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인권이냐 실익이냐 '중국 딜레마'에 빠진 글로벌 의류업계

조선비즈
  • 이슬기 기자
    입력 2021.04.09 14:17

    獨 휴고보스, 웨이보에 "신장 면화 최고...적극 구매"
    비난에 결국 글 삭제 "구매 안한다...인권 탄압 안돼"
    버버리·아디다스·나이키·H&M 등 中 불매운동에 곤혹
    NYT "中 작심하고 보복, 신장 면화 보이콧 어려울 듯"

    지난해 10월 중국 신장지역에서 한 여성이 목화를 따고 있다. /AP 연합뉴스
    중국의 신장 위구르 자치구 인권 탄압을 규탄하는 '신장 면화 보이콧' 운동이 거센 가운데 서방 의류기업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강제 노동은 안된다는 인류 보편의 원칙에 공감하면서도 이윤 추구가 목적인 기업으로서 14억 중국 시장을 포기하기에는 타격이 큰 탓이다. 일부 유명업체는 중국 안팎에서 입장을 바꾸는 이른바 '박쥐 전략'까지 동원할 정도다.

    8일(이하 현지 시각)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DW)에 따르면 독일의 고급 남성복 업체인 휴고보스(Hugo Boss)는 최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공식 계정에 신장산 장융면(長絨綿·섬유질이 가늘고 긴 원면)을 치켜세우는 글을 올렸다가 일주일도 안 돼 결국 삭제했다. 문제의 게시물은 "신장 장융면은 세계 최고로서 고품질 원료가 그 가치를 보여줄 것으로 믿는다. 우리는 앞으로도 신장 면화를 계속 구매하고 지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비판이 거세지자 사측은 지난달 27일 자사 홈페이지에 '중국 신장 지역에 관한 휴고보스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휴고보스는 지금까지 신장 지역에서 나온 상품을 직접 공급 업체로부터 조달받은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또 "우리는 강제 노동과 인권 탄압 등 어떤 종류의 현대판 노예제도도 용납하지 않으며 전세계 공급자와 파트너들이 이러한 원칙을 따라야 한다고 믿는다"고도 했다. 해당 성명은 현재도 홈페이지에 게시돼있다.

    휴고보스는 특히 웨이보에 올렸던 글에 대해 "신장 면화를 구매하고 지원한다는 내용은 허가받지 않은 것"이라며 "어떤 공급업체든 강제 노동 등 UN이 명시한 인권 침해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 즉각 제품 조달 업체 변경을 요구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중국의 여러 파트너들과의 오랜 관계를 매우 소중하게 여긴다"며 중국 눈치를 살피기도 했다.

    ◇2030년 중국 내 소비만 1.4경원 돌파...中 시장 외면 어려워

    이번 사태는 중국 인권 문제에 대한 서방 기업의 딜레마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DW는 전했다. 중국과 서방 국가들의 대립이 격화하는 가운데 이미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성장한 중국 소비자를 놓칠 수 없다는 우려가 상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2030년까지 중국 내 소비가 현재의 두 배로 늘어 12조7000억달러(약 1경4193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웨덴 국적의 패션 브랜드 H&M도 한 발 물러섰다. H&M은 최근 성명에서 "중국은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며 "중국 내 고객과 동료, 사업 파트너들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H&M과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업체들은 지난해 신장 인권 탄압을 거론하며 이 지역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었다. 이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중국에서 대대적인 불매 운동이 일었고 플랫폼들이 해당 브랜드의 검색을 막기도 했다.

    영국 명품업체 버버리도 중국의 표적이 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최대 IT기업인 텐센트는 지난달 22일 자사 모바일 게임인 '왕자영요'에서 당초 버버리와 협업해 내놨던 의상(스킨)을 전면 제거했다고 밝혔다. 쉬궈샹 신장 위구르 자치구 대변인은 이들 기업을 향해 "중국에 대한 내정 간섭은 제 발등 찍기와 같다"고 경고했다.

    DW는 "서구 기업들이 신장의 강제 노동을 근절하려는 의지에 의존하기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많다"며 "중국 관영매체가 미디어를 통해 민족주의 정서를 증폭하고 인권 탄압을 비판하는 국제사회에 보복을 하고 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도 글로벌 업체들이 신장 면화 사용 중단을 공언했지만 소매상들이 이러한 약속을 지키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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