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유산에 대한 상속 내용을 이번주 공개한다. 상속 내용에는 미술품 기증, 사재출연 등 수조원대에 달하는 사회환원 계획이 함께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이르면 오는 27~28일 고 이건희 회장의 유산에 대한 상속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는 이 회장의 유산 상속분에 대한 상속세 신고납부 시한이 오는 30일로 다가온 데 따른 조치다.
삼성 일가는 이건희 회장의 사재 일부와 '이건희 컬렉션'으로 알려진 미술품 일부를 사회에 환원할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는 이 규모가 2조~3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먼저 이 회장의 사재 일부가 출연될 전망이다. 이 회장은 2008년 특검의 삼성 비자금 수사 당시 "실명 전환한 차명 재산 가운데 벌금과 누락된 세금을 납부하고 남은 것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며 사재 출연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이후 구체적인 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채 2014년 이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면서 관련 논의가 중단됐다.
당시 실명 전환한 이 회장의 재산 약 4조5000억원 중 세금과 벌금 등을 납부하고 남은 금액은 1조원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이번 상속 내용 발표에서는 1조원 이상의 대규모 사회환원 계획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사재 출연 방식은 이건희 회장 명의의 재단 설립 가능성이 거론된다. 삼성생명공익재단, 삼성문화재단 등 기존 삼성 재단에 기부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건희 회장이 소유했던 1만3000여점 미술품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건희 컬렉션'으로 불리는 미술품은 감정가만 2조5000억∼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상속받을 경우 유족들은 막대한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삼성가는 미술품 일부를 기증하기로 하고 국립현대미술관·국립중앙박물관, 지방 미술관 등과 절차를 밟고 있다.
미술계에서는 미술품 기증 규모를 1조~2조원 수준으로 추정한다. 일부 미술품은 리움·호암미술관이 소속돼 있는 삼성문화재단에 출연할 가능성도 있다.
국가지정 문화재는 상속세가 없어 순수 기증 의미가 있으나 유명 작가의 고액 미술품이나 사재 등을 공익재단·법인에 출연할 경우 상속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주식 상속 방안도 이번에 공개된다.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지분을 누가 얼마나 상속받는지에 따라 지배구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만큼, 부인인 홍라희 여사와 자녀인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에게 어떻게 배분될 지가 관건이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4.18%), 삼성생명(20.76%), 삼성물산(2.88%), 삼성SDS(0.01%)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삼성의 지배구조는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진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028260)을 정점으로 삼성생명을 거쳐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구조다. 삼성물산은 삼성생명 지분 19.34%를 보유하고 있고,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을 각각 8.51%, 5.01%를 보유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현재 삼성물산 지분 17.33%를 보유한 최대 주주인 반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005930)의 보유 지분은 각각 0.06%와 삼성전자 0.7%로 미미하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 전부를 이 부회장이 상속받고, 동생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나머지 주식과 부동산을 상속받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본다.
삼성가가 내야하는 주식 상속세는 지난해 12월 약 11조366억원으로 확정됐다. 상속세 납부 방안은 6년에 걸친 연부연납이 예상된다.
상속세는 삼성 일가가 받는 배당금이 주요 재원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 부족한 금액은 직접 금융권의 대출을 받거나 주식·부동산·배당금 등을 담보로 은행의 '납세보증서' 또는 보증보험사의 '납세보증보험증권'을 받아 국세청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