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공정 기술 TSMC와 대등 수준 유지 전략
"규모 밀리지만, 기술력은 대등"
미세공정 점유율 TSMC 6 : 삼성전자 4
증설 관건…올해 중 평택 P3 착공
삼성전자(005930)가 올해 하반기 2·3세대 5나노미터(㎚·10억분의 1m) 제품을 동시 생산,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인 대만 TSMC와의 격차를 본격적으로 좁힌다. 팹(공장) 규모의 차이로 시장 점유율 면에서는 밀리고 있지만, 기술력에서만큼은 격차 없이 대등한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TSMC는 향후 3년간 1000억달러(약 113조원)라는 거액을 설비와 기술에 투자하겠다고 밝혀 삼성전자의 전략이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1위에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13일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하반기 2·3세대 5나노 공정 제품을 현재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등을 갖추고 있는 경기 평택캠퍼스에서 동시에 양산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해 4분기부터 삼성전자는 1세대 5나노 반도체의 공급을 시작했고, 현재는 수율 증대(램프업)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미세공정에 집중하는 이유는 TSMC와의 경쟁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5나노 양산은 TSMC에 비해 다소 늦었지만,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 기술적인 면에서는 TSMC를 빠르게 추월하겠다는 것이다.
김기남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 부회장은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파운드리 사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런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려면 대형 고객을 많이 확보하는 게 핵심이다"라며 "선두업체(TSMC)에 비해 시장 점유율이나 규모의 경제, 생산능력(캐파), 고객 수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첨단 공정 경쟁력은 손색이 없기 때문에 효율적인 투자로 격차를 줄여나갈 것이다"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총 133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올해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100조원 이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촉발한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시장 규모 전망치를 지난해(681억달러)보다 8.4% 늘어난 738억달러(약 83조400억원)로 내다봤고, 트렌드포스는 896억달러(약 100조8179억원)로 예측했다. 또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900억달러(약 101조2660억원)로 예상해 늦게 전망치를 내놓은 업체일수록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TSMC는 올 1분기 기준으로 시장 점유율 56%를 확보한 절대적인 강자다. 18% 수준인 삼성전자와의 큰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두 회사만 가능한 10나노 이하 미세공정만 놓고 보면 점유율은 TSMC 60%, 삼성전자 40%로 격차가 그리 크지 않다. 기술 수준을 대등하게 유지하는 것에서 나아가 더 월등한 기술력을 확보할 수만 있다면 삼성전자에도 기회는 열릴 것이라는 게 회사 내부의 판단이다.
그러나 TSMC 역시 총력전으로 연초부터 공격적인 투자 행보에 나서고 있다. 올해에만 TSMC는 약 3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고, 앞으로 3년간 113조원을 들인다. 이는 반도체 기업이 공식 발표한 투자액 중에서는 가장 큰 규모다.
TSMC는 삼성전자와 맞붙는 5나노 공정 라인의 생산 물량도 늘렸다. 기존 월 9만장이 투입되던 웨이퍼(반도체 원판) 규모를 10만장 이상으로 확대한 것이다. 이어 TSMC는 하반기까지 12만장으로 늘리고, 오는 2024년에는 16만장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삼성전자 역시 생산능력 확대에 나설 계획이지만, TSMC의 계획에는 절반에도 이르지 못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TSMC와의 생산 격차를 좁히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결국 관건은 ‘증설’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5나노 미세공정으로 제품을 양산 중인 평택캠퍼스 P2 라인 외 새로운 P3 라인의 착공을 오는 가을쯤 시작할 계획이다. 착공과 설비 반입, 양산까지 걸리는 시간이 3년 내외라는 점을 고려하면 P3 라인의 본격적인 양산 시점은 2023년으로 전망된다. 그때쯤이면 총 6개 라인을 예정하고 있는 평택캠퍼스의 절반이 윤곽을 드러내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P4~P6 라인 증설도 체계적으로 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해외 증설도 주목받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기존 구형 라인인 텍사스 오스틴 외 미세공정 파운드리 팹(공장) 증설을 계획 중이다. 이를 위한 현지 정부와의 협상에 돌입한 상황으로, 기존 팹이 위치한 텍사스 오스틴과 애리조나주, 뉴욕주 등이 유력한 후보지로 꼽힌다. 특히 애리조나는 TSMC가 2024년 가동을 목표로 한 신설 팹이 위치할 곳으로, 삼성전자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 관계자는 "TSMC와 비교해 5나노 출발이 늦은 삼성전자로서는 해외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미국 등에서의 공장 증설이 시급한 상황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