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카카오도 탐내는 온라인 패션회사…전통 의류업체는 ‘찬밥 신세’

조선비즈
  • 김은영 기자
    입력 2021.04.09 14:00

    신세계 ‘W컨셉’, 카카오 ‘지그재그’ 인수
    MZ세대 공략해 큰 온라인 패션 회사...벤처캐피탈 투자 줄 이어
    온라인 주도권 내준 전통 의류업체, 오프라인까지 점령당할라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쇼핑이 부상하면서 온라인 패션회사에 대한 투자가 줄을 잇고 있다. 전통 의류업체가 고전하는 사이 온라인 패션회사들은 정보기술(IT)과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등을 앞세워 몸집을 키우고 있다.

    그래픽=정다운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신세계그룹이 여성 온라인 패션 편집숍(여러 브랜드 제품을 모아 판매하는 상점) W컨셉의 인수를 결정한 데 이어, 카카오가 지그재그의 인수를 추진 중이다.

    2008년 출범한 W컨셉은 20~30대 젊은 여성들을 타깃으로 의류와 잡화 화장품 등을 판매하는 온라인 패션 편집숍이다. 2017년 IMM에 인수될 당시 연간 거래액이 900억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거래액이 3000억원으로 뛰었다. 2015년 출범한 지그재그는 AI로 10~20대 고객의 취향에 맞는 상품을 추천해주는 시스템으로 거래액이 2016년 2000억원에서 지난해 7500억원으로 성장했다.

    대기업들이 온라인 패션회사에 눈독을 들인 이유는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패션은 온라인 침투율이 낮은 업종으로, 아마존과 쿠팡 등 대형 이커머스 업체들도 장악하지 못한 시장이다.

    종합 쇼핑몰이 앞세우는 가성비와 빠른 배송 외에도 감성과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전문성이 중요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이에 기업들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가 선호하는 온라인 패션회사를 통째로 인수하는 방안을 꺼내 든 것으로 해석된다.

    신세계그룹의 경우 계열사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을 통해 이미 명품·패션·화장품 사업에 나서고 있지만, 온라인 시장에서 강점을 가진 패션회사를 인수해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내는 방법을 택했다.

    그래픽=정다운
    무신사, 지그재그, 에이블리 등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패션회사들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 4500억원이던 무신사의 거래액은 2019년 9000억원, 지난해 1조4000억원으로 급증했다. 무신사, 지그재그, 에이블리(3800억원), W컨셉, 브랜디(3000억원) 등 상위 5개 패션회사의 합산 거래액은 3조원이 넘는다.

    벤처캐피탈의 투자도 집중되고 있다. 무신사는 2019년 세콰이어캐피탈로부터 2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지난 3월 세콰이어캐피탈과 IMM인베스트먼트로부터 13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이번 투자 유치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약 2조5000억원이다. 브랜디와 에이블리도 각각 450억원, 370억원의 누적 투자금을 유치했고, 트렌비도 지난해 3월까지 누적 투자금 400억원을 달성했다.

    반면 전통 의류업체들의 부진은 계속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해 35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매출은 1조545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줄었다. LF와 신세계인터내셔날도 각각 매출이 13%, 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2%, 60% 하락했다. 한섬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 4% 줄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패션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 감소한 40조8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은 소비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른 MZ세대 공략에 실패한 데 기인한다. 모바일 기기를 중심으로 개성과 가성비를 동시에 좇는 젊은 세대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온라인 패션회사가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젊은 세대와 소통하며 유행을 선도한 반면, 전통 의류업체들은 백화점과 가두점 중심의 정형화된 운영 방식을 고수하며 온라인 주도권을 온라인 패션회사들에게 내줬다.

    카카오가 인수를 추진 중인 온라인 패션 쇼핑몰 지그재그. /지그재그 홈페이지 캡처
    이들은 뒤늦게 자사몰 등을 개설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LF가 운영하는 LF몰(5500억원)을 제외하곤 삼성물산 SSF샵(2000억원), 한섬 더한섬닷컴(1850억원), 신세계인터내셔날 에스아이빌리지(1000억원) 등은 전체 매출 비중의 10% 안팎에 불과한 수준이다.

    전통 의류업체의 매력도가 떨어진 것은 인수합병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이랜드그룹은 지난 2월 로엠, 미쏘, EnC 등이 속한 여성복 사업부를 매물로 내놨지만, 원매자가 없어 매각을 철회했다. PAT, 엘르골프 등을 운영 중인 독립문도 최근 매각이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세정의 중저가 캐주얼 브랜드 엔아이아이(NII)도 매물로 나왔지만, 패션계의 관심은 미지근하다.

    온라인에서 빼앗긴 주도권은 이제 오프라인 시장으로 넘어올 태세다. 무신사는 현대백화점 면세점 동대문점에 매장을 낸 데 이어 다음 달 홍대에 자체 브랜드(PB)인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을 연다. W컨셉을 인수한 신세계도 스타필드 등 자사 쇼핑몰에 W컨셉 입점 브랜드 매장을 개설하는 것을 구상 중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오프라인에서까지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전통 의류업체들의 과감한 체질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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