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내내 계속된 잔인한 2차 가해...與에 등돌린 유권자들

조선비즈
  • 김민정 기자
    입력 2021.04.08 10:39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로 얼룩진 4·7 재·보궐선거가 끝났다. 이번 선거는 박 전 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비위 사건으로 촉발됐지만, 민주당이 피해자의 아픔을 외면하고 ‘2차 가해’만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유권자들이 등을 돌렸다.

    4·7 재보궐 선거에서 서울시장 당선이 확실해진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8일 자정쯤 서울 여의도 당사 개표상황실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서울시장 보궐선거 개표가 100% 완료된 결과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57.5%(279만8788표)를 득표해 승리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득표율 격차는 18.32%포인트로 집계됐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지난해 7월 전직 비서에게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박원순 전 시장이 사망하면서 치러지게 됐다. 그러나 민주당은 소속 단체장의 잘못으로 발생한 재·보궐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무공천 방침을 뒤집으면서 후보를 냈다.

    민주당은 ‘원죄’를 안고 선거에 뛰어들었지만, 지난달 17일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 피해자 기자회견이 열리면서 여론의 비판이 쏟아졌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피해자는 기자회견애서 "이번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된 계기가 묻혔다고 생각한다"면서 "박 전 시장의 지지자들의 잔인한 2차 가해가 가장 힘들었다"고 밝히면서 해당 사건이 다시 주목됐다.

    피해자는 "(민주당은) ‘피해호소인’이라는 명칭으로 저의 피해 사실을 축소하고 은폐하려 했다"면서 "결국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냈고, 지금 선거 캠프에는 저에게 상처 주었던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밝혔다.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지칭한 남인순·진선미·고민정 의원은 박영선 후보 캠프에 선거대책위원장과 대변인으로 합류했지만, 피해자 기자회견 이후 국민적 비판이 거세지자 일괄 사퇴했다. 그러나 선거 캠프에서 물러난 뒤에도 보궐선거 당일까지 박 후보를 향한 지원사격에 나서면서 2차 가해 논란이 이어졌다.

    또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달 23일 소셜미디어(SNS)에서 "박원순은 정말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나"라며 "그의 열정까지 매장되지는 않았으면 한다"고 밝혀 박 전 시장을 두둔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보궐선거를 앞두고 박원순이 거론되자 박영선 후보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고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 전 시장 피해자가 기자회견을 연 뒤 친문 커뮤니티로 알려진 ‘클리앙’ 등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피해자를 공격하는 2차 가해 글이 다수 올라오기도 했다. "선거에 영향 주지 마라" "확실한 증거도 없이 심경 주장뿐이다" "언론 플레이 그만하라" 등의 막말이 잇따랐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다룬 ‘비극의 탄생’도 2차 가해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왔다. 박 전 시장 재임 시절 서울시를 출입했던 한 기자가 쓴 ‘비극의 탄생’은 박 전 시장을 옹호하는 내용이 담겼다. 언론인권센터는 이 책에 대해 "취재윤리를 어긴 책이자 성인지 감수성이 결여된, 피해자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2차 가해의 집약체"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박 전 시장이 사망 후 서울특별시장(葬) 형식으로 치르는 것도 2차 가해라는 지적이 이어진 바 있다. 피해자는 박 전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으로 치르는 것에 50만명이 넘는 국민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의해도 바뀌는 것이 없다며 "숨이 막혔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전 시장의 장례는 지난해 7월 13일 서울특별시장으로 치러졌다. 앞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서울특별시 주관의 장례는 그 자체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고 지적한 바 있다.

    4·7 재·보궐선거 직전까지 2차 가해 논란은 계속됐다. 박 후보는 지난 2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등에서 생중계하는 방식으로 진보 유튜버와 ‘서울을 구하자’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에 여성단체는 박영선 후보가 박 전 시장 성폭력 피해자에 대해 2차 가해 발언을 한 진보 유튜버를 결집해 선거운동에 나섰다며 후보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박원순 성폭력 2차 가해자들을 진보의 이름으로 불러낸 행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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