.
◇더 강력한 ‘한 수’…이베이코리아 인수 성사 과제
일각에선 경쟁사인 신세계(004170)가 네이버와 손잡고 여성 의류 쇼핑몰 W컨셉을 인수해 이커머스 전략을 강화한 만큼, 더 강력한 한 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롯데쇼핑은 지난달 중고나라의 지분 20%를 인수한 데 이어, 이베이코리아 매각 주관사가 선정한 본입찰 적격후보명단(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5조원이라는 높은 인수대금이 관건이지만, 강희태 롯데쇼핑 부회장이 지난달 "이베이코리아에 충분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언급한 후 이베이코리아 출신의 나 대표를 영입한 만큼 롯데쇼핑을 유력한 원매자로 꼽는 시각이 많다. 롯데쇼핑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게 되면 점유율 17%로 1등인 네이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롯데쇼핑은 이를 염두에 둔 듯 실탄 마련에 나섰다. 지난해 롯데리츠를 통해 부동산을 유동화해 7300억원을 마련한 데 이어, 최근 롯데월드타워·몰 지분 15% 전량을 롯데물산에 매각을 결정하면서 8300억원을 확보했다.
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롯데가)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수준을 넘어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는 전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예컨대 고객이 늘어난 만큼 물류 투자를 강화한다면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