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취임 후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사업 및 지배구조 개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걷는 차'를 개발하기 위해 미국 로봇 제조업체인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는가 하면, 지배구조 개선 토대를 마련해 나가는 과정에서 핵심 사업이 아닌 부분은 과감히 정리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3월 16일 그룹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열린 온라인 타운홀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철도·방산기업인 현대로템(064350)의 지분을 독일 제조 업체인 지멘스에 매각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현대로템 지분 33.8%(작년말 기준)를 가진 최대주주다. 현대로템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철도 부문이 3년 연속 적자인데다 신규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매각하기로 한 것이다. 현대로템의 철도 부문 신규 수주액은 2017년 3조8350억원에서 2018년 2조9830억원, 2019년 2조9550억원, 2020년 2조8000억원으로 매년 줄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점진적으로 매각하거나 타 기업과의 인수 합병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제철(004020)도 수익성이 떨어지는 강관 사업을 정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현대제철의 강관은 자동차·조선·건설 등에 사용하는 주요 제품과 관련성이 적고 설비 가동률도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강관사업부를 자회사인 현대 BNG스틸에 매각하거나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에 넘기고, 자동차 소재를 전문으로 생산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 1일에는 현대차그룹의 IT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가 현대엠엔소프트와 현대오트론을 합병했다. 현대차그룹 내 분산된 소프트웨어 역량을 통합해 급변하는 모빌리티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자동차 소프트웨어는 미래차의 핵심 기술로 꼽혀 다임러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도 인재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추세다.

현대오토에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내 소프트웨어 개발 체계를 통합하고 개발주체를 일원화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며 "3사가 가진 강점을 유기적으로 통합해 자동차용 소프트웨어 핵심 기술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가 지난 3월 31일 공개한 자율주행 콘셉트카 엠비전X.

지배구조 개선 작업은 현대차그룹의 최대 과제 중 하나다.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미래차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배구조를 개편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데, 최근 현대차그룹은 플랜트와 건축 사업 등을 담당하는 현대엔지니어링을 상장하기로 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을 상장하면 정 회장은 1조원 가량의 현금을 마련해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 드는 비용을 충당할 수 있게 된다. 현재 현대엔지니어링의 최대주주는 지분 38.6%를 보유한 현대건설이고, 정 회장은 11.7%를 보유해 2대 주주다.

정 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으로 현금을 확보하면 현대모비스 지분 매입에 나서 지배구조를 단순화할 수 있게 된다. 현재 현대모비스(012330)→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순환출자 구조에서, 대주주→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로 지배구조를 정리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모비스가 지배회사가 되면 현대모비스도 부품 사업에 더 집중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