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통과 난항 ‘온플법’에 고민 깊어지는 공정위…시행령 제정 작업 '일단 멈춤'

입력 2021.04.09 06:00

"시장의 문지기가 된 거대 플랫폼은 입점업체에 우월적인 지위를 남용하면서 소비자에 대해서는 책임을 다하지 않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8일 공정거래위원회 창립 40주년 기념 심포지엄 개회사)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연일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질타하고 있지만, 핵신 법적 규율 수단인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온플법)’ 제정안은 국회 통과에 난항을 겪고 있다. 법안 통과를 전제로 법령 등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던 공정위는 적잖게 속앓이를 하고 있다.

공정위는 올 상반기 내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규제 권한을 두고 벌어진 방송통신위원회와의 부처 간 갈등과 국회 상임위간 갈등으로 지연되면서 정부안 원안 통과가 어렵게 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공정위
9일 공정위 안팎에 따르면 공정위는 당초 이달 안에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정’ 연구 용역을 입찰에 올릴 예정이었지만 최종 결정을 보류하고 있다. 당초 공정위는 오는 6월부터 11월까지 용역 보고서 작성을 완료하려 했지만 정부안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 정부안을 기반으로 시행령을 제정할 경우 쓸모가 없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정위가 온플법 시행을 내년으로 목표하고 있는만큼 시행령 제정 작업을 마냥 미룰수만도 없는 노릇이라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안 통과를 가정하고 시행령을 만들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만도 없는 상황인 것이다.

온플법 시행령은 법안을 시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기준이나 수위를 명시하기 때문에 사실상 매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법안이 입점업체 보호를 위해 계약서 교부와 기재사항을 명시하고 의무화하고 있다면 시행령은 계약서 필수기재사항에서 수수료 부과 기준, 판매대금 지급 관련 기준 등을 결정하는 것이다. 법안의 내용이 확정되어야지만 하위 규칙인 시행령 제정 작업에 돌입할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연구용역을 진행해야하지만 결정 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면서 "당초 스케줄대로라면 빠르게 진행해야 내년 법안 시행에 맞춰 시행령을 마련할 수 있지만, 규제 수위가 높은 의원입법안들이 쏟아지고 있는터라 정부안에 맞춰 제정작업을 진행했다가 쓸모가 없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올 상반기 내 정부안 국회 통과를 원하고 있지만 상황은 비관적이다. 상임위 간 갈등에 입장 차이가 전혀 좁혀지고 있지 않은 상황인데다, 보궐 선거가 끝난 이후 국회가 곧바로 대선 모드로 돌입해 법안 처리 등이 느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정책 조정 능력을 상실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2월 당정은 비공개 회의를 열고 관련 상임위를 정무위로 정리하고 공정위 제출 정부안을 단일안으로 심사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과방위 소속 여당 의원들의 반발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상태다. 청와대 역시 국무회의 논의과정부터 두 부처와 여당 내 갈등을 조정하려했지만 실패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연합뉴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여야 의원입법안과의 조율, 과방위와의 조정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상반기 내 통과는 어려울 듯 하다"면서 "정부가 정책조정 능력을 상실한 탓인데, 국회는 대선모드로 곧바로 직진할텐데 법안 처리는 뒷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 2월 국회에 온플법 제정안을 제출했다. 온플법은 플랫폼 업체의 입점 업체에 대한 갑질을 예방하기 위한 법으로 공정위 법안이 국무회의에서 정부안으로 확정됐지만, 방통위 의견을 담은 여당 전혜숙 의원이 ‘온라인플랫폼 이용자법’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부처 간 다툼이 일었다. 여기에 서너 개의 관련 의원입법이 대거 발의돼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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